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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0명이 실망을 겪을 날

제11회 브런치북 발표 1일전

이렇게 말하니까 좀 퉁명스러워 보인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 제11회 공모전 발표날에 관한 이야기다. 내일이다. 이번에 대략 대략 4,000명 정도가 도전했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내일 기쁨을 누릴 사람은(아마 이미 연락 받아서 알고 있으실테지만) 딱 10명이다. 그러니 나머지 3,990명은 각각 정도는 다르겠지만 내일은 실망의 날이다. 뭐 모두 동의하에 이 일에 참여한 것이니 부당하단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현상 그 자체만 말하는 것이다. 


나도 연락을 받지 못한 3,990명 쪽에 속하기 때문에 예약된 실패를 이미 지난주 부터 씁쓸하게 맛보고 있었다. 내일은 그냥 실낱같은 기대감을 확인사살(?)하는 날일 뿐이다. 


예전에 대학교 시절, '죽음수용의 단계'에 대해 배운 적이 있는데 내가 지난주 겪은 단계와 비슷하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아 구글 바드에게 물어봤더니 친절하게 잘 설명해준다. 


[구글 바드 23년 12월]

"죽음을 수긍하는 단계는 미국의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Elizabeth Kubler-Ross)가 말기 환자들을 연구하여 도출한 "죽음의 5단계"입니다. 이 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1)부정(denial):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현실을 부정하는 단계입니다. "내가 죽을 리 없어요.", "이건 꿈일 거야."와 같은 말을 하며 현실을 외면합니다.

2)분노(anger):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분노를 느끼는 단계입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왜 다른 사람은 살아 있고 나는 죽어야 하는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며 분노를 표출합니다.

3)타협(bargaining): 죽음을 피하기 위해 무언가를 바라는 단계입니다. "하느님, 만약 내가 이 병을 고치면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겠어요."와 같이 죽음을 피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4)우울(depression): 죽음을 받아들이고 슬픔을 느끼는 단계입니다. 죽음을 앞둔 자신의 모습, 그리고 남겨질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슬픔을 느낍니다.

5)수용(acceptance): 죽음을 받아들이고 평온을 찾는 단계입니다. 죽음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고 합니다.

이 단계는 반드시 순서대로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또한, 사람마다 각 단계를 겪는 기간과 강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떨어질 가능성을 부정하진 않았어서 '부정'의 단계가 그리 강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몇일 더 기다려보자. 아직 일주일 남았잖아? 아직 떨어졌다고 확신할 순 없어'정도 였다. 하지만 우울과 분노는 있었다.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시간을 따로 내어서 정말 애를 써서 쓴 책이고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일기에 관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애쓴 만큼 실망감도 이에 비례할 수 밖에 없었다. 마음을 쏟아서 한 일에 대한 마음의 비합리적인 반응은 알아도 막을 수 없다. 


다음 단계는 타협과 비슷했다. '자존감의 죽음'을 피하려 이런 저런 애를 쓰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실패한 원인'을 따져보는 것이었다. 합당한 이유가 있어서 실패했다면 자존감을 조금은 건져 올릴 수 있지 않은가. 


브런치스토리에서 공모전 실패후기를 몇개 읽었는데 두개의 글이 눈에 띄었다. 하나는 10개의 출판사가 살피는 것이니 확실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고 핑계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2달 안에 각 출판사가 8,000권씩 살펴보는 것이니 한권 한권 다 제대로 읽어볼 수 없다, 책이 재평가 받을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후자쪽으로 더 기울었다. 그저 전자가 자존감을 떨어뜨리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10개의 출판사가 1번에서 1,000번까지의 책을 살피고 다음 출판사가 1,001번부터 2,000번까지의 책을 살피는 것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각 출판사들이 8,000권 전부를 검토할 것 아닌가. 1명의 직원이 약 2달(근무일 40일)동안 이 작업을 전담한다면 하루에 200권씩 읽어야 한다. 10명의 직원이 전담한다면 하루에 20권씩 읽어야 한다. 20명이면 10권이다. 하루에 10권이라니! 어디 그것 뿐인가. 읽어온 사람들이 회의도 해야할 것 아닌가. 아마도 제목과 목차를 보고 빠르게 넘어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서 후자로 기울었다. 


실패하면 플랜B로 넘어가야겠다며 나름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개인투고나 펀딩 같은 것도 떠올랐다. 나름 대처를 하고나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그리고 이제 하루 남았다. 이제는 '수용 단계'에 다다랐다고 생각한다. 


그러자 수상 여부에만 쏠려있었던 관심이 환기가 되었고 원래 브런치북이 나오면 하고 싶었던 이런저런 일들에 다시금 관심이 배분되기 시작한다. 


3,990명의 동료 여러분들도 편안함에 얼른 다다르시길 바라본다. 


그리고 내일의 주인공이신 10명께는 축하를 전해드린다.


[펜메모덕후의 제11회 공모전 도전 브런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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