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 보이고 싶어요

어쩌면 그렇게 될지도...

by 펜 끝

상담은 여름 한낮 주말 오후였다. 시계는 정확히 세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사무실 문을 밀고 두 사람이 들어왔다. 그들의 삶 또한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따라 들어왔다.


여느 때라면 고객이 문을 여는 그 짧은 순간에 그들 사이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마지못해 온 것인지, 설렘을 가득 담고 온 것인지 그들의 눈빛과 목소리 톤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날은 달랐다. 부인의 표정은 읽히지 않았고, 원해서 온 것인지 아닌지조차 분간이 어려웠다.


상담은 남편의 말로 시작되었다.

“집사람이 아들 둘을 키우느라 고생이 많아요. 본인 커리어를 내려놓고 육아만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아요.”

아내에 대한 배려인지, 원망인지 알 수 없는 말투였다. 오늘 상담이 인테리어 상담이 될지, 심리 상담이 될지 예측이 되지 않았다.


“아내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집을 조금 예쁘게 꾸며주고 싶어서요.”

다정한 남편인데 내가 괜한 오해를 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곧장 아내에게 말을 건넸다.

“좋으시겠어요. 남편분이 이렇게 마음 써주시니까요.”


아내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듯했지만,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남편은 말을 이어가면서도 아내의 눈치를 계속 살폈고, 나 역시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를 느끼며 정작 해야 할 상담은 시작도 못 한 채 다음 일정을 정하고 급하게 마무리하고 말았다.


두 번째 상담부터는 아내 혼자였다. 막내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해서 평일 오전에 시간을 낼 수 있다고 했다.

남편과 함께 왔을 때와는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침묵 속에서, 그녀는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사실, 인테리어를 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에요. 그렇게 하면 남편 마음은 좀 편해질지도 모르죠. 전 인테리어를 해달라고 한 적은 없어요. 그냥, 집이 좀 싫어지기 시작했을 뿐이죠. 남편이 생각하는 ‘그 집’이 아니라, 제가 매일 살아내는 공간으로서의 집이 싫어진 거죠.”

마음이 무거웠다. 정면으로 그녀의 얼굴을 응시하지 못하고 그저 귀를 기울여 그녀의 마음을 듣기 시작했다.


“산후우울증이 있었어요. 남편은 아이를 낳으면 자기가 다 도와줄 거라고 했었죠. 그래서 늦둥이를 낳았지만… 정작 아이를 낳고 나니 남편은 더 바빠졌어요. 사람들은 남편이 사업 잘되고, 돈 잘 벌어오는데 뭐가 문제냐고 하겠지만 저에겐, 아이들과의 시간도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어요. 남편과는 점점 멀어졌고… 결국 그런 일이 생기고 말았죠.”

자세히 물어볼 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표정에서 알 것 같았다. 다른 누군가가 자신보다 더 남편과 가까운 사이일 수도 있다는 그 느낌이 오롯이 전해졌다.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했어요. 사과하는 남편이 밉다가도, 안쓰러울 때도 있고… 그래서 분위기를 좀 바꿔보고 싶었어요. 집이 달라지면, 제 마음도 좀 달라질까 싶었거든요. 전… 행복해 보이고 싶어요. 그러면 진짜 행복해질지도 모르잖아요. 실장님이라면… 저를 도와주실 수 있을 거 같아서요.”

그 말에 가슴이 저릿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렸다. 하루 만에 그녀를 이해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듣고, 나는 나의 방식대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인테리어 상담은 어쩌면, 그 공간에서 살아갈 사람의 마음을 듣는 일이다.

그날 이후, 그녀가 '행복해 보이고 싶다'고 말한 이유를 잊지 않으려 했다. 그 마음에 진심으로 응답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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