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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PDF로 보관하는 이유

구글캘린더에 일기를 그대로 둬도 꽤 괜찮은 일기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몇몇 이유로 한 달에 한번 정도 일기 캘린더만 PDF로 인쇄해서 따로 보관합니다. 


PDF 보관의 이점

1. 책갈피 기능

PDF의 책갈피(또는 아웃라인) 기능을 활용하면 중요한 에피소드만 목록화할 수 있다는 점이 저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장점이었습니다. 일기가 두꺼워질수록 중요한 에피소드만 찾아보기가 힘들어집니다. 종이일기장을 쓸 때는 책밖으로 삐죽 튀어나오는 인덱스 스티커를 쓰기도 했는데 여전히 중요한 사건의 제목을 목록으로 쭉 훑어볼 수는 없어서 이 일기장, 저 일기장을 뒤져가며 찾아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왼쪽) 실제 제 일기장의 책갈피들입니다. (오른쪽) 책갈피 위계화


시간표식 일기까지 쓰게 되니 일기가 더 두꺼워졌고 의미 있는 에피소드를 따로 목록으로 만들어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PDF의 책갈피 기능이 이 작업에 아주 딱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책갈피를 *상, 하위 목록으로 나눌 수 있다 보니 중요도 순으로, 주제별로 분류하기도 정말 편했습니다. 


*이 기능이 없는 PDF 프로그램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쓰는 PDF Expert(애플 운영체제)와 Foxit Reader(윈도 운영체제)는 가능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2. 편집기능

일기를 PDF로 만들어놓으면 손글씨 및 텍스트 메모, 하이라이트 표시 등 주석기능을 활용할 수 있어서 유용합니다. 저는 일기를 다시 읽을 때 책 읽듯이 밑줄을 긋고 메모를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라 이런 기능들이 거의 필수적입니다. 쓸 말이 더 있으면 빈 페이지도 중간에 추가하기도 쉽습니다. 여행이나 나들이 일기는 사진이 들어가야 할 때도 있는데 이 또한 PDF에서 간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사진 사이즈도 조절 가능합니다. 물론 편집기능 또한 책갈피 기능과 마찬가지로 PDF 프로그램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먼저 확인해 보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왼쪽) 밑줄긋기와 메모하기 (오른쪽)사진 넣기


3. 보안기능

PDF파일은 개별로 비밀번호 잠금이 된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물론 스마트폰, 노트북 등 기기별로 기본적인 비밀번호 잠금이 있기 때문에 캘린더에 일기를 그냥 둬도 보안이 취약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일기장 파일 하나만 개별로 잠금이 되니 더 안심이 됩니다. 이중 잠금장치인 것이죠. 


구글캘린더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자체 보안이 좋은 편이긴 하지만 상시 로그인 되어 있는 집이나 직장에서 다른 사람이 잠깐 컴퓨터를 사용하다가 보게 될 여지가 없진 않습니다. 그런 내용은 PDF로 일기 캘린더를 인쇄한 다음에 그곳에 써둡니다. 정말 누가 보면 안 될만한 일기는 따로 '비밀일기장'을 마련해서 써두기도 하고요. 


4. 통합보관의 이점

일기장을 다른 앱으로 바꾸더라도 기존 일기와 함께 통합보관하기 유리한 점도 PDF의 이점입니다. PDF 끼리는 이어 붙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신상 일기앱을 쓰고 싶으면 꼭 먼저 ‘인쇄 또는 내보내기’ 기능이 있는지부터 살핍니다. 저는 평생 일기를 쓰고 보관할 예정이기 때문에 20년 뒤, 30년 뒤를 생각합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지금 그대로인 앱이 얼마나 될까요? 그 정도 시간이면 스마트폰 중심의 디지털 생태계 자체가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좀 더 짧게 보더라도 언제 갑자기 앱이 구독화, 유료화될지도 모릅니다. 플래너라면 몰라도 일기는 언제든지 편리하게 옮길 수 있어야 합니다. PDF포맷은 오래 동안 생존해 왔고 정 안되면 종이인쇄 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애플과 윈도 운영체제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등 호환성도 좋기 때문에 저는 일기를 이 포맷으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모든 일기를 PDF 1개의 파일에 담아서 관리하면 책갈피와 검색 기능의 효과도 극대화됩니다. 중요한 사건의 책갈피 목록을 한 곳에 모두 모아서 볼 수 있고 또 제목을 터치하면 곧바로 그 페이지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일기내용이 PDF 파일이 몇 개로 나뉘어있거나 다른 앱에 분산되어 있으면 책갈피 목록도 분산되고 검색도 각각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깁니다.


5. 종이인쇄 용이함

저는 때로 일기를 종이로 인쇄해서 3공 바인더에 넣어두기도 합니다. 만년필로 책을 읽듯이 밑줄 그어가며 메모를 남기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랜섬웨어 같은 디지털 해킹의 위험에 완전히 면역이라는 이점도 있습니다. 물론 이 종이 일기장을 누가 읽어보지 않도록 추가적인 보안을 해야 하지만요. 


종이일기장을 금고에 보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보다는 좀 더 간결하게 하고 싶다면 플라스틱 커버의 3공 바인더 커버에 1공 펀치로 구멍을 내서 소형 자물쇠를 채우는 방법도 있습니다. 22년 전 저의 첫 일기장도 이런 자물쇠 걸이가 있었습니다. 


(왼쪽) 22년 전 첫 일기장 (오른쪽) 19년 전 군생활 수첩 및 일기장


PDF 인쇄 결과물

우선 *구글캘린더와 애플캘린더 웹버전으로 일기를 인쇄한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알아본 캘린더 앱 중에서 PDF 인쇄가 가능한 것은 구글캘린더와 애플의 기본캘린더 밖에 없었습니다.



구글캘린더의 PDF인쇄

웹버전의 구글캘린더 PDF 인쇄하기

애플과 구글의 캘린더 둘 다 웹버전(노트북 및 데스크톱의 브라우저로 구글캘린더에 접속)에서만 'PDF 인쇄하기'가 가능합니다. 저는 꼭 [일정] 보기 형태로 전환한 다음 인쇄합니다. 순수하게 텍스트만 뽑아내서 정렬해 주기 때문에 좋게 말하면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나중에 일기를 다시 읽을 때 메모할 수 있는 여백도 넉넉해서 좋고요. 단점으로는 시간이 시각적으로 표현되지 않으며 디자인이 투박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대략 1년 전쯤부터 구글캘린더와 연동되는 애플의 기본캘린더로 일기를 인쇄하고 있습니다.


애플 기본캘린더의 PDF 인쇄

애플의 노트북 또는 데스크톱의 기본캘린더를 '일일 보기'로 인쇄하면 아래 왼편 그림의 모양으로 나오는데 한결 나아 보입니다. 방금 언급한 구글캘린더 양식의 단점이 해결됩니다. 

(왼쪽) 애플 캘린더의 PDF 인쇄. (오른쪽) 여백만드는 팁


하지만 애플캘린더도 단점이 없진 않습니다. 세부사항 메모가 표시되는 곳에 여백공간이 별로 없습니다. 저는 읽기를 다시 읽을 때 밑줄을 긋고 메모를 자주 남기는 편이어서 꽤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것은 위 오른쪽 사진처럼 저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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