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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기 원칙 및 팁 몇 가지

단순해 보이는 일도 오랜 반복하다 보면 자신만의 원칙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편하게 쓸 수 있는 일기이지만 20년 넘게 쓰다 보니 어느샌가 저 나름대로의 규칙이 생긴 것입니다. 이번장에서는 저 자신만의 일기원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나의 일기 쓰기 원칙]

원칙 1. 시간표식 일기 쓰기

원칙 2. 신속한 현장일기 쓰기

원칙 3. 키워드 투 디테일 일기 쓰기

원칙 4. 밑줄과 메모로 일기 다시 읽기

원칙 5. 중요한 사건 따로 모으기


원칙(1) 시간표식 일기를 쓰자

다른 원칙들보다는 비교적 최근에 습관이 된 원칙입니다. 앞서 충분히 이야기했기 때문에 짧게 언급하고 넘어갑니다.


원칙(2). 일기는 최대한 빨리 쓰자

관찰과 기록의 챗바퀴가 낳은 원칙

두 번째 원칙은 저의 첫 직장생활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6년 간 쭉 상담과 검사 직무를 했었는데 주로 발달장애인 분들을 만났었고 상담 시 대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검사 특성상) 행동에 대한 메모가 많았습니다. 상담과 검사 시간이 길 때는 3시간 이상 걸리기도 했었습니다. 그때그때 메모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소견서를 쓸 때 기억이 잘 안 납니다. 즉시 현장메모하고 최대한 빨리 컴퓨터로 옮기는 일을 거의 매일 6년간 했었습니다.


지금 제가 일기를 쓰는 방법이랑 아주 유사합니다. 돌이켜보면 직장생활 이전의 일기는 현장을 벗어난 뒤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인상을 더듬어 쓰는 식이었다면 직장생활 후에는 현장메모식의 일기를 더 자주 쓰게 되었으니까요. 6년 간 관찰과 기록에 질리도록 치이며 느꼈던 것은 얼른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의 한계와 마음속 욕망은 사실을 비틀고 구멍을 뚫어버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과일을 싱싱하게 두려면 얼른 냉장실에 넣어야 하듯 생생한 역사를 보존하려면 얼른 기록의 냉동고에 넣어 얼려버려야 합니다.


앞서 일기장은 역사책과 닮아있다고 말씀드렸는데 현장에서 기록되는 순간의 일기는 기자의 취재노트에 더 가깝습니다. 정부의 중대한 발표 현장에서 노트북 앞에 앉아 신속하게 타이핑하는 기자들의 모습을 떠올려보시면 됩니다. 일단 중요한 것들을 현장에서 얼른 메모해 두고 이후에 글을 완성하시죠. 제가 일기를 쓰는 방식도 그렇습니다. 당장 오늘 오전 9시에서 11시 30분 사이에 무엇을 했는지 11시 25분쯤부터 씁니다. 이후 여유시간대에 더 쓸 것이 있으면 추가기록을 합니다. 


완벽한 역사?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장에서 CCTV 또는 녹취록처럼 모든 걸 빠짐없이 다 기록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사안이 심각할 때는 마치 녹취록처럼 세세하게 쓰기도 하겠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만 기록합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녹취록과 CCTV처럼 현장의 모든 것을 다 기록하는 것이 완벽한 역사 아닌가?'


어쩌면 미래의 인공지능은 이런 '모든 걸 담는 역사'를 가능하게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심지어 그런 세상이 도래하더라도, 중요한 사건을 선택하고 요약해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할 필요는 여전할 것입니다. 그런 바다모래알같이 많은 기록은 다 읽을 시간도, 여력도 없습니다. 하루만 지나도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수많은 역사가 쌓일 테니까요. 하루동안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짧은 글로 올라오는 개인의 역사가 대략 1억 장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CCTV처럼 기록한 모든 이들의 역사는 그보다 충분히 더 많을 겁니다.


우리의 일기장이 매번 CCTV를 흉내 내다간 반나절도 안되어서 일기 쓰기를 포기하게 될 겁니다. 실제로 해내더라도 큰 의미도 없을 것이고요. '07:34에 눈을 5번 정도 떴다 감았다 한 뒤 깼다. 그리고 120 ml 물 한 컵을 마시기 위해 침대에서 정수기 방향으로 열다섯 걸음을 걸었다.' 정도가 일기 도입부 정도 되겠죠. 하지만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중대한 사건의 30분, 1시간의 기록은 CCTV를 흉내 내는 것이 아주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위 문장 앞에 이런 맥락을 덧붙여보면 세세하게 기록해야 할 소중한 순간으로 변할 겁니다.


'어제 의사 선생님께서 다리 수술이 잘 끝나다고 들었다. 오늘 아침 나는 잘 걸을 수 있을까?'


찝찝한 마음 빨리 털어내기

신속한 현장일기를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찝찝한 마음을 얼른 털어버리는데 신속한 일기 쓰기가 유용했습니다. 분노나 짜증 등 강렬한 감정 일으키는 사건일수록 당장 닥쳐오는 현재의 일들을 처리하기 힘들게 합니다. 그럴 때 저는 가능하다면 곧바로 캘린더를 열어서 일기를 썼습니다. 그렇게 감정을 털고 나면 현실 복귀가 한결 수월했습니다.


충격적 사건 후에는 회복에 집중하기

앞서 언급했듯 때론 일기를 신속하게 쓰지 않는 것이 좋을 때도 있습니다. 트라우마를 남길 정도로 심각한 사건을 경험했거나 심신이 매우 지쳐있는 상황일 것입니다. 이럴 때는 의료적인 치료와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등의 대처가 더 중요합니다.



원칙(3). 초안은 키워드로 간단하게, 중요한 사건은 디테일하게 쓰자


키워드로 일기메모하기

'신속한 현장일기'를 쓰다 보니 자연스레 생겨난 원칙입니다. 현장에서 1, 2분 내로 빨리 기록할 때는 키워드 등 짧은 표현이나 단어가 유용합니다.


플래너와 일기를 함께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다시 한번 예시 일기장에 보시면 제목이 짧습니다. 미완성 문장이나 한 두 단어의 키워드로 남기는 일기 현장메모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시면 가장 앞에 '@'로 시작하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저는 2가지 키워드를 고정적으로 가장 앞에 남기는데 시간과 장소입니다. 캘린더 앱을 쓰면 시간은 눈으로 바로 보이고 장소는 '@' 표기를 해서 가장 앞에 배치해두고 있습니다.  


장소를 가장 앞에 두면 오늘 하루란 무대가 어땠는지 떠올리기 쉽습니다. 마치 영화나 연극에서 인물보다 배경장소가 먼저 등장하듯이 말입니다. 시간흐름에 따라 바뀐 장소들을 떠올리면 각 장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연상하기도 좀 더 수월합니다. 


디테일 일기 쓰기

중요한 사건에 한정해서 디테일한 추가 기록을 남깁니다.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방해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대에 주로 쓰게 됩니다. 주로 퇴근한 후 또는 자기 전 시간입니다. 


사실 이렇게 키워드와 디테일 기록을 이렇게 뚜렷하게 구분해서 쓰지는 않습니다. 일을 하다가도 10분 정도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나면 곧바로 디테일 일기를 쓰기도 합니다. 저는 환절기마다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병원을 꼭 가는데 대기줄이 상당히 길 때가 있습니다. 20분 이상은 기다려야 하면 일기를 꺼내 쓰기도 합니다. 스마트폰 캘린더 앱의 장점이죠. 


원칙(4). 일기는 밑줄과 메모로 다시 읽자.

일기가 빛나는 두 가지 순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일기를 기록하는 순간이고 두 번째는 일기를 다시 읽는 순간입니다. 일기를 쓸 때는 기억 속 역사를, 다시 읽을 때는 기록된 역사를 성찰하기 때문입니다. 즉, 일단은 일기를 쓰기만 해도 역사를 한번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득이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일기의 쓸모 절반을 놓치는 것과 같습니다. 정성 들여 만들어놓은 역사책을 아무도 다시 읽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기록해 두면 선명한 형태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데 말입니다.


밑줄과 메모하며 다시 읽는 일기

특히 저는 일기를 다시 읽을 때 독서하듯 밑줄을 긋고 메모를 남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오랜 독서 습관 중 하나입니다. 나름 능동적인 독서, 비판적 읽기를 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그리 해왔습니다. 저 자신의 일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태도를 취합니다. 독자인 현재의 내가 저자인 과거의 나에게 질문합니다. 또 때로는 마치 딴 사람이 쓴 일기인양 제삼자의 입장에서 밑줄을 그으며 지적도 해봅니다. 과거 치우친 판단을 한 것은 아닌지, 그 판단이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은지를 나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려는 의도입니다. 중요한 사건에 등록할 후보를 눈에 띄게 해 두기도 좋고요. 그리고 이런 메모는 꼭 연도와 월을 함께 남깁니다. 어느 시점의 내가 쓴 것인지 알면 저 자신의 판단력이나 사고능력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집중적으로 일기를 다시 읽는 빈도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로 그렇게 빈번한 작업은 아닙니다. 바빠서 잊었을 때는 두 달, 석 달에 한 번씩 하기도 하고요. 한 달에 한번 정도 일기를 PDF로 인쇄할 때 생각난 김에 읽는 편입니다. 비정기적으로는 갑자기 예전 일이 떠올라 일기를 뒤적거리다 쭉 읽어버리기도 합니다. 


원칙(5). 중요한 사건은 책갈피로 따로 모으자

저는 3단계 중요도로 일기 에피소드들을 책갈피하고 있습니다. 


- 1순위 : 인생사건 Top 10

- 2순위 : 인상적인 인생사건

- 3순위 : 월별 핵심사건


인생사건 TOP10은 말 그대로입니다. 여기는 저의 인생사건이라고 부를만한 에피소드들이 책갈피 되어있습니다. 인상적인 사건목록은 탑텐에 약간 못 미치는(?) 사건들이고요. 월별 핵심사건은 이 둘의 후보입니다. 

제가 쓰는 PDF Expert란 앱은 '아웃라인' 기능을 써야 하위분류가 가능합니다.


보통은 일기를 쓰며 '월별 핵심사건'을 골라내서 별도의 캘린더에 기록해 둡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 PDF로 인쇄를 할 때 월별 핵심사건 캘린더를 따로 하나 더 인쇄합니다.


월별 핵심사건 캘린더는 이렇게 '월 보기'로 따로 인쇄할 수 있습니다.


1순위와 2순위 선정은 느긋하게 그리고 비정기적으로 진행합니다. 여유롭고 기분이 내킬 때 하는 편입니다. 월별 핵심사건시트만 쭉 읽어보며 1순위와 2순위를 골라내는 것입니다. 한 해를 돌아본다는 의미로 연말에 해도 좋습니다. '일기 연말정산' 같은 느낌으로 말입니다.


이 책을 한창 쓰고 있을 때 허지웅 작가님의 에세이를 읽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읽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인생탑텐 고르기'를 만나서 반가움에 소개해봅니다.


'...내 삶을 대표할 수 있는 일곱 가지 장면을 꼽아보세요. 남에게 보여줄 건 아니고 혼자 하시는 겁니다.' (중략) 나는 여태 내 삶이 농담 같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딱히 성공적이지 못한 농담 말이다. 백 명의 관객 가운데 두 명밖에 웃기지 못한 실패한 농담. 그게 내가 생각하는 내 삶이었다. 그런데 일곱 가지 장면을 꼽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꽤 입체적이다. 이야기 속 인물이라고 생각했을 때 적어도 애정을 가지게 되는 종류의 캐릭터 말이다. 일곱 가지 장면을 꼽는 일은 내 삶을 이야기로, 나를 캐릭터로 만든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더 이상 지나가던 행인이 아니다. (중략) 사실 이 과제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어디까지나 혼자만의 작업이어야 한다.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선별한 일곱 가지 장면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중략) 우리의 삶은 남들만큼 비범하고, 남들의 삶은 우리만큼 초라하다.

허지웅
[살고 싶다는 농담]


일기활용 팁 몇 가지

마지막으로 일기 쓰기에서 좀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는 팁 몇 가지 공유해 봅니다.


나만의 기념일 만들기

구글캘린더의 ‘일정반복기능’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인생사건 Top10'  및 '인상 깊은 인생사건'을 개인기념일 캘린더에 등록하고 반복기능을 켜둡니다. 마치 국가 기념일처럼 말입니다. 중요한 역사적 사건의 교훈을 국가기념일을 통해 매년 상기하듯 자신만의 기념일도 그렇게 활용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설정해 두면 교훈 삼아야 할 뼈아픈 인생경험이나 날아갈듯한 행복의 순간을 매년 특정날짜에 반복해서 상기할 수 있습니다.  

일기와 플래너를 한 곳에 쓰면 이렇게 시너지 효과가 납니다.


PDF일기장에 중요한 사건들을 책갈피로 잘 정리해 두더라도 다시 읽는 것마저도 꽤 오래 놓칠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기념일화 해두면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다시 마주칠 수 있는 것입니다. 


가까운 지인들의 생일에도 개인기념일을 따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세부내용에는 함께 했던 소중한 추억들을 메모해두고 있습니다. 저희 집 초등학교 3학년 첫째를 예로 들면 '23년 **이와의 추억들'이라든지 '23년 **이는 어땠는지'에 대한 기록을 합니다. 생일파티를 어떻게 했는지도 좋은 주제입니다.


23년 첫째와 어떤 추억이 있었는지 등을 써둡니다


시나리오 대본 쓰듯 일기 쓰기

때로는 인상 깊었던 대화를 시나리오 대본같이 한번 써보시기 바랍니다. 아래와 같이 인물의 대사와 괄호 속 상황, 행동을 함께 쓰면 생생하게 기록을 남길 수 있습니다.


- 나 : (주말에 침대에 누워 휴대폰 보면서) 오늘 도저히 피곤해서 못 나가겠다.
- 와이프 : 아니, 그래도 나가야 한다. 사야 할 게 있어.
- 만 9세 첫째 : 아빠, 아까 간다고 했잖아.
- 만 6세 둘째 : (뛰어와서 배를 손바닥으로 친다)
- 나 : (컥하고 일어나며) 갈 수 있습니다!

*현실과 그리 많이 동떨어진 픽션은 아닙니다. 


사실 구별하기, 객관적인 묘사하기

헝가리 출신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3부작 소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보면, 전쟁의 와중에 할머니 집에 맡겨진 쌍둥이 형제가 등장한다. 형제는 사전을 읽으며 철자법을 익히고 일상을 노트에 기록한다. 그들은 명백한 사실만을 문장에 담는다. 이를테면 “할머니는 마녀와 비슷하다”는 표현 대신 “사람들이 할머니를 마녀라고 부른다”라고 쓴다. “당번병은 친절하다”가 아니라 “당번병은 우리에게 모포를 가져다주었다”는 문장을 적는다. 감정을 나타내는 말이 때론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이기주
<글의 품격>

소설 속 인물들이지만 현실의 우리도 배울 가치가 있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첫 직장에서 일할 때 느낀 것도 비슷합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단 나의 해석이 기가 막히게 빨리 튀어나가 버립니다. '그 사람은 진짜 악당이었어'라는 어렴풋한 해석만 남겨놓으면 대체 어떤 행동을 상대방이 했기에 그렇게까지 생각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성장하려면 과거의 나 자신에게도 따져 물을 수 있어야 하는데 기록도, 기억도 남아있지 않으면 그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습니다. 


일기로 '있는 그대로의 사실들'을 기록하는 훈련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사실들을 나열해놓고 나면 해석은 자연스레 따라옵니다. 사실을 다 인식하기도 전에 해석이 먼저 튀어나오면 성급한 분노나 오판에 빠지기 쉬운 것입니다. 일기를 통해 사실과 해석, 사실과 주장을 구분하는 훈련이 되면 일터와 가정 등에서 두루두루 쓸모가 있을 것입니다. 


일기 프롬프트 활용하기

해외의 온라인 서점에서 일기 관련 참고도서를 찾다가 일기 프롬프트 Journaling Prompts란 이름의 책들을 만났습니다. 어떤 주제로 일기를 써야 할지 막막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질문들을 모아놓은 책인데 저처럼 '시간표식 일기'를 쓰는 경우에는 이런 주제에 대한 고민이 덜하긴 합니다. 있었던 일을 쭉 나열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일기 프롬프트가 시간표식 일기에 유용할 때도 있습니다. 다양한 주제의 질문은 기록대상의 범위를 넓혀주니까요. 예를 들면  일기 프롬프트에 '가장 좋아하는 노래 목록을 만들어보세요'란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읽고 보니 운전하거나 글작업을 할 때 자주 들었던 노래들이 있는데 노래제목을 일기에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좋은 곡을 들으면 영감도 떠오르고 신선한 감정도 떠올라서 좋았었던 기억이 아직 있는데 말입니다.


시간표식 일기를 빈틈없이 쓰다 보면 마치 하루의 모든 것을 다 기록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기록된 각 시간별 활동도 선별과 요약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기록되지 않은 것들이 여전히 더 많습니다. 


프롬프트를 읽다 보면 이렇게 기록에서 제외되고 있던 주제를 눈치챌 수 있어 유용합니다. 뿐만 아니라 중요한 사건들을 주제별로 묶고 싶을 때도 유용합니다. 예를 들면 '내가 저지른 최악의 실수 또는 내가 해낸 최고의 업적'이란 상위분류를 만들어 일기 에피소드들을 모을 수 있습니다.


프롬프트 몇 가지 공유해 봅니다.


[기억에 관해]

-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일어나 버린 일이 있다면 써보세요

- 무엇이 또는 누가 가장 그리운가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하루 성찰]

- 오늘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던 일은 무엇인가요?

- 오늘 24시간 동안 어떤 일에 얼마큼 시간을 썼는지 목록을 만들어보세요. (시간표식 일기네요.)


[주간 성찰]

- 이번주에 무언가를 깨달았던 순간이 언제였나요?

- 이번주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백]

- 내가 저지른 최악의 실수, 잘못은 무엇인가요? (물론 그 반대도 좋은 주제겠죠.)

- 나 자신이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어떤 부분이며 이유는 무엇인가요?


[취향]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목록을 만들어보세요.

-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목록을 만들어보세요.


[행복]

- 현시대의 가장 좋은 점을 써보세요.

- 현시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맥킨지 리드 Mackenzie Reed,

[500 Journal Writing Promp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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