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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귀니 Jul 03. 2024

기꺼이 실망시켜도 되는 한 사람

사랑의 의미

"교수님. 오늘 상담시간을 10분이나 초과했네요. 죄송합니다. 다음번에 10분 일찍 마치면 어떨까요?"

"선생님. 내가 좋아서 10분 더 대화한 거예요. 그동안 선생님이 살아온 방식에서 조금 벗어나보면 어때요? 적어도 나랑 있을 때만큼이라도요."


눈물이 핑 돌았던 2017년의 어느 날.


상담사가 되기 위한 치열한 자기 분석은 아팠지만 반드시 거쳐내야만 하는 과정이었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 '내 일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


보편적 신념을 따르는 것은 분명 내 삶에 도움이 되었지만 때때로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기도 했다.


상담사가 되어 다양한 내담자들을 만났다.


비교적 성실히 상담에 참여해 온 내담자분들이 어느 순간 상담시간에 늦거나 당일취소를 하기 시작할 때. 


이것은 반드시 다뤄야 할 중요한 이슈이다.


"제가 다시 우울해진 모습을 보면 선생님께서 실망하시진 않을까 걱정했어요."

"XX님이 기꺼이 실망시켜도 되는 한 사람이 저였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아직 그 정도의 신뢰관계는 아닌가 봐요. 제가 더 노력해야죠."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 치유의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상대방에게 나를 실망시켜도 좋다고 허락하는 것.


내 옆의 누군가가 나를 실망시켰을 때 나는 어떻게 반응했는가.


가만히 스스로를 돌아본다.


내가 누군가를 실망시켰을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실망시켰다면 돌이키면 되는 것을.


돌이키고 다시 나아가면 되는 것을.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마음 깊이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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