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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노미노 Jan 30. 2017

맨체스터 시티 16/17시즌 전술 분석

시즌 중반기 전술 분석

맨체스터 시티 16/17 시즌 중반기 전술 분석


 올 시즌 초반, 전술적으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팀은 ‘맨시티’가 아닐까 합니다. ‘펩 과르디올라’라는 감독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시즌 개막 후 10연승을 기록한 맨시티의 초반 성적은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죠.

 물론 10연승 뒤의 성적은 좋지 않지만, 확실한 전술 컨셉을 가지고 이루어지는 맨시티의 축구가 전술적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선수들이 과르디올라의 전술에 녹아드는 듯하면서도 헤매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네요.

 이번 글에서는 올 시즌 과르디올라 체제에서 맨시티가 보여주는 축구의 특징과 문제점을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포메이션 상으로 4123을 기준으로 분석을 진행했지만 맨시티가 3백을 사용하거나 다른 포메이션을 사용할 때도 결국 전술의 큰 틀은 같기 때문에, 전체적인 맨시티 전술의 분석이라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술적 특징


 1. 데브라이너와 실바의 활용

 

 맨시티 전술의 핵심은 데브라이너 – 실바로 이어지는 미드필더 라인입니다. 두 선수는 공수 양면으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맨시티 전술에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죠.

 기본적으로 이 두 선수는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상대 진영 곳곳을 돌아다닙니다. 상대 수비의 빈 공간으로 적극적인 침투를 시도하고, 볼이 있는 곳으로 재빨리 접근해 볼 전개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죠. 하프라인을 넘어서 진행되는 맨시티의 거의 모든 공격 작업은 이 두 선수를 거쳐 진행됩니다.

 뿐만 아니라 왕성한 활동량으로 수비-공격을 오가며 공수 간격을 촘촘히 좁혀주는 역할도 합니다. 공수 양면으로 부지런히 움직여 경기장 어디서든 맨시티의 선수 숫자를 늘려주고, 볼 경합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어주는 선수들이 데브라이너 실바죠.

 맨시티의 전술에서 두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 특히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두 선수의 역할이 워낙 크다 보니 두 선수가 플레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맨시티 전술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ㄱ) 측면 윙포워드, 센터포워드의 움직임


 데브라이너와 실바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을 가져가는 선수들은 양 측면 윙포워드입니다. 보통 놀리토사네스털링나바스가 이 포지션에 위치하는데, 이 선수들의 1차 목표는 데브라이너와 실바를 위해 최대한 상대 수비를 좌우로 벌려놓는 것입니다.

 양 측면 윙포워드는 경기 내내 경기장의 양쪽 사이드라인에 붙어서 상대 측면 수비수가 계속해서 측면으로 움직이게 만듭니다. 두 선수를 따라 상대 측면 수비수가 움직일 때, 상대 중앙 수비와 측면 수비 사이에 발생하는 공간으로 데브라이너와 실바가 빠르게 침투하는 것이죠.

 넓게 퍼져있는 측면 윙포워드에게 볼을 전달해 상대 수비에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을 데브라이너와 실바가 활용하는 형태. 맨시티의 공격 패턴은 대부분 이렇게 이루어집니다.


<측면 공격수가 상대 측면 수비수를 끌어내고, 그 공간으로 데브라이너 혹은 실바가 침투해 들어가는 움직임을 보여줍니다.(움짤에서는 아게로가 침투하고 있네요.)>


<이 장면 역시 동일합니다. 좌우로 넓게 벌려주고, 그 공간 사이로 실바가 침투해 들어가죠.>




(ㄴ) 수비진의 좌우 패스


 이러한 공격 패턴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빠른 좌우 전환이 필수적입니다. 아무리 측면 공격수들이 넓게 퍼져있더라도, 패스의 속도가 느리다면 상대 중앙 수비와 측면 수비가 수비 간격을 유지할 시간적 여유를 주기 때문이죠.

 맨시티는 볼을 좌우로 빠르게 전환시키기 위해서 수비수의 킥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입니다. 중앙에 밀집되어 있는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기 위해, 수비에서 측면으로 한 번에 뿌려주는 롱패스로 볼을 빠르게 전환시켜주는 것이죠.

 좌우로 벌려주는 수비수의 롱패스가 맨시티 전술에 중요한 포인트가 되면서, 과르디올라는 콜라로프의 빠르고 정확한 킥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입니다. 4백의 왼쪽 측면 수비수뿐만 아니라 3백의 왼쪽 수비수, 4백의 중앙 수비수로도 기용하면서 콜라로프의 킥 능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죠.

 이처럼 수비에서 시작되는 1차 빌드업, 특히 정확하고 빠른 롱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의 공간을 흔드는 모습은 과르디올라가 뮌헨에서 보아텡의 롱패스 능력을 활용했던 모습과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콜라로프를 제외한 맨시티의 수비진은 이러한 역할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이 아닌데요. 아시다시피, 수비에서 시작되는 부정확한 패스는 맨시티의 가장 큰 약점이죠.

<과르디올라 체제에서, 좌우로 넓게 벌려주는 콜라로프의 롱패스는 빌드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ㄷ) 측면 수비수의 움직임


 수비를 분산시키려는 측면 윙포워드 및 센터 포워드의 움직임과 수비에서 좌우로 벌려주는 롱패스가 데브라이너와 실바의 공격적인 움직임을 돕고 있다면, 데브라이너와 실바가 공격적으로 전진하면서 자연스레 헐거워지게 되는 미드필드 공간을 커버해 수비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다름 아닌 측면 수비수입니다.

 맨시티의 측면 수비수는 공격 상황에서 측면 오버래핑을 통해 윙포워드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중앙 미드필더 지역으로 움직입니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데브라이너와 실바 때문에 맨시티가 중원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도록 움직이는 것인데요. 중앙으로 움직여 미드필더 지역에 힘을 실어주고, 미드필더를 거쳐 나가는 상대의 역습을 차단하며, 중원에서 빌드업 과정에 참여하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모습 또한 과르디올라가 뮌헨에서 보여줬던 알라바 – 람으로 이어지는 측면 수비의 활용과 유사한데요. 단순하게는 데브라이너와 실바의 공격적인 움직임 때문에 발생하는 공간을 커버하기 위한 움직임이지만 측면과 중앙을 오가면서 공간을 커버하고, 유연하게 빌드업 과정에도 참여해야 하는 복잡한 역할입니다.

 사발레타가 중앙 미드필더로 나오거나, 페르난두가 측면 수비수로 출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맨시티의 측면 수비수가 수행해야 하는 역할이 중앙 미드필더– 측면 수비수 사이에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바, 데브라이너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면, 양 측면 수비수들이 그 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올라옵니다. 오른쪽 사진에서도 양 측면 수비수로 출전한 콜라로프 - 페르난두가 공격 상황에서 중앙 미드필더 위치에 서있죠.>




 이처럼 측면으로 넓게 벌려 데브라이너와 실바가 플레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여러 움직임, 그리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데브라이너-실바가 수비를 흔들어 놓았을 때 생기는 공간으로 움직이는 센터 포워드와 윙포워드의 2,3차적 움직임은 맨시티 공격 작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2. 높은 수비라인, 전방 압박


 데브라이너와 실바가 높게 올라가고, 그 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연쇄작용으로 측면 수비수까지 높게 전진하면서 맨시티는 상대 진영에 많은 선수들을 위치시키게 됩니다. 맨시티는 이점을 공수 양면으로 활용해 전술의 큰 특징으로 삼습니다.

 많은 공격 숫자로 공격을 진행하다가, 볼을 빼앗기면 공격에 참여하던 선수들이 곧바로 상대 수비를 강력하게 압박합니다. 공수가 전환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상대 공격을 지연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 지역에서 볼을 빼앗고 다시 공격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전진 압박을 시도하는 것이죠.

 자연스레 수비라인은 높게 형성됩니다. 효과적으로 압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촘촘한 수비 간격이 유지되어야 하고, 공격수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수비가 전진하게 되죠. 높게 올라온 만큼 상대 공격을 끊지 못했을 때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크지만, 많은 공격 숫자를 활용한 전진 압박은 시즌 초반 10연승의 핵심 요소였습니다.


3. 후방 빌드업과 수비 스위칭


 (ㄱ) 수비 스위칭


 이러한 맨시티의 전술 콘셉트를 형성하는 정체성은 유연한 후방 빌드업을 통한 높은 볼점유율입니다. 후방에서 볼을 안정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동안, 앞선에 위치한 선수들은 보다 높은 라인까지 전진할 수 있게 됩니다. 맨시티는 후방에서 볼을 점유하며 공격에 참여하는 숫자를 늘리고, 공격 작업을 시작합니다.

 맨시티가 지난 시즌과 가장 달라진 점을 꼽으라 하면 바로 이 후방 빌드업 과정일 것입니다. 브라보를 영입하고, 조 하트가 임대를 가야 했을 만큼 과르디올라는 골키퍼부터 수비 전포지션에 이르기까지 후방에 위치한 선수들이 유연하게 볼을 다루길 원하죠. 앞서 언급했던 수비수의 롱패스 능력 또한 이 부분에 해당됩니다.

 맨시티의 후방 빌드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중앙 수비수가 여유롭게 볼을 잡았을 때 아주 적극적으로 전진하고, 페르난지뉴가 그 공간을 자연스럽게 메워준다는 것입니다.

 두 중앙 수비수와 페르난지뉴 간에 아주 자연스러운 스위칭이 이루어집니다. 오타멘디가 전진하면 페르난지뉴가 오타멘디 자리로 내려가고, 뒤이어 스톤스가 전진하면 이번엔 오타멘디가 스톤스 자리로 내려가는. 서로의 위치를 유연하게 바꿔가는 형태입니다.

 서로의 자리를 커버해주면서 과감히 전진하는 수비수의 움직임은 맨시티의 공격 작업을 더 빠르고 위협적이게 만듭니다. 수비가 보다 높은 위치에서 패스를 한다는 것은 공격진에게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할 수 있는 확률을 높여주며, 수비가 올라온 위치만큼 공격진은 골대와 근접한 지점에서 볼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죠.




<수비 간에 스위칭이 이루어지는 모습. 스톤스가 볼을 가지고 전진하자, 페르난지뉴가 수비로 내려가 위치를 바꾼 모습입니다.>


<이번엔 오타멘디가 전진하자,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 있던 스톤스가 그 자리를 커버하러 내려갑니다. 오타멘디는 스톤스의 커버 덕분에 과감하게 전진할 수 있습니다.>


 (ㄴ) 측면 수비수는 중앙으로


 측면 수비수의 움직임 또한 흥미로운 부분인데요. 맨시티의 양 측면 수비수는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때때로 중앙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데 브라이너, 실바가 후방 빌드업을 위해 후방 깊숙이 내려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데브라이너와 실바를 높게 위치시키면서 전진 압박하는 상대 수비를 부담스럽게 만들고, 두 선수의 에너지도 공격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콜라로프가 중앙으로 움직여 빌드업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모습입니다.>



약점


1. 수비진의 볼 관리


 유연한 후방 빌드업이 늘 완벽하게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맨시티의 후방 빌드업은 아직 부족한 모습입니다. 상대적으로 약팀과의 경기에서는 수비수의 과감한 전진과 유연한 탈압박을 보여주지만 일정한 수준 이상의 압박을 보여주는 팀을 만났을 때는 언제나 후방 빌드업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죠.

 이러한 약점 때문에 맨시티의 상승세와 하락세가 상대팀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모습입니다. 시즌 초반 높은 수준의 압박을 하지 못하는 팀들을 만나며 거침없이 10연승을 기록했지만, 곧바로 셀틱-토트넘-에버튼-바르셀로나로 이어지는 일정에선 경기력이 급격하게 나빠지며 6경기 무승을 기록했죠.

 특히 강력한 전진 압박을 받을 때, 오타멘디와 스톤스의 기술적 능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두 선수가 후방에서 많은 실수를 범할 때마다 맨시티 전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수비수의 실수가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후방에서 볼이 부드럽게 전진하지 못하니 전체적인 게임이 운영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나오는 실수는 결정적인 실점으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2. 체력, 수비 부담

 체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점도 맨시티의 문제입니다. 경기 내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과르디올라의 축구에 선수들이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는 모습인데요. 더군다나 부상자가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선수단 전체에 체력적인 부담이 가중되고, 결국 과르디올라가 의도한 축구 가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상대방 진영에서 많은 선수들이 전방 압박을 시도하는 과르디올라 축구의 특성상, 체력이 떨어져 압박이 약해지면 곧바로 위험한 역습을 허용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또한 빌드업 과정에서도 체력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요. 모든 선수들이 부지런하게 움직이면서 패스 선택지를 늘려줘야 하는데, 팀의 역동성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패스 선택지가 줄어들고 빌드업 과정에 큰 문제가 생긴 모습입니다.

 결국 라인은 높고 수비 숫자는 적은 상태에서 후방 빌드업은 원활하지 않고, 전방에선 상대 빌드업을 제대로 저지하지 못하니 후방에 남아있는 수비가 짊어져야 하는 수비 부담이 굉장히 높습니다.


<공격 상황에서 볼이 끊겼을 때 상대가 공격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저지하지 못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납니다. 

수비라인은 높게 올라와 있는 상태에서 상대 빌드업을 방해하지 못하자, 단 한 번의 롱패스로 실점 위기를 맞게 됩니다.>


 특히 측면 수비수가 중앙 미드필드 지역과 측면을 오가면서 모두 커버하고 있기 때문에 역습을 당하는 상황에서 공간을 커버하는 데무리가 가는 모습입니다. 더군다나 현재 맨시티가 보유한 측면 수비자원 모두 기동력에 문제가 많다고 평가받는 상황에서, 측면 수비수가 너무 많은 공간을 담당하다 보니 측면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생기는 상황입니다.


<좌우 측면 수비수가 미드필더 지역으로 올라갔기 때문에, 자연스레 측면 공간이 발생하게 됩니다. 좌우 측면 수비수가 중앙 미드필더 지역과 측면 모두를 담당하기엔 공간이 너무 넓은 모습입니다.>



3. 과르디올라의 변화

 이처럼 과르디올라의 축구는 뚜렷한 특징을 가진 만큼, 준비한 전술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못했을 때 생기는 단점들(전방 압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수비에 공간이 발생한다거나,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볼을 빼앗기면 결정적인 찬스를 내주는 모습 등) 또한 뚜렷합니다.

 맨시티 또한 부상자가 많다는 이유도 있지만, 결국 극명한 단점이 드러나면서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죠.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르디올라도 여러 전술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3백으로 전환하거나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출장시키거나) ‘극단적인 공격 전술’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계속해서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모습이네요.

 재미있는 점은, 과르디올라가 전술적인 고집을 버렸던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것입니다. 바르셀로나를 3-1로 이겼던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4차전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데. 이 경기에서 맨시티는 그동안 보여줬던 경기 운영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승리했죠.

 이 경기에서 맨시티는 볼 점유율에 욕심내지 않고 뒤로 물러섰습니다. 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하는 대신, 미드필더 지역부터 자리를 지키면서 촘촘한 수비 조직을 형성하는 데 노력했죠.

 이렇게 맨시티 선수들의 위치가 후방으로 물러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공격이 시작되는 위치에 있습니다. 높은 지역에서 적극적인 압박을 시도했을 때는 상대 지역에서 볼을 빼앗고, 상대 골문과 가까운 지역에서 공격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후방으로 물러났을 때는 자연스레 공격이 시작되는 지점이 골문과 멀어졌죠.

 
재미있는 점은 골문과 공격수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오히려 공격이 날카로워졌다는 것입니다. 공격의 위치가 밑으로 내려가면서, 공격진의 빠른 주력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인데요. 

 볼 점유를 높이며 밀집된 상대 수비에 공격을 퍼붓는 것보다, 살짝 뒤로 후퇴해 상대 수비가 전진하도록 만들고, 아게로, 데 브라이너, 실바, 스털링 등 빠른 주력을 가진 공격진이 빠르게 달려 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인 공격 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상대에게 점유율을 조금 내주더라도 상대가 볼을 가지고 전진할 때 생기는 공간을 공략하는 것이 세밀한 공격보다 빠른 공격에 능한 맨시티 공격진에게 더욱 어울리는 전술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과르디올라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바르셀로나전의 모습이 현재 맨시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경기방식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네요.



마치며


 단 몇 개월만에 맨시티의 경기방식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과르디올라의 지휘 아래 확실한 축구 콘셉트를 가지게 되었죠. 짧은 시간 안에 맨시티 선수단이 과르디올라 축구를 어느 정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분명 놀라운 성과입니다.

 그러나 과르디올라의 축구가 맨시티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맨시티 선수들이 전술을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하면서, 거의 모든 경기에서 과르디올라 축구의 극명한 약점이 드러나고 있죠.

 결국 과르디올라가 ‘수비라인을 높게 올리는 공격 전술’이라는 큰 전술 콘셉트를 버리지 않는 이상 이번 시즌은 고전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물론 맨시티 선수들이 전술에 완벽히 녹아들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는 버거워 보이네요.

 최고의 성적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곧바로 큰 난관에 빠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맨시티. 과르디올라 가변화된 전술을 보여줄 수 있을지, 아니면 전술에 대한 고집을 유지할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어떤 쪽이든 시즌 후반기 맨시티 경기를 관람하는 재미가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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