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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노미노 Sep 04. 2017

마티치 영입으로 포그바의 공격력은 살아났을까?

포그바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니라 중앙 미드필더다

1.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공격전술은 포그바의 '공격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없는 형태입니다. 맨유의 공격전술이 '중앙지향적'이기 때문인데요. 맨유는 공격 상황에서 공격형 미드필더인 미키타리안, 좌우 윙포워드로 출전하는 마타레쉬포드(마샬)가 모두 중앙으로 움직입니다. 상대의 페널티박스 앞에 공격수들이 모여있고, 볼이 투입되면 중앙에서 짧은 패스로 공격을 진행하는 형태죠.


(EPL 1R 맨유의 패스맵. 포그바 위로 미키타리안과 마타가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맨유의 이런 공격전술에서 포그바는 공격지역으로 전진할 수 없습니다. 앞선에 마타, 미키타리안 등 맨유의 공격진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으니 포그바가 전진할 공간이 사라지는 겁니다. 만약 포그바가 전진하더라도 동료 공격수들과 위치가 겹치게 되겠죠.

자연스레 포그바의 플레이 위치는 내려가게 되고, 그만큼 포그바의 공격력은 발휘될 수 없습니다.

(포그바의 플레이 위치. 포그바는 앞선에 모여있는 맨유의 공격수들 뒤에서 플레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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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반면 포그바가 공격적으로 좋은 활약을 하는 경기는 선수배치부터 달라집니다. 무리뉴는 포그바를 공격적으로 활용할 때, 앞선에 위치한 공격수 한 명(마타 혹은 미키타리안)을 빼고 미드필더 한 명(펠라이니 혹은 에레라)을 투입합니다.


앞선의 선수숫자를 줄여 포그바가 공격적으로 전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미드필더 숫자를 늘려 포그바가 높게 올라가도 중원에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대비하는 겁니다. 최근 경기에서 무리뉴가 경기막판 사용하는 선수배치죠.


포그바는 좀 더 높은 위치에서 플레이하게 되고, 자신의 공격적인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습니다.



(맨유 미드필더의 변화. 포그바가 어떤 위치에 서느냐에 따라 포그바의 공격력은 달라집니다.)



(포그바의 공격적 활용. 앞선에 미키타리안이나 마타가 없으면, 포그바는 공격적으로 전진할 수 있습니다.)



결국 무리뉴의 선택에 따라서 포그바의 역할은 크게 달라집니다. 미키타리안, 마타를 모두 기용할 때 포그바는 한 발 뒤로 물러나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되고, 앞선의 공격수가 한 명 빠졌을 때는 포그바가 마치 공격형 미드필더와 같은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즉 포그바가 공격적인 재능을 발휘하고 싶다면 마티치, 에레라, 펠라이니 같은 중원자원이 아니라 미키타리안, 마타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과 주전경쟁을 해야 합니다. 앞선의 공격자원을 빼고, 자신의 공격력을 활용할 때 팀의 공격력이 더 날카로워진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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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러나 최근 무리뉴의 선택은 포그바의 공격력이 아니라 미키타리안과 마타를 모두 기용하는 것입니다. 포그바는 한 발 뒤에서 마티치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합니다.


포그바는 마티치와 함께 중원을 장악하고, 앞선의 공격수에게 볼을 배급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중원에서 볼을 배급하는 역할과 앞선에서 볼을 받는 역할은 분명히 다르죠. 상대 지역으로 침투하기 보다는 중원의 밸런스를 맞춰야 하고, 공격적인 드리블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패스를 공급해야 합니다.

 


(현재 맨유에서 포그바의 역할은 앞선의 공격수들에게 패스를 공급하는 역할입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포그바에게 일정 수준의 '수비력'이 요구된다는 사실입니다. 공격 상황에서는 한 발 뒤에서 역습에 대비해야 하고, 수비 상황에서는 수비라인을 보호해줘야 합니다. 특히 맨유의 '중앙지향적'인 공격 특성상 측면 공격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풀백(발렌시아)이 높게 올라가야 하는데, 이 때 측면 공간을 커버하는 것도 포그바의 몫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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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쉽게도 포그바는 '중앙미드필더'라는 역할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애초에 유벤투스에서 폭발했던 포그바의 잠재력은 드리블이나 슈팅과 같은 공격적인 요소였는데, 이건 '중앙미드필더'보다 '공격형미드필더'에 어울리는 특징이죠.

유벤투스 시절엔 앞선에서 피를로, 마르키시오, 비달의 패스를 받는 역할이었지만, 맨유에선 후방에서 마타, 미키타리안에게 패스를 주는 역할을 맡고 있으니 포그바가 가진 공격적인 장점이 발휘되지 못하는 모습인데요.

'중앙미드필더'에선 오히려 포그바가 가진 단점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압박과 수비에 적극적이지 못하니 수비를 보호하는 것에 약점을 보이고, 장점이었던 모험적인 패스나 드리블은 중원에서 오히려 안정감이 떨어지는 플레이가 되기도 합니다.

(포그바의 움직임을 따라가보세요. 포그바는 중원에서 수비가담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포그바가 현재의 역할에서 좀 더 좋은 활약을 하려면, 득점이나 도움처럼 공격적인 요소가 아니라 경기조율이나 수비라인보호같은 플레이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리뉴가 포그바에게 원하는 게 득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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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결국 무리뉴가 마티치를 영입한 건 포그바의 공격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난시즌 부족했던 중원의 수비력을 보완하기 위해 영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포그바는 마티치라는 좋은 수비력을 가진 미드필더와 중원에서 짝을 이루게 되었을 뿐, 마티치 덕분에 수비적인 역할이 줄어들었다거나 공격적으로 전진배치되지 않았죠.


물론 무리뉴가 에레라(펠라이니), 마티치, 포그바로 이어지는 중원라인을 메인전술로 사용하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3라운드를 치른 시즌 초반을 보면 무리뉴의 전술은 포그바의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데 있지 않아 보이네요.


맨유에서의 두 번째 시즌. 포그바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얼마나 적응할 수 있느냐가 포그바의 개인적인 성장이나 맨유의 성적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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