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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담 Feb 10. 2019

육아! 잘하는 엄마와 자라는 아빠.


1. 아내는 고수다, 육아 고수. 조리원에서 퇴소해 집으로 온 날부터 기저귀도 척척, 씻기는 것도 척척, 하진이가 보챌 때 안아주는 자세도 나와 달랐다. 아내가 조카들을 워낙 예뻐해 아기 때부터 많이 돌봐줬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생각보다 정말 잘해줘서 고맙고 대견했다. 겉으로 표현하기는 쑥스러워 '첫 애를 보는 포스가 아닌데?'라는 농담으로 칭찬을 해 함께 웃었다.


조리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 육아를 시작하기에는 아내도 막막했겠지. 어렵고 힘들어도 씩씩하게 해 나가는 아내를 보며 힘을 얻는다. 기저귀 가는 법, 분유 타는 법, 바른 자세로 아이를 안는 법까지 하나하나 다시 배우고 있다.


기저귀를 갈아도 배꼽을 덮지 않게 끝을 접어줘야 하고, 분유를 탈 때도 거품이 생기면 아이가 먹고 속이 더부룩해져서 위아래가 아닌 좌우로 흔들어줘야 하는 등 무엇하나 쉬운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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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잘 자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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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하진이를 안아주는 것이다. 신생아는 울어도, 밥을 먹어도, 씻을 때도 안아줘야 한다. 하지만 요 너무나도 작은 아이는 아직 자신의 힘으로 목도 가누지 못해 아내의 말을 빌리자면 '흐물거리는' 상태다. 이런 상태의 아이를 안는다는 것은 몹시 무서운 일이다. 내가 다치게 하진 않을까,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몸이 굳어 오히려 아이를 불편하게 했다.


아무리 안고 달래도 칭얼대는 하진이를 달랜 것은 의외로 할아버지, 즉 나의 아버지였다.


동생 - "오빠.. 아빠가 애기 안고 있는 거 처음 봐..."


나 - "나도 익숙한 장면은 아니긴 하다..."


하진이를 안고 있는 아버지가 못 미더웠는지 어머니는 옆에서 계속 훈수를 뒀다. 그런데 이게 웬걸. 하진이는 할아버지의 품에만 안기면 얌전해지다 못해 금방 잠들곤 했다.


'뭐지...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이런 건가...'


아버지가 하진이를 안는 각도, 자세 등을 보며 열심히 따라 해 본 결과 하진이는 이제 내게도 제법 잘 안겨있는다. 트림을 시키기 위해 안고 토닥거려도 짜증 내지 않고 내 어깨에 폭 기대는 하진이를 보면 미소를 참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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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진아, 할아버지 품이 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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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길고 긴 구정 연휴가 끝났다. 조리원에서 지난 3일 퇴소했고, 오늘로 딱 1주일이 됐다. 연휴가 끝나고도 목요일, 금요일 이틀 더 회사를 쉬었기에 이 1주일을 오롯이 가족들과 보낼 수 있었다. 내일이면 다시 출근해야 하는 나는 이번 설이 참 황금 같은 시간이었다 생각이 든다.


만약 조리원에서 바로 퇴소하고 다음날부터 출근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루에 1시간, 1시간 반 간격으로 아이가 배고파하는 걸 알 수 있었을까? 밤새 아이를 안은 채로 자는 아내의 힘든 시간을 함께 나눌 수도 없었겠지. 이렇게 하진이를 가까이서 보며 많은 것들을 배우지도 못했을 거야.


아내도, 나도 부족하지만 잘 해내 보려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다. 울 때는 이유가 뭔지, 안 자는 이유가 더워서인지 속이 불편해서인지, 열까지는 못해도 하나라도 더 하진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엄마는 잘하고 있는데 아빠가 아직 초보티가 나서 답답하고 불편하겠지만 하진이도 언젠가는 이런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까?

아빠가 자랄게,

하진이도 건강하게 쑥쑥 자라줘!!

넵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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