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관찰 (블랙) 코미디 에세이 「방송국 놈들」
1. 예능피디는 자고로 예리해야 하는 법이다.
시사 영상이 틀어진 모니터를 보던 장피디는 이마를 짚으며 말을 이었다.
”호흡 너무 길잖아. 리액션 컷 다 바꿔. 자막이랑 그림이 다르잖아.“
장피디의 피드백에 모두가 펜을 들고 끄덕였다.
”그렇지, 표정을 좀 더 자극적인 컷으로 바꾸면 좋긴 하겠다. 장피디님~ 역시 예리해.“
왕작가는 맞은편에 앉은 장피디를 추켜세웠다.
2. 예리한 인간은 자고로 예민한 법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시사를 마치고, 모두가 후줄근한 차림으로 엘리베이터 앞에 모여들 때, 메*키츠네 명품 브랜드 로고가 박힌 파란색 니트와 파란색 컨버스 운동화로 수미상관을 표현한 장피디가 나타났다.
”현수야, 역까지 데려다줄게.”
장피디는 후배 피디를 데리고 차 안으로 몸을 옮겼다.
“너, 아까 작가들 눈빛 봤지. 너도 좀 꾸미고 다녀, 인마.”
“아, 네.”
차 안 조수석에 앉은 현수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야, 그 최피디는 아까 밥 먹을 때 엄청 쩝쩝거리면서 먹더라? 기본이 안 되어있어.“
장피디는 한 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혀를 내두르듯 남은 한 손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맞다, 야, 너 왕작가가 남긴 단톡 봤냐? 아니, 무슨 작가가 맞춤법을 틀리냐. 나는 맞춤법에 예민한 편이야. 그런 거 너무 깨지 않냐?“
쉴 새 없이 떠들던 장피디가 흘낏 옆자리를 쳐다봤다.
”아, 맞다. 너 신발 털고 탔지?“
”네? 아뇨.. 그냥.”
현수는 고개를 숙여 신발창을 살폈다.
“에이, 기본이 안 되어있어. 다음에는 털고 타라.“
장피디는 한 손에 든 담배를 입에 갖다 댄 뒤 뱉었다. 이후 그의 검지가 담배 몸통을 흔들자, 재가 핸들 위로 떨어졌다.
말없이 자동차 핸들을 보던 현수가 입을 뗐다.
”아, 저 저 앞에 세워주시면 됩니다.“
”어, 너 밥 안 먹고 갈래? 선배가 살게.”
장피디는 옆에 앉은 현수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아닙니다. 태워다주셔서 감사합니다.”
타악.
현수가 차에서 내리고, 열린 차 문 사이로 차가운 공기가 차 안으로 흘러왔다.
“아, 집 가서 또 라면이네.”
홀로남은 장피디가 혼잣말을 뱉었다.
3. 예민한 인간은 자고로 외로운 법이니까.
꼬르륵. 적적한 차안, 장피디의 요란스러운 배만 울려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