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국수가 뭐길래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와 같이 죄인 한 사람이 회개하면 하늘에서는 회개할 것 없는 의인 아흔아홉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는 것보다 더하리라 (눅15:7)
엄마가 내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 오셨다.
“오늘 사랑이 외할아버지랑 외삼촌 외출한다니까 비빔국수는 다음에 해 먹을까?”
저녁 식사로 비빔국수를 먹기로 했던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안돼. 이럴 수는 없어.’
비빔국수는 나의 힐링푸드이다. 며칠 전부터 이 날만을 고대했는데.
“엄마. 성경에서는 한 영혼을 사랑하라 하셨어. 나는 비빔국수가 먹고 싶은데... 어떻게 안될까?”
비빔국수 한 그릇에 성경말씀까지 들먹이는 난 먹성 좋은 36세 ENFP 아줌마다.
“우리 딸이 비빔국수가 많이 먹고 싶었구나. 그래 먹자 먹어. 뭐 힘든 일이라고.”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분명히 여자 둘이 간단하게 먹기로 했는데 역시 엄마는 오늘도 양 조절에 실패하셨다.
“국수는 금방 배 꺼져서 괜찮아.”
“그렇겠지? 나야 든든하게 먹으니 좋지 뭐.”
후루룩 쩝쩝~
“맛이 어때?”
“숙이네 국수가 최고지 뭐.”
엄마의 질문에 말이 필요 없다는 듯 엄지를 치켜든다.
“이런 걸 나가서 사 먹는다고 하면 내가 얼마나 안타깝겠니, 딸아.”
“나는 이 맛이 안 나는 걸 어떡해. 그리고 우리는 식구가 적어서 사 먹는 게 더 싸”
“국수면이랑 양념만 있으면 되는 거라 국수는 아무리 식구가 적어도 집에서 만드는 게 더 저렴해.”
역시 엄마는 경제관념이 철저하신 편이라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냥 먹으면 안 될까? 숙이네 국수는 다 좋은데 사장님이 잔소리가 좀 많으셔.”
너스레를 떨었다. 소박한 음식으로 느끼는 행복이 참 소중하다. 오직 한 영혼인 나를 향해 엄마가 만들어주신 사랑이 담긴 국수. 이런 게 바로 힐링푸드인가? 이렇게 또 사랑을 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