"선생님. 이제 그만 우울할 때도 된 것 같은데 참 어려워요."
"XX님. 뜻대로 안 되는 마음도 있어요."
"뜻대로 안 되는 마음이요? 그런 마음이 있어요?"
"네. 그럼요."
"그냥 의지가 부족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상담실 문을 두드리셨고 이 자리에 저와 함께 있다는 사실 자체가 XX님의 변하려는 의지가 담긴 행동이죠."
펑펑 우는 내담자의 눈물이 상담실을 가득 채운다.
잠시 침묵하며 눈물 속에 담긴 마음에 귀 기울여본다.
'그때 다치지 않았더라면.'
'치료를 제 때 더 신경 써서 받았더라면.'
'내가 나를 더 돌보고 챙겼더라면.'
이미 바꿀 수 없는 과거. 불필요한 생각에 매달리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때때로 불안과 우울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면 그날의 장면을 떠올린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싶은데 뜻대로 안 되는구나. 그럴 수 있지.'
언제까지 이럴 거냐는 자기 비난 대신 있는 그대로의 내 마음을 꼭 안아준다.
뜻대로 안 되는 마음은 사고후유증이 내게 준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