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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영상보다 나은 점

독서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런 영상을 추천해줬다. 


https://www.youtube.com/watch?v=7-JQTTgQfi0

이 이야기도 나온지 꽤 된 걸로 기억한다.


영상의 제목은 독서가 정답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할 것 같지만 살짝 '어그로성' 제목이었다. 영상 제작자께서 '독서는 독서대로, 영상매체는 그것대로 이점이 있다'는 균형잡힌 결론을 내리며 영상을 마무리 짓는다. 나 또한 동의한다. 다만 독서가 영상보다 더 나은 점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한가지 보태고 싶어서 브런치스토리에다 글을 남겨본다. 브런치스토리는 글공장 같은 곳이니 역시 유의미한 이야기일테다. 


텍스트에는 토를 달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독서할 때 읽는 글에는 메모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나란히 한곳에 놓일 수 있다. 영상에도 물론 특정 장면에 편집으로 메모를 남길 수 있지만 아무리 그 내용이 좋다하더라도 영상을 다운로드 해서 특정 장면에 편집으로 메모를 남기는 사람을 본적이 있는가? 잘 모르겠지만, 거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글은 어떤가? 종이책이라면 펜만 있으면 어느 문장에든 메모를 남길 수 있다. 전자책이라면 밀리의서재나 리디북스 등 독서 앱들은 모두 밑줄 및 메모 기능을 모두 지원한다. 온라인 뉴스나 브런치스토리의 글은 내 메모장에 복사붙여넣기하기나 그게 안되면 직접 타이핑해서 거기에 메모를 달 수 있다(물론 영상도 이렇게 텍스트화 할 수 있다). 영감을 준 문장에 고마움과 나만의 생각과 경험을 덧붙여 써둘 수 있다. 의문도 남길 수 있다. 어느새 저자의 글은 나의 글과 결합된다. 이전과는 다른 책이 되는 것이다. 


소위말하는 '비판적 사고'를 하기 좋다. '토를 달 수 있다'는 말은 그런 뜻이다. 영상 또는 팟캐스트는 강사 또는 연사의 페이스대로, 계획대로 쭉 들어야만 하는 매체다. 들으면서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긴 하지만 시간적으로 여유롭지 않다. 그 사이에 또 새로운 내용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일시정지해도 되지만 기억이 안나는 부분은 또 다시 돌려 들어야 한다. 텍스트라면 눈길 한번만 줘도 되는데 말이다. 한편으로는 제한된 시간내에 효율적으로 지식을 흡수하듯 쭉 들이키기 좋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짜뉴스, 편파지식 같은 독도 쭉 주입되어버리기 쉽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영상이나 팟캐스트는 제작자의 의도대로 생각을 주입받기 쉽다. 


반면에 텍스트는 거름망을 치기 좋다. 메신저 즉 화자의 배경과 외모, 제스쳐 그리고 화련한 편집과 디자인에 휘둘리지 않고 메세지 그 자체를 보기에 최적인 매체다. 저자의 생각에 내 생각이란 층을 더할 수 있고 또 일방적으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게 해준다는 큰 장점이 있는 매체다. 그러고보면 독서를 하면서 메모를 하지 않는 것은 꽤 손해다. 일기쓰기로 내 인생이란 책에 메모를 하게 된 것 또한 이런 신념의 영향일테다.


이런 쓸모를 돌이켜봤을 때 독서와 텍스트의 시대가 완전히 저물 일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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