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 vs 나폴리 리뷰
1.
맨시티와 나폴리는 서로 비슷한 축구철학을 공유합니다. 최후방부터 짧은 패스로 볼을 확실하게 점유하고, 최전방에서는 기동력을 바탕으로 빠른 공격전개와 쉴 틈 없는 전방압박을 보여줍니다.
그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특징은 최전방 3톱과 중앙 미드필더 사이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는 겁니다. 공격 상황에서 맨시티와 나폴리의 중앙 미드필더(맨시티의 경우 실바와 데브라이너, 나폴리는 함식과 알랑)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전진합니다. 결국 최전방 공격수들과 중앙 미드필더까지. 굉장이 많은 선수가 공격지역에 배치됩니다.
최전방 공격숫자가 많다는 건 맨시티와 나폴리의 전술에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요. 최전방에 공격숫자가 많기 때문에 전방압박을 강력하게 시도할 수 있고, 상대 페널티박스 안에 많은 선수가 쇄도해 들어가는 공격적인 경기운영이 가능해집니다.
(맨시티와 나폴리의 강도 높은 전방압박은 최전방의 선수숫자가 많기에 가능합니다.)
2.
이처럼 최전방에 공격숫자를 많이 투입하면서 강력한 전방압박을 시도하는 두 팀이 만났을 때, 승부를 가르는 포인트는 '상대의 전방압박을 벗어날 수 있느냐'입니다. 상대의 강력한 전방압박을 벗어나기만 하면, 상대적으로 숫자가 부족한 수비 뒷공간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후방에서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가는 양 팀의 특성상, 전방압박과 탈압박의 대결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상대의 볼을 전방에서 빼앗으면 곧바로 득점찬스를 만들 수 있고, 반면에 상대의 전방압박을 벗어나는 데 성공하면 역시 좋은 득점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맨시티는 전반 30분 동안 이 지점에서 나폴리를 완벽하게 압도했습니다. 전방압박으로 나폴리의 후방 빌드업을 차단했고, 후방에서는 나폴리의 전방압박을 손쉽게 벗어났죠. 압박과 탈압박을 시도하는 팀의 조직력, 개개인의 기동력과 기술적인 측면 모두에서 맨시티가 우위를 보였습니다. 나폴리는 맨시티의 전방압박에 막혀 제대로 된 빌드업조차 하지 못했고, 후방에서 볼을 빼앗겨 계속해서 실점위기를 맞이했습니다.
(맨시티는 전방압박을 통해 나폴리의 후방 빌드업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한 나폴리의 전방압박을 유연하게 벗어나는 데 성공했죠.)
(그 결과 맨시티는 전반 30분 동안 경기를 완벽하게 지배했습니다.)
3.
맨시티가 나폴리를 압도하는 동안, 전술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좌측면 수비수로 출전한 델프의 움직임이었습니다. 델프는 측면 수비수로 출전했지만, 측면이 아닌 중앙으로 움직여 팀의 후방 빌드업에 가담했습니다.
사실 측면 수비수가 중앙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과르디올라의 전술에서 그리 놀라운 모습은 아닙니다. 뮌헨시절 람과 알라바의 움직임부터, 당장 지난시즌만 해도 맨시티의 좌우 측면 수비수들은 중앙으로 움직여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줬죠. 지난시즌 페르난지뉴가 종종 측면 수비수로 출전하고, 최근 델프가 측면 수비수로 출전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측면이 아닌 중앙에서 플레이하기 때문입니다.
(나폴리전 맨시티의 패스맵. 델프가 중앙에 위치하고, 중앙 수비수와 많은 패스를 주고 받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측면 수비수가 중앙으로 움직이면서 가지게 되는 장점은 두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 이점은 짧은 패스로 빌드업을 시작할 때 중앙 수비수가 전방으로 연결할 수 있는 패스 선택지가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델프는 팀이 후방 빌드업을 시작할 때, 중앙으로 움직여 페르난지뉴와 함께 중앙 수비수 바로 앞 공간에 위치합니다. 중앙 수비수의 패스 선택지는 페르난지뉴가 혼자 있을 때보다 늘어나게 되고, 상대 압박을 보다 수월하게 벗어날 수 있습니다.
측면이 아닌 중앙에 패스 선택지가 많아진다는 건 공격전개에 큰 이점이 됩니다. 측면에는 터치라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측면으로 볼이 전개되면 공격전개의 방향이 한정적인 반면에, 중앙으로 볼이 전개되면 공격의 전개방향은 한없이 자유로워지게 됩니다. 측면과 다르게 전후좌우가 자유로운 만큼 중앙은 상대의 압박을 어디서든 받을 수 있는 위치지만, 압박을 이겨내고 볼이 전개되기만 하면 공격은 더욱 다채로워지는 것이죠.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델프가 중앙에 위치해주기 때문에 맨시티는 보다 수월하게 탈압박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중원으로 진행되는 후방 빌드업은 공격전개를 여러방향으로 전개할 수 있게 만듭니다.)
두 번째 이점은 실바와 데브라이너가 후방 빌드업을 위해 내려오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델프가 중앙으로 움직이면서, 실바와 데브라이너의 후방 빌드업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실바와 데브라이너는 좀 더 높은 위치에서 볼을 받게 됩니다. 델프의 움직임 덕분에 맨시티는 중앙 미드필더를 높게 전진시켜 공격숫자를 늘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후방 빌드업 과정부터 공격적인 선수배치를 염두에 둔 과르디올라 전술의 짜임새를 볼 수 있는 부분이죠.
여기서 잊지 않아야 할 부분은, 측면 수비수가 자리를 비우고 중앙으로 움직여 패스 선택지를 늘려줄 수 있는 건 측면 수비수가 중앙으로 움직이는 대신 사네와 스털링이 측면에서 볼을 받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기 때문이란 것입니다.
4.
사네와 스털링은 좌우 측면을 넓게 오가면서 볼을 받아주는데요. 여기서 맨시티와 나폴리가 추구하는 공격전개의 차이점이 만들어집니다. 두 팀은 기본적으로 공격숫자를 늘린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맨시티는 공간을 보다 넓게 활용하고, 나폴리는 좁게 활용합니다. 맨시티가 사네를 왼쪽, 스털링을 오른쪽에 배치해 측면을 파고드는 반면에 나폴리는 공격의 중심이 되는 인시녜를 왼쪽에 배치해 중앙으로 파고들게 하죠.
맨시티는 사네와 스털링을 이용해 측면으로 넓고 빠르게 볼을 전환하면서 상대 수비에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상대수비가 측면으로 움직이며 중앙수비에 공간이 발생하면, 빠르게 그 틈을 파고 들죠. 나폴리전 첫 골도 이러한 형태로 만들어집니다.
(맨시티의 첫 골은 좌우로 볼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수비가 좌우로 흔들리는 순간, 맨시티의 공격수들은 그 틈을 파고 들어갑니다.)
반면 나폴리는 공격숫자가 많은 것을 활용해 공격진의 짧은 패스 플레이를 극대화 시킵니다. 그 결과, 좁은 공간에서의 공격전개. 특히 인시녜와 함식, 굴람이 위치한 방향으로 볼이 전개되는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습니다. 나폴리는 화려한 패스웍으로 상대를 붕괴시키죠.
그러나 그 패스 플레이가 통하지 않을 때 한계에 봉착합니다. 볼을 전환하는 상황이 적다보니 상대수비는 나폴리를 상대할 때 수비공간을 촘촘하게 유지하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맨시티 전은 이러한 단점이 나타난 경기였죠.
(나폴리의 공격은 아주 짧은 패스웍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특히 인시녜, 함식, 굴람이 위치한 쪽에서 짧은 패스웍이 발휘됩니다.)
결국 맨시티가 좌우를 넓게 활용해 나폴리 수비에 구멍을 만들어낸 반면 나폴리는 짧은 패스플레이에 집중했지만 맨시티 수비에 틈을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5.
나폴리는 이처럼 맨시티에게 경기 내내 압도 당했지만, 경기를 뒤집을 흐름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알랑이 투입되는 시점부터 맨시티를 몰아 붙이기 시작했는데요. 후반전에 들어서면서 맨시티의 에너지가 급격하게 떨어졌고, 알랑을 중심으로 나폴리가 맨시티를 강하게 압박했죠. 전반전과 다르게 맨시티의 후방 빌드업이 나폴리의 전방압박에 가로막히면서 나폴리가 결정적인 찬스를 자주 맞이했습니다.
(알랑이 투입된 후 경기의 흐름이 바뀝니다. 알랑은 맨시티의 후방 빌드업을 끊어내며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냈죠.)
결국 치열한 압박싸움이 전개되는 경기에서는 팀의 조직적인 압박도 중요하지만, 선수 개개인의 기동력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는데요. 나폴리가 체력관리를 위해 주전멤버인 조르지뉴와 알랑을 제외하지 않았다면, 경기 초반부터 좀 더 치열한 경기를 펼칠 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두 팀은 2주 뒤 나폴리 홈에서 다시 맞붙게 되는데요. 맨시티가 다시 나폴리를 압도할지, 나폴리가 맨시티에게 무기력하게 압도당할 전력이 아니란 것을 입증할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