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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귀니 Jan 20. 2024

엄마 같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못 말리는 36세 아줌마의 방앗간 사랑


매일 아침 8시면 우리 가족은 한 상에 둘러앉아 엄마가 준비해 주신 샐러드로 아침 식사를 함께한다.     


엄마의 정성이 담긴 아침식사. 어제 남은 스시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풍년이다.



“오늘 엄마랑 아빠 약속 있어서 나가야 하는 거 알지? 너희들 점심은 어떻게 할 거니?”

“엄마 나가는 날에는 무조건 배민이지. 저녁까지 드시고 오세요. 오늘 완전히 일탈 좀 해보게.”     


엄마 없으면 배달음식으로 일탈할 생각부터 하는 나는 철부지 36세 ENFP 아줌마다.      


“딸아. 내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어. 네가 한 달에 빵집이랑 순대국밥집에서 얼마를 쓰는지. 적은 돈도 아껴야 잘 사는 거란다.”

“엄마. 갑자기 나 명치가 답답해. 그냥 그 돈 안 모으고 행복하면 안 될까? 술, 담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쇼핑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는 하고 살래.”     


참새는 방앗간을 못 지나친다는 말이 있다. 나야말로 이 구역의 참새인데 방앗간을 포기하라니. 그럴 수는 없다. 심각한 고뇌에 빠져 있는 내게 동생이 직격탄을 날린다.     


“누나 차라리 먹는 데 쓰는 돈 줄이고 옷을 좀 사는 게 어때?”

“그냥 먹을게.”     


식탁은 이내 웃음바다가 되었다. 32년간 교사 생활을 하신 엄마는 절약이 생활화되어 있으신 분이다. 그런 엄마에게 육아휴직 중인 (심지어 복직하지 않기로 결정한) 딸의 방앗간 사랑이 마냥 곱게 보일 리 없다. 엄마 같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엄마는 엄마고 나는 나이기에.

     

“엄마. 나의 방앗간 사랑은 내 정신건강에 엄청난 도움을 주고 있어. 심리치료 비용이 얼마나 비싼지 몰라? 나는 지금 엄청난 절약을 하는 거야.”     


내가 생각해도 억지다. 조금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응?) 나는 우리 엄마처럼 자식을 위해 방앗간 비용까지 절약하는 엄마가 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 엄마보다 나의 개그감각이 뛰어나다는 사실이다. 즐겁게 먹고 우리 딸과 재미있게 지낼 수 있다면 꽤 괜찮은 엄마이지 않을까. 그래서 방앗간 비용을 아끼라는 엄마 말은 듣지 않을 테다.     


“미안해요, 엄마.”     


밀가루는 정신건강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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