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읽히는 순간
공사를 처음 하는 고객 상담은 여간 까다롭지 않다. 특히 젊은 부부일수록 그렇다.
경험은 없지만, SNS와 블로그를 샅샅이 뒤져 자료를 잔뜩 모아온다.
취향 사진, 공간 레이아웃, 직접 그린 도면까지 태블릿이나 종이에 빼곡하게.
겉보기엔 준비성이 철저해 보여 흐뭇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빠진 게 하나 있다. 바로 ‘돈’이다.
계획 속의 집은 잡지 속 화보처럼 완벽하지만, 견적서 속 금액은 그 꿈을 산산이 깨뜨리기 쉽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젊은 나이에 충분한 예산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예산 내에서 원하는 건 다 담고 싶어 한다. 마음은 이해되지만, 현실적으로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와, 그림 정말 잘 그리셨네요. 혹시 디자인 쪽 일 하세요?”
“네, 비슷한 일을 해요.”
“그렇군요. 그럼, 먼저 고객님 생각을 들어볼게요.”
내가 먼저 제안을 내놓는 게 순서이지만, 이렇게 준비해 온 분들 이야기는 꼭 들어본다.
말을 듣다 보면, 문장 사이로 이런 마음이 읽힌다.
‘나 이 정도는 아는 사람이니까, 절대 만만하게 보지 마세요.’
경력이 쌓이면 이런 기류가 그냥 느껴진다. 어쩌면 고객도 내 마음을 읽고 있을지 모른다.
대화가 무르익으면 필연적으로 나오는 질문이 있다.
“여기만 하면 얼마예요?”
난감하다. 공사는 이미 만들어놓고 파는 상품이 아니다.
인원, 자재, 마감 방식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고, 설명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차근차근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결과는 두 가지다.
“많은 도움이 됐어요.” 하고 웃으며 가는 경우,
그리고 “집에 가서 의논해 보고 연락드릴게요.” 하고 사라지는 경우다.
후자는 대부분 소식이 없다.
이 와중에, ‘○○○원입니다.’ 하고 단번에 대답하는 업체들도 있다.
그들은 고수다. 일단 계약서에 서명부터 받아두고, 공사 진행 중에 슬그머니 추가비를 얹는다.
처음 공사하는 고객들이 그물망에 걸리기 쉽다.
정확한 견적은 디자인이 나온 뒤에야 가능하다.
하지만 고객들은 대개 금액부터 알고 싶어한다.
포트폴리오 속 마음에 든 현장을 예로 들어 견적을 말하면, 반응은 다양하다.
잠시 말을 멈추는 건 놀랐다는 뜻이고,
“어디 가서 땡빚이라도 내야겠네요.” 하며 웃는 분도 있다.
재밌는 건 상담 순서다.
대부분 첫 번째로 마음에 드는 곳을 간다.
그 금액에 놀라 두세 군데를 더 다니다가, 헷갈리고 지쳐서 마지막 업체와 계약한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빌 때가 있다. ‘제발 첫 상담은 내가 아니길…’
첫 상담은 설명만 길고 실속이 별로 없다.
상담은 여전히 어렵다.
견적을 정확히 산출하는 일과, 어떤 견적을 보여줄지 결정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아마도 나는 이런 선택에 필요한 장사수완이 부족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게 좋은 건지 아닌 건지, 여전히 헷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