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8. 예리한 인간은 자고로.

인간 관찰 (블랙) 코미디 에세이 「방송국 놈들」

by 펜피디

1. 예능피디는 자고로 예리해야 하는 법이다.


시사 영상이 틀어진 모니터를 보던 장피디는 이마를 짚으며 말을 이었다.


”호흡 너무 길잖아. 리액션 컷 다 바꿔. 자막이랑 그림이 다르잖아.“


장피디의 피드백에 모두가 펜을 들고 끄덕였다.


”그렇지, 표정을 좀 더 자극적인 컷으로 바꾸면 좋긴 하겠다. 장피디님~ 역시 예리해.“


왕작가는 맞은편에 앉은 장피디를 추켜세웠다.



2. 예리한 인간은 자고로 예민한 법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시사를 마치고, 모두가 후줄근한 차림으로 엘리베이터 앞에 모여들 때, 메*키츠네 명품 브랜드 로고가 박힌 파란색 니트와 파란색 컨버스 운동화로 수미상관을 표현한 장피디가 나타났다.


”현수야, 역까지 데려다줄게.”

장피디는 후배 피디를 데리고 차 안으로 몸을 옮겼다.


“너, 아까 작가들 눈빛 봤지. 너도 좀 꾸미고 다녀, 인마.”

“아, 네.”

차 안 조수석에 앉은 현수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야, 그 최피디는 아까 밥 먹을 때 엄청 쩝쩝거리면서 먹더라? 기본이 안 되어있어.“


장피디는 한 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혀를 내두르듯 남은 한 손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맞다, 야, 너 왕작가가 남긴 단톡 봤냐? 아니, 무슨 작가가 맞춤법을 틀리냐. 나는 맞춤법에 예민한 편이야. 그런 거 너무 깨지 않냐?“


쉴 새 없이 떠들던 장피디가 흘낏 옆자리를 쳐다봤다.


”아, 맞다. 너 신발 털고 탔지?“


”네? 아뇨.. 그냥.”

현수는 고개를 숙여 신발창을 살폈다.


“에이, 기본이 안 되어있어. 다음에는 털고 타라.“


장피디는 한 손에 든 담배를 입에 갖다 댄 뒤 뱉었다. 이후 그의 검지가 담배 몸통을 흔들자, 재가 핸들 위로 떨어졌다.


말없이 자동차 핸들을 보던 현수가 입을 뗐다.


”아, 저 저 앞에 세워주시면 됩니다.“


”어, 너 밥 안 먹고 갈래? 선배가 살게.”

장피디는 옆에 앉은 현수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아닙니다. 태워다주셔서 감사합니다.”


타악.


현수가 차에서 내리고, 열린 차 문 사이로 차가운 공기가 차 안으로 흘러왔다.


“아, 집 가서 또 라면이네.”

홀로남은 장피디가 혼잣말을 뱉었다.



3. 예민한 인간은 자고로 외로운 법이니까.


꼬르륵. 적적한 차안, 장피디의 요란스러운 배만 울려댈 뿐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ep.07 우리는 앙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