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결혼기념일이었다. 오랜 시간이다.
올해는 너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다.
"매년 오는 기념일인데 선물은 무슨... 괜찮아"
내심 기대했던 맘이 들킬까 봐 얼굴을 보지 않은 채 스치듯 얘기했었다.
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작은 상자 하나를 들고 내 옆구리를 툭 친다.
상자 뚜껑을 열어보니
색깔과 모양이 제각각 다른 술잔 다섯 개가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반주로 한 잔씩 하는데 그날그날 다른 기분으로 마시라고..."
일찍 주문한다고 했는데 좀 늦게 도착했네"
아내에게 술잔 사주는 이 남자.
오늘따라 마시는 술처럼 투명하고 달다.
고맙다.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