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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담 Mar 08. 2019

너의 눈, 코, 입


1. 하진이는 벌써 6kg이 넘었다. 자기보다 두 달 먼저 태어난 사촌누나보다 더 몸무게가 나가기 시작했다. 아내는 요즘 하진이를 안고, 들고, 목욕시키는 것이 부쩍 힘들어졌다고 했다. 순수한 '무게'가 늘어나며 물리적인 힘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아내가 그만큼 빨리 지치는 모양이다.


쑥쑥 자라 무겁고 힘든 반면에 장점들도 명확한데, 이제 제법 '아기'같다는 것이 그중 가장 큰 장점이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울고 먹고 자는 게 전부인 데다가 무엇보다 소통이 되질 않아 답답했다. 지금도 대화만 안 될 뿐, 부르면 쳐다보기도 하고 마주 보고 장난치면 웃기도 한다. 이제야 우리 '아기'와 상호 소통을 하는 기분? 그래서인지 아내도 하진이를 보고 웃는 시간이 많아졌다. 기분 좋으면 요 녀석, 아주 씩 웃어주는데 고게 또 사람 마음을 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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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아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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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진이는 외적인 부분에서도 많이 성장했다. 이제 눈도 똘망똘망하게 뜰 줄 알아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면 그쪽 방향을 바라보거나 천장에 달린 모빌을 한참 물끄러미 쳐다보기도 한다. 저 작은 눈으로도 볼 것 다 챙겨보는 게 무척 귀엽다...!


'씨도둑은 못 한다'는 옛말이 있는데 요즘 굉장히 실감하고 있다. 나는 내 외모에 무척 자신 있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콤플렉스가 있지도 않다. 쉽게 말해 '생긴 대로 살자'주의인데 그래도 얼굴에서 딱 하나만 고칠 수 있다면 늘 고르는 부위가 눈이다. 작고 매력적인(?) 눈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오른쪽이 왼쪽 눈에 비해 큰, 속칭 '짝눈'이다. 생각보다 차이가 있어서 사진 찍거나 할 때 늘 티가 많이 난다. 그런데 이게 웬걸. 하진이가 내 눈을 쏙 닮았다. 대칭인 것처럼 하진이는 왼쪽 눈이 오른쪽 눈보다 더 큰 심한 짝눈을 가진 것 같다.


아내 - "그 많은 것들 중에 짝눈을 물려주다니."


나 - "... 시력만 짝짝이 아니면 되지 뭐..."


흘겨보는 아내를 피해 자고 있는 하진이에게로 다가가 몰래 속닥거린다.


나 - "괜찮아 하진아, 짝눈이 얼마나 매력적인데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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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하는 것 아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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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 밖에도 사람들은 하진이 사진을 보면 '아빠를 쏙 빼닮았다', '아버님 왜 거기 누워 계세요?'라는 등 쑥스러우면서도 기분 좋은 감상평들을 늘어놓는다. 내 아들이니까 날 닮은 게 당연하겠지만, 유전자의 힘을 눈으로 목격하는 것이 참 신기하고 기적처럼 느껴진다.


오목조목 나를 빼닮은 얼굴에 아내 얼굴이 섞여있고, 아내처럼 뽀얗고 하얀 피부를 하고 있는 하진이 얼굴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고맙게도 요즘은 곧잘 누워있으려고도 해 쌔근쌔근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며 여러 생각을 한다.


이 아이가 곧 자라 걷고 저 눈으로 날 확인하고 입으로 나를 부르겠지. 저 작은 팔을 벌리고 내게 다가오는 기쁨은 얼마나 커다란 것일까. 작은 매일에 감사하며 기쁜 요즘, 점점 자라는 하진이를 보며 내일을 상상하는 것은 부모로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아닐까.


하진아 오늘도 잘 자,

그리고 내일도 잘 자라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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