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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담 Feb 08. 2019

아이, 부모 모두에게 중요한 첫 목욕!

두려움과 미지의 영역, 통목욕에 도전하다.


1. '아기 피부'라는 말이 있다. 아기처럼 곱고 모공도 없는 예쁜 피부를 가진 사람을 칭찬하는 말인데, 사실 신생아의 피부는 그다지 좋지 않다. 특히 하진이는 몸에 열이 정말, 정말정말 많은 편이라 조금만 용쓰거나 더워도 피부에 금방 빨간 반점들이 생긴다. 신생아 여드름이라고 부르는 피부 트러블도 하루에 몇 번씩 생겼다 사라지곤 한다.


하지만 아직 피부에 좋은 크림이나 제품들을 바를 수는 없다. 엄마들 사이에서는 '제일 좋은 제품은 안 바르는 제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생아 때는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피부관리는 씻기는 것뿐이다. 병원에서는 하진이의 배꼽이 잘 아물지 않아서 아직 물이 닿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주로 하진이를 데려다가 세수를 시키고 머리를 감긴다거나, 큰 일을 봤을 때 하반신만 씻긴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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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에 떡진 머리.. 언제 이렇게 자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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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침내 오늘(작성일 기준, 2월 8일 목요일) 아내와 나는 '통목욕'에 도전하기로 했다. 일단 하진이 배꼽이 물이 닿아도 될 정도까지 많이 아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목욕을 하면 밤에 푹 잘 것 같았다. 요즘 모유를 먹든 분유를 먹든 소화를 잘 못 시키고 자꾸 게워냈다. 또 속이 불편한지 칭얼대거나 깊이 잠을 잘 못 잤다. 그래서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면 조금 편하게 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예측 같은 기대였다.


나 - "놓치지는 않겠지?"


아내 - "목을 아직 못 가눠. 확 젖히면 다칠 수 있으니까 뒤에서 잘 잡아줘."


나 - "놓치지는 않겠지...?"


아내 - "......"


아내와 비장한 각오로 서로를 다독인 뒤 욕실에 들어갔다. 욕실의 온도는 나쁘지 않았다. 준비한 두 개의 대야에 약 40도의 물을 받았다. 하나는 씻을 물, 하나는 헹굴 물. 물이 조금 식어 36도에서 38도 정도가 되었을 때 하진이를 데리고 왔다.


옷을 당장 벗기면 추워할 수 있어서 우선 옷을 입힌 채로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겼다. 머리 감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한쪽 손으로 아기의 양쪽 귀를 접어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 서둘러 머리를 감기고 바로 준비한 대야, 즉 온탕에 하진이를 넣었다. 뒤에서 나는 아기의 겨드랑이에 손을 끼고 엄지로 지지대를 만들어 목이 흔들리지 않게 하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이제 상전인 아드님께서 평가를 할 시간. 마음에 들면 그냥 넘어갈 것이고, 조금이라도 불편하다면 온 동네가 떠내려가게 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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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그냥 넘어가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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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놀랍게도, 고맙게도, 기특하게도, 사랑스럽게도 하진이는 통목욕을 좋아했다! 피부에 닿는 따뜻한 물이 낯설어 처음에는 주먹을 꽉 쥐고 몸을 웅크렸지만 차츰 긴장이 풀리는지 편안한 모습으로 목욕을 즐겼다. 한참 목욕 중에 욕실문이 열렸다.


나 - "어 왜요 엄마? 거의 다 씻겼어요."


어머니 - "아니, 셋이 들어가더니 너무 조용하고 아무 소리도 안 나길래 궁금해서... 하진이 안 울어?"


아내 - "너무 좋아해요. 얌전하게 울지도 않고 잘하고 있어요~"


정말 기특하다고 칭찬을 잔뜩 해주고 나간 어머니를 뒤로 하고, 아내와 나는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머리를 빠르게 털어 말리고 준비한 수건으로 몸을 감쌌다. 방으로 돌아가 구석구석 습진 방지 로션도 발라주고 새 옷에 새 기저귀로 갈아입혔다. 뽀송뽀송해져 기분이 좋았는지 얼마 안 있어서 배변 활동을 또 크게 해 주셔서 다시 씻겨야 했지만...


어른들도 목욕탕 가서 씻고 꼭 맥반석 계란에 식혜를 먹어줘야 하듯 아기도 목욕 후에는 출출하다. 목욕 전에 먹고 씻기면 몸이 흔들려 역류할 수 있기 때문에 먹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컷 엄마 모유를 먹던 하진이는 금방 잠이 들었다. 코까지 골며 자는 하진이를 보며 아내와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정답은 통목욕이었어...!"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첫 목욕의 경험,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잘 넘긴 것 같았다.


물론 아직 자주 할 수도 없고 목욕 후에 우연히 잘 자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천사처럼 누워서 잘 자는 하진이를 보며 한참 포토타임을 가졌다. 기특해 기특해. 물론 새벽에 일어나 배고파하겠지만 그때까지 아내도 조금 여유를 가지고 쉴 수 있게 됐다. 작은 배가 숨을 쉴 때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 귀여워 콕콕 건드려보기도 했다.


푹 잘 자고, 내일은 더 잘 먹고 더 잘 자는 거야.

하진아, 고마웠어 오늘도!

잘도 잔다 우리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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