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이 해피엔딩일 수는 없다

그는 왜 그녀와 결혼했을까

by 펜 끝

욕심이 과했다. 잘 끝내기만 하면 모두가 환호할 줄 알았다. 환호는커녕 눈물 쏙 빠지게 나자빠지지 않으면 다행이란 걸, 그제야 알게 되었다.

매번 상대할 사람이 다르고, 현장도 같지 않다. 같은 아파트 현장이라 해도 고객의 취향도 모두가 제각각이다. 달인이 되긴 글렀다. 이런 이유로 늘 처음처럼 해야 하지만 바로 이것 때문에 이 일을 좋아하는 것도 맞는 말이다. 가끔 해피엔딩일 거로 생각한 일이 무지막지한 새드 엔딩으로 끝이 날 때 현실을 깨닫게 된다.


뒤통수를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맞았던 기억이 있다. 그들과의 처음은 좋았다. 아내는 얌전하고 조용한 성격이었다. 남편은 의사였고 적극적이었다. 모든 걸 아내를 위해 해주는 거라 말했다. 자상한 남편이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상담이 거듭되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내는 의견을 말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못한 거였다. 모든 결정권은 남편에게 있었고 남편의 치밀한 성격은 아내를 침묵하게 만드는 거 같았다.


외동딸이었던 아내는 몸이 약한 편이었다. 의사 사위를 보고 싶어 하신 아버지 때문에 중매결혼을 했다고 했다. 사위는 처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일어서겠다고 해서 장인의 신뢰를 얻었다. 결국 남겨진 유산은 모두 아내의 몫이 될 터이니 서두를 필요 없다는 계산이 깔려있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아내와 둘만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녀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난 타인의 삶에 대해 깊이 알게 되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고통과 기쁨에 대한 감정선이 예민한 편이라 늘 그런 면에서 주의를 하는 편이다. 그녀는 몇 번의 불임시술로 힘든 시기를 보냈고 어렵게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딸이었다. 그런데 출산 직후 둘째는 언제 낳을 거냐는 시어머니의 말을 듣고, 친정엄마와 함께 울었다고 했다.


그녀가 두려운 건 따로 있었다. 현재는 남편이 페이닥터로 있기 때문에 주말부부를 한다고 했다. 주말에 남편이 오면 청소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아내가 해 놓은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종일 청소하고 정리하고 필요한 뭔가를 직접 사들인다고 했다. 차라리 말이라도 하면 좋은데 아무 말 없이 그렇게 하는 게 너무 불편하다고 했다.


그녀는 이런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필요했나 보다. 그게 나였다는 게 더 슬프게 느껴졌다. 오죽했을까 싶기도 했다. 의뢰받은 공사는 남편의 계획대로 끝났다. 그렇게 즐거운 작업만은 아니었다. 그녀를 생각하며 인내심을 발휘했다. 혹시라도 그 불똥이 아내에게 떨어질지 몰라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남편은 공사가 끝난 후 삼 년이 지날 때까지 별것 아닌 일들로 수시로 연락했다. 공사 하자와 관계없는 전구를 교체해야 한다거나 등의 정말 사소한 일들이었다. 처음엔 반갑게, 그리고 횟수가 거듭될수록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전화했다면, 나는 별 이유 없이도 안부를 묻고 싶어 직접 찾아갔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남편은 모든 걸 혼자 결정하고 집에 조그마한 문제도 발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 같았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전화한 용건에 대해 셀프 처리 방법을 알려주는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자정이 넘은 야심한 밤에 장문의 욕설이 담긴 카톡이 왔다. 술에 취한 것 같았다. 사람이 이렇게도 돌변할 수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 아무런 답신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그녀가 걱정되었다. 지금 그의 아내는 어떤 모습으로 이런 남편을 보고 있을지 말이다. 겉으로 보기엔 정말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가정이다. 인테리어의 최종 마감은 그 안에 담길 가족의 행복이라 생각한다. 그날 밤, 슬픔이 묻어나던 그녀의 얼굴이 떠올라 한참을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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