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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산다는 건

눈 맞추며 살고 싶은데

by 펜 끝

더 이상

아파트에 살고 싶지가 않다

눈을 내리깔고 한참 아래를 봐도

그저 작은 점처럼 보이는 관계가

외롭기만 하다

눈을 맞추며 살고 싶은데

발이 땅에 닿지를 않는다


더 위를 올려다보는 일도

심드렁하다

모두를 발아래 둔 펜트하우스가

부럽지 않다

아무도 본 적이 없는 그도

홀로 외로운 사람이다

매일 혼자 오른 그곳에서

그가 눈물을 흘리는지 어떤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아침마다 아파트가

울컥울컥 사람들을 토해낸다

허공에서

닿지 않는 발을 동동거리며

떠 있다는 게

오늘따라 견디기가 힘들다


밤이면

아파트가 빨아들인 사람들이

하나둘 노란불을 밝힌다

마치 벌떡 서 있는 빈 옥수수에

하나하나 알이 박히듯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구에게라도 묻고 싶다


당신은 몇 층에 떠 있나요?

혹시 당신도 그곳에서 외롭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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