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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귀니 Jan 05. 2024

통증이 알려준 행복의 기준

느리지만 사소한 행복

오늘로 딱 필라테스 6회 차 수업을 맞이했다.     

전문적인 운동은 처음이라 고민이 많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시작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부터 나에게 근력운동의 필요성을 권유하던 지인들이 많았지만 ‘내가 막노동할 것도 아닌데 가볍게 산책이나 하면 되지 굳이 힘든 근력 운동을 왜?’라며 차일피일 미뤘던 오만한 신념은 35년 만에 깨졌다. 다치고 출산까지 하면서 내 몸이 살려달라 아우성을 쳤기 때문이다. 외상과 출산은 촉발요인일 뿐 이대로 살았다면 언젠가는 아팠을 거라는 걸 운동을 시작하면서 느끼고 있다.    

 

늘 그랬듯이 오늘도 필라테스 센터에 나의 곡소리가 울려 퍼졌다. 잘 안 움직여져도 괜찮다고 잘한다고 격려 주시는 우리 강사님 덕분에 오늘도 잘 버텼다. 운동에 서투른 내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시는 열정에 늘 감사할 따름이다. 언젠가는 강사님이 나를 지도하신 보람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지만 이번 생에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회원님. 이제 운동은 마무리하고 어깨 아픈 곳 좀 풀어드릴게요.”


어깨를 지그시 눌러주신다. 어깨라고만 했지 어깨 어느 부위인지는 정확히 말하지 않았는데 나의 운동자세로 완벽히 분석하신 후 아픈 부위를 콕콕 짚어 주시는 걸 보니 역시 전문가다.     


‘제대로 찾아왔군.’ 속으로 생각했다.     


“회원님. 잘 안되는데 하시려니 많이 힘드시죠? 그래도 계속 움직여야 해요. 나중에는 근육이 굳어서 움직이고 싶어도 안 되거든요.”

“네. 저도 운동하면서 많이 느껴요. 선생님이 항상 어깨 으쓱하지 마라, 턱 당겨라, 배에 힘 더 줘라 하시잖아요? 아마 수업하는 내내 그 말을 듣는 것 같은데 아마 다쳐서 아픈 것도 있지만 저의 평소 생활하는 자세에 문제가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랬군요. 필라테스가 초기에는 연예인들이 예쁜 몸을 만들기 위한 운동으로 도입이 되었지만 요즘은 회원님처럼 아픈 분들이 많이 오세요. 10대부터 60대, 70대까지도요.”

“제가 30대이길 천만다행이죠. 60대, 70대에는 더 힘들지 않았을까요?”

“맞아요. 아무래도 안 좋은 습관이 오래 쌓이면 고치기도 힘들죠.”

“그래서 영어 유치원 보내고 선행학습 시키라고 하는 거잖아요.”

“회원님도 아이 공부에 관심 많으세요?”

“아뇨. 저는 그냥 행복한 아이로 컸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바뀔 수도 있지만 지금 마음은 그래요. 건강해야 뭐든 할 수 있으니 어릴 때부터 운동은 한 가지 꼭 시키고 싶고요.”     


그래. 그저 건강하고 행복하면 된다는 나의 육아관은 언젠가 바뀔지도 모른다.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며 공부가 뒤처지거나 다른 아이보다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불안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바뀔지 모르는 가벼운 마음을 오래 기억하라고 나에게 통증이 찾아왔구나.


깨달아지니 눈물이 난다.     


아프기 전에는 그럴듯하게 살아야 잘 사는 거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살고 있는 스스로를 늘 채찍질했다.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늘 조급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든 셈이다. 내가 통증을 겪어보지 않았다면 결코 느끼기 힘들었을 느리지만 사소한 행복.     


오늘도 이 행복을 마음에 되새겨본다.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삶이 아니라도 행복은 네가 찾아가는 거란다.”     


언젠가 우리 아기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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