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하담 Feb 06. 2019

신생아에 대한 몇 가지 오해들

내가 널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1. 2월 5일, 구정을 맞아 아침에 떡국을 먹었다. 하진이가 잘 기다려준 덕에 아침 식사를 마치고 부모님께 세배도 드렸다. 부모님은 나와 아내, 내 동생에게 새해 덕담을 하셨다. 우리 어머니는


"내년 구정 때는 하진이가 막 돌아다니겠지?"


라며 구정 명절부터 내년 이야기를 하셨다. 사실 요즘 불특정한 미래의 이야기를 하는게 우리 가족의 취미 생활이 됐다. 당연히 그 미래의 주인공은 하진이. 6개월 뒤 하진이는, 1년 뒤 하진이는, 언젠가의 하진이는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토론을 격렬하게 하곤 한다.


명절 인사를 끝낼 때까지 잘 기다려주던 하진이는 슬슬 누워있는게 지겨웠던지 칭얼대기 시작했다. 며칠 사이 나도 제법 능숙하게 안을 수 있게 돼 하진이를 안고 금방 달랬다.


그런데 이 녀석,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다. 흔히 '손이 탔다'라고 말하는, 온종일 사람(보통은 엄마)에게 안겨 있고 싶어 하는 상황까지는 아직 아니지만 사람품이 좋은 걸 알게 된 모양이다. 눕혀 놓으면 조금 놀다가도 '날 안아요!'라는 신호를 보낸다. 울음을 터뜨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을 굴리며 품에 안겨있는 하진이를 보면 가끔 얄밉기도 하다.


.

.

빨리 날 안고 일어나요!

.

.


2. 육아 대부분의 것들이 내 예상을 벗어난다. 예를 들면 지난밤 하진이를 따뜻한 물로 씻기고 배 든든하게 먹여서 푹 재우겠다는 야심만만한 계획이 성공 직전에 배변 활동으로 인해 수포로 돌아간 것처럼. 잘 씻기고 옷을 갈아입힌 뒤 분유도 먹여서 눕히자마자 큰일(?)을 보는 바람에 옷을 다시 다 벗기고 씻기고 기저귀를 가는 대공사를 했다.


먹는 얘기가 나왔으니 먼저 이야기를 해보자면, 아기의 식사 활동도 나를 놀라게 했다. 양과 질 모두 나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는데, 우선 그 양이 어마어마했다.


나 - "아니 잠깐만 여보, 이렇게 자주 먹여도 되는거야?"


아내 - "나도 잘 모르겠어... 조리원에 전화해볼까?"


아내가 조리원에 전화를 하는 동안 인터넷으로 찾아본 결과, 하진이의 식사량은 지극히 평범한 수준이었다. 하루에 약 12끼 정도 먹으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신생아의 하루 평균 식사량이다.


말이 10~12끼지, 2시간에 한 번 꼴로 먹는 셈이다. 어영부영 먹고 치우는데 한 시간으로 치면 정말 하루가 먹다 지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

.

밥 먹었으니 소화 시켜야 돼!


.

.


3. 그리고 초보 아빠들을 위해 꼭 알려주고 싶은 것, 아기들은 우리 예상처럼 차분히, 천천히, 쉽게 식사를 하지 못한다. 끊임없이 신음소리를 내고 헐떡거리거나 부들부들 떨기도 한다.


나 - "여보... 그만 먹여야 하는 거 아니야? 너무 힘들어하는데?"

"여보 하진이 체하는 거 아니야? 계속 먹여?"


모유수유로 부족한 양을 분유로 보충하면서 내게도 하진이 식사를 챙겨 줄 기회가 생겼는데, 함께 한 첫 식사는 내가 기대했던 부자간의 로맨틱과는 거리가 좀 멀었다. 전쟁 같은 식사를 하는 하진이 때문에 끊임없이 걱정하고 그만 먹이자고 아내를 들볶아 결국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아내 - "아기들은 자기가 싫으면 입으로 뱉어, 쉬었다가 먹기도 하구 숨도 쉬어야 하니까 그래. 걱정하지 말구 먹여~"


아기들은 먹기 싫거나 더 못 먹겠을 때는 입을 아예 꾹 닫거나 혀로 밀어낸다. 다 뱉어내는 아기들도 있고 최후의 수단으로는 자는 척을 하기도 한다고. 그 얘기를 듣고 기가 막혀서 아내와 한참을 웃었다.


이 생각보다 잘 먹고 눈치도 빠른 녀석 덕분에 많은 것들을 새로 배워나가고 있다. 아빠가 되기 위해 열심히 알아보고 준비했지만, 언제나 어디에서나 그렇듯 이론과 현실의 괴리는 상당했다. 열 번 중 한 번 정도 '아, 이럴 때 이렇게 하랬지'라고 써먹을 수 있는 정도. 아빠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생각과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 때 당황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 역시 아내가 능숙하게 하진이를 돌볼 때 든든해서 많은 부분 의지하게 된다. 하지만 아내도 모든 것이 처음이고 불안하겠지, 남편이 너무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내와 의견이 통한 부분은

아기가 우리 생각보다 더 예쁘다는 것이다.

정말 예쁠 것도 알았고,

세상에서 가장 예쁠 것 같았는데, 우리에게

그 생각보다 하진이는 더 예쁘다.

작가의 이전글 신생아에게 아빠는 필요한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