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봉이 (프랑스어로 사탕이라는 뜻)
한국을 방문하면 나도 잊고 지냈던 너무나도 한국적인 감정들이 머릿속에서만 빙빙 돌아다닌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잡스러움에 가까운 내 고향의 냄새가 저 뱃속 밑에서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 스물 거리는 것을 글로 적으면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고 글 안에 고스란히 남아서 존재할 것 같아서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다.
나는 캐나다에서 한국을 한 달 일정으로 방문했다. 대구에 오래된 지인들과 만남을 갖기 위해 이틀간의 일정을 짜서 서울에서 내려갔다.(거의 연예인스케줄)
그런데 지인과의 기쁜 재회나 10년이 훌쩍 지난 우리들의 그동안의 지난 과거 이야기에 서로 문시울을 적시던 모습이나 대구에 내린 눈 때문에 택시를 못 잡아서 KTX시간을 바꿔야 했던 아슬아슬했던 이야기 보다 내 마음에 꼭 박힌 봉봉이 (지인 2살 강아지) 눈빛이 헤어진 지금까지 아프다.
지인의 강아지 봉봉이는 이틀을 머무는 동안 나랑 딱 붙어 같이 잤다. 방이 하나인 지인집은 침대하나 달랑 있고 그 침대에서 자기에는 너무도 미안해서 나는 바닥에 이불을 두 겹이나 깔고 잤는데 봉봉이는 주인 곁이 아닌 내 이불 위에서 같이 잤다. 지인은 빡빡한 밴쿠버 살이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가족이 있는 대구로 온 지 석 달 되었다. 봉봉이는 캐나다에서 입양한 강아지이고 나랑은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같이 자기는 처음이다. 그래서 그런지 꽤나 친해진 듯 보였지만 서열로 따지면 아마도 나는 봉봉이 보다 아래일 거다. 녀석은 나를 순순히 가족으로 받아 준 듯싶어 보였다. 산책을 같이 다녀줘서 더 좋아해 준 것도 있다.
사실 무료로 숙박을 하는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서 봉봉이와 열심히 산책을 나갔던 것도 있다.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마지막날의 아침 일이다. 지인의 아침 출근에 아쉬워하며 함께 산책 삼아 봉봉이를 데리고 나갔다. 출근을 위해 먼저 버스를 타러 가는 지인과 짧은 인사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지인이 간 길 방향으로 가겠다고 봉봉이는 목줄을 당기며 반대방향으로 이끄는 나와 끝까지 지지 않고 버텼다. 누가 보면 개장수가 남의 집 개 끌고 가는 줄 알았을 거다. 가깟으로 집에 다다를 때쯤 포기하고 순순히 집에 들어와 줬지만 개의 기억력이 2초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을 만큼 봉봉이는 똑똑했다.
한 시간쯤 머물다가 카택을 호출했다. 아침엔 분명 15분 이상 걸리던 호출이 4분이란다..
큰일이다 시간에 쫓기어 부랴부랴 옷을 입고 현관에 나섰는데 봉봉이가 왜에~~~ 어디 가는데~~~~ 하는 눈빛으로 현관문에 먼저 나서있다. 문이 열리길 기다린다는 듯이 (이놈의 집구석을 도망갈 태세로) 현관문 앞에서 나를 올려다본다.
”저리 비켜 “ 가슴팍을 안쪽으로 밀었다.
그 순간의 눈빛이.. 어땠냐면
설마 나를 두고 가는 건 아니지? 언제 올 거야? 얌전하게 기다리면 다시 올 거야? 같은 복잡 미묘한 순한 얼굴로 나를 빤히 올려다보았는데 나는 안아줄 시간도 없이 문을 꽝세차게 닫았다.
정신없이 택시를 타고 역에 내려서 경주빵을 사고 (대구에 왜 경주빵이지 의아해하면서) KTX을 탔다. 서울로 올라오는 창밖에 눈이 온 풍경을 보는데 한동안 못 볼 지인들이 그리운 것도 대구 막창도 아닌 봉봉이 녀석이 잘 있는지 걱정스러워졌다.
웅크리고 주인이 올 시간을 기다릴 녀석을 조금만 더 안아주고 올걸.. 가슴팍을 너무 매몰차게 밀어냈나 …
너무 매정한 나에게 놀랐다.
그래 봉봉아
우리 이렇게 헤어지지만 또 보러 올게
캐나다 아줌마가 약속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