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별 하나가 되기를 희망하며
"책을 읽는 것이 아니다. 행간에 머무르고 거주하는 것이다."- 발터 벤야민
마음이 머물 곳을 찾아 떠다녔다. 붕 뜬 느낌, 악착같이 발을 땅에 붙이고 싶었음에도 그러지 못했다. 내 자리가 아닌 듯한 느낌이 들 때마다 책을 읽었다. 행간에 머무는 동안은 숨이 가쁘지 않았다. 깊숙이 의자에 몸을 밀어 넣은 채, 두 발이 가지런히 바닥에 놓여있는 그 순간들을 사랑했다. 문득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다는 것은 언어를 갖는 일이며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는 하이데거의 말처럼 그 '존재의 집'이란 걸 갖고 싶었다. 이제 그 주춧돌을 놓으려 한다. 왜 쓰려고 하는지,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위에 눈물 나도록 치열하게 답하며 머무르고 싶다.
흰 종이 위에
그저 줄 하나를 그었어요
검은 줄 하나가 꿈틀거리더니
투명한 알들을 쏟아냈어요
남실남실 떠오르더니
톡톡 터지기 시작하더군요
터져 나온 글씨들이
별이 되어 총총히 박혔어요
꿈에서조차 꿈인 줄 알았지만
미치도록 좋아서
발개져 오는 새벽을 끌어안고
놓아주지 못하고 있어요
흰 종이를 물끄러미 바라볼 때,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그런 날에는 여지없이 총총히 박힌 별들 사이를 날아다니는 꿈을 꾼다. 그 숱한 별들 속에, 나 또한 보일 듯 말 듯한 작은 별 하나가 되기를 소망하며 새벽을 끌어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