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6. 01 드라마처럼 기억되는 날.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다. 당연한 삶의 이치지만 가끔 뜻하지 않거나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이별은 드라마틱하고 더 선명하게 기억된다. 존경하는 아빠와 이별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
우리 세대의 아버지들이 그렇듯, 아빠도 가족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부지런하게 그리고 욕심 없이 삶을 살아오셨고 강한 정신력을 지닌 분으로 기억한다. 어렸을 때 목욕탕을 가면 아빠의 등은 학교 운동장만큼 넓고 단단했었다. 야속한 시간은 흘러 몸이 약해지셨을 때 제주로 이주했던 나에게 "세 식구밖에 없는 우리 가족이 스킨십 하며 지냈으면 좋겠다."며 2014년 10월 7일 도시 생활을 다 정리하고는 내가 있는 제주로 이주하셨다. (정말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다행히 제주에서 아빠와 엄마는 풍광을 벗 삼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셨고, 아빠의 뜻대로 세 식구가 서로 표현하고 스킨십 하며 편안하게 지냈다. 아마 이 시기가 아빠와 엄마에게는 고되게 달려온 삶에서 맞은 첫 휴식이었을 것이다. 비록 그 휴식이 지나오신 삶에 비하며 너무 짧았지만.
건강하고 평온할 것만 같았던 아빠의 휴식은 예상하지 못했던 시기에 찾아왔고 더 이상 눈으로 손으로 스킨십을 하지 못하게 됐다. 이별을 하면 그 때야 하는 후회들이 생긴다. 아빠와 단 둘이 여행을 가지 못했던 것, 더 따뜻하게 포옹하지 못했던 것, 여자 친구를 한 번도 보여드리지 않았던 것 등.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아빠는 내가 내려드린 커피를 가장 좋아했고(특히 코스타리카 원두) 대화와 스킨십이 잦았던 우리 가족이라 위안이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아빠의 '꿈'을 물어보지 못했고, 듣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평범한 가정의 아빠, 그리고 우리 세대의 아버지들은 가족과 자식들을 위해서 살아가시는 분들이 많다. 자식의 꿈과 하고 싶은 일들에는 물심양면 아낌없이 사랑을 주신다. 아빠도 나와 똑같은 시절이 있었을 것이고, 꿈이 있었을 것이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아빠는 꿈이 무엇이고, 그 꿈은 이루었을지 궁금했다.
아빠와 이별 뒤에는 다행히 가깝고 풍광 좋은 곳에 계셔서 언제고 달려가 마음으로 스킨십을 하며 지내고 있지만, 갈 때마다 대답 없는 질문만 하고 내려온다. "아빠는 꿈이 뭐예요? 뭐였어요?"
2017년 6월 1일 오늘도 보고 싶은 아빠에게 달려가 물었지만 대답 대신, 청명한 하늘 아래서 새소리를 벗 삼고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 느끼시며 편히 계시는 것 같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