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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바스 컬처뉴스 Jul 25. 2017

당신의 위험한 '가짜 기억'
False Memeory

Art & Culture - 펜바스 컬처뉴스

198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던 아일린 프랭클린 립스커 (Eileen Franklin-Lipsker)는 어느 날 자신의 아버지에 관한 이상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어린 시절 동네 친구였던 8살 수잔을 아버지인 조지 프랭클린 (George Franklin)이 트럭 뒤에서 강간하고 살해하는 장면을 20년 만에 기억해낸 것이다. 수잔은 실제 1969년 실종된 그녀의 친구였다. 그녀는 곧장 경찰서로 향했고, 조지 프랭클린은 긴급 체포되었다.



1969년 실종된 수잔의 묘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아일린은 몇 번이나 증언을 번복했다. 그녀는 어떻게 20년 만에 사라졌던 기억이 돌아왔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지만, 배심원들은 조지 프랭클린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5년 뒤, 조지는 다시 자유인이 되었다. 아일린은 그동안 자신이 우울증 치료를 위해 ‘최면 치료’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끔찍한 기억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미국 법정은 ‘최면 상태’에서의 기억 또는 증언을 법적인 증거 자료로 사용할 수 없게 때문이 조지 프랭클린은 풀려났다. 도대체 진실은 무엇일까?


재판 당시 법정에는 심리학 전문가인 캘리포니아 얼바인 대학교 (UC Irvine)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Elizabeth Loftus) 박사가 참여했다. 그녀는 아일린의 기억이 조작되었다는 견해를 보였지만, 이는 마땅한 증거가 없었기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거짓 기억’이라는 표현은 생소한 말이었고, 그녀는 오히려 희생자를 조롱하고 범죄자의 편에 선다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후 그녀는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흥미로운 실험을 실시했다.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박사


그녀는 사전 조사를 통해 20명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각각 자신들이 어린 시절 겪은 사건 네 가지에 대해서 설명하도록 했다. 어린 시절 아빠와 스케이트장에 간 일이라던지, 축구를 하다 발목이 부러진 기억 등의 실제 상황들을 참가자들의 부모님과 사전 조율을 통해 정보를 얻어 그들이 제대로 기억해내도록 실험한 것이다. 단, 마지막 네 번째 사건은 ‘가짜 사건’이었다. “어린 시절 백화점에서 길을 잃어버렸을 때, 낯선 사람이 부모님을 찾아 주었다’라는 가짜 기억이 참가자들의 머릿속에 삽입된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참가자들의 25%는 가짜 기억을 온전히 자신의 기억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심지어 일부 참가자들은 자신을 도와주었던 낯선 사람의 인상착의 등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었으며, 3시간 동안 백화점을 헤매었다는 시간 개념 또한 갖고 있었다. 이 놀라운 실험은 많은 심리학 연구와 범죄학에 크게 기여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 범률계에서는 ‘Suggestive Memory’ 즉, 확실한 기억이 아닌 ‘그런 것 같다’라는 식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영화 '인셉션'의 마지막 장면


우리는 어째서 마치 영화 ‘인셉션’처럼 실제가 아닌 가짜 기억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로프터스 박사는 “우리는 자기 암시 (Autosuggestion)을 통해 가끔 실제와 상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것을 가짜 기억 (False Memory)라 부른다”라고 밝혔다. 우리는 어떠한 상황이나 순간에 우리도 모르게 가짜 기억을 믿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끔은 피의자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범죄를 인정하는 사건도 생겨난다.


“생각은 바이러스다. 이는 견고하고, 전염성이 높다. 작은 생각의 씨앗 하나가 커져서 당신을 정의하거나 망가뜨릴 수도 있다” 영화 인셉션의 유명한 명대사다. 우리의 뇌는 이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그 어떤 기계나 컴퓨터도 우리의 뇌처럼 복잡한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기억’은 단백질 조각이다. 특정한 형태로 당신의 뇌 속에 저장되어 있는 단백질이다. 때문에 이는 언제나 변화할 수도, 조작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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