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건
아직, 이러고 있다.
점 하나 찍는 게 이렇게 어렵다. 마침표 하나를 찍는 데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그 점 하나가 내 손을 떠나는 순간 되돌리지 못할 마음 같아서다. 점.... 으로만 찍은 마음도 누군가에게 가 닿을 수 있을까.
어떤 날은 딱 점 하나였다가, 어떤 날은 종이에 점이 한가득하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 글로 써 보려 하니 더 어색하다. 가만 앉아서 펜만 눌러대다가 무수히 찍은 점을 보고 문득 모스 부호가 생각났다. 점 몇 개로 마음을 알아주고, 읽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이런 편지를 보내온다면 나 역시 느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가만히 점들을 들여다본다.
제각각 다른 말을 하는 듯하다. 떨리는 점, 흐릿한 점, 번진 듯한 점, 너무 진하게 찍은 점, 찡그린 점, 웃고 있는 점도 보인다. 점에도 표정이라는 게 있고 마음이라는 게 있나 보다.
책을 읽다 보면 유독 .... 으로 표현된 부분에 시선이 빼앗긴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무슨 마음을 삼키고 있는 건지 알고 싶어진다. 이 점도 분명 그 사람이 보내는 모스 부호일 거로 생각한다. 알아듣지 못하는 게 미안해져서 한동안 그 줄에 머물러 있고는 한다.
말 없이 가만 앉아만 있는 데도 수다를 떠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모스 부호는 빛으로, 소리로 진화했다. 손전등을 껐다 켰다 하면서 신호를 보냈던 '기생충'이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사람의 몸에서 빛은 눈이다. 눈빛만으로도 많은 걸 말할 수 있다. 굳이 말이 아니라도, 글이 아니더라도 서로의 마음을 읽고 전할 방법이 있는 거다. 다만 유심히 들여다보고, 귀 기울이지 않으면 그 짧은소리를 들을 수 없고, 눈여겨봐 주지 않으면 그 순간의 깜빡임을 놓치고 만다. 다르게 해석하고, 오해하는 일들이 생기기도 한다.
등 돌리고 앉지 말아야지. 못 들은 척하지 말아야지. 들으려 하지도 않았으면서 왜 말 안 했냐고 하지 말아야지. 매번의 약속이 하얀 거짓말이 된다. 테라스에 있던 금낭화가 올해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분명 아프다고, 내년엔 오지 못할 거라고 마지막 인사를 했을 텐데 눈치 없이 지나치기만 했나 보다. 늘 곁에 있어 주는 줄 알고 무심했던 마음이 유월의 햇살만큼이나 따갑다. 무수히 쏟아냈을 그 말, 그 마음이 듣고 싶어져 시들어버린 그 잎사귀에 뒤늦게 귀를 기울여 본다. 아직, 들어주지 못한 마음이 쌓여간다.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게 맨 처음 연필을 쥐었을 때만큼이나 아직, 서툴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