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 Beauty - 펜바스 컬처뉴스
종종 뉴스를 접하다 보면 페북에서 좋아요를 받기 위해, 인스타그램에서 하트를 받기 위해, 또는 트위터에서 알티(리트윗)을 받기 위해 심지어 목숨까지 건 장난을 치는 사람들을 본다. 한 번 웃기면 그걸로 된 거다는 사고방식이 어느덧 이 시대에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다. 패션계에서도 이러한 악동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장난기 가득한 디자이너가 한 명 있다. 그의 이름은 뎀나 바잘리아 (Demna Gvasalia), 조지아 출신으로 패션계의 명문인 앤트워프 로얄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지난 2009년 베트멍 (Vetements) 브랜드를 만든 장본인이다. 지난 2015년 그가 명품 발렌시아가의 크레이티브 디렉터로 영역을 넓힌 후, 패션계에는 몇 가지 충격적인 변화들이 들이닥쳤다.
뎀나 바잘리아는 베트멍에서도 DHL, 노스페이스 등을 이용한 기발한 장난을 쳤었는데, 발렌시아가에서도 역시 비슷한 장난을 이어가고 있다. 요새 SNS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이케아 가방과 비슷하게 생긴 커다란 파란색 쇼퍼백이다. 은으로 만든 에르메스의 요요나 상아로 만든 루이비통의 마작 세트와 효용 측면에서 크게 다를 건 없지만, 바잘리아가 하고 있는 장난은 그렇게까지 고상하지는 않다. 이 쇼퍼백은 다른 명품들의 품격있는 모습 보다는 진한 ‘스트리트’ 감성이 녹아내리고 있다.
이 제품의 이름은 캐리 쇼퍼 L이다. 몸체는 Lambskin (양가죽)이고, 손잡이는 Calfskin (송아지 가죽)이다. L사이즈는 파란색 밖에 없는데 M사이즈는 파란색, 노란색 두 가지가 있다. 예전 베트멍에서 DHL을 패러디 했을 당시에도, DHL 사장이 직접 베트멍 티셔프를 입은 모습이 공개 되었듯이, 이번에도 역시 뎀나 바잘리아의 장난에 이케아가 맞장구를 쳐줘서 재밌는 패러디가 완성이 되었다.
하이 패션을 잠식해 들어가던 스트리트 패션은 힙합이라는 문화가 정점을 찍음과 함께 이제 하이 패션의 메인 스트림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이로부터 패션계에는 새로운 줄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예전에 셔츠나 재킷 가격 대에 티셔츠가 자리를 잡았고, 스트리트 패션의 핵심이라 할 티셔츠(그 외 모자, 스니커즈, 청바지 등등 캐주얼 의류들)들은 다른 제대로 된 옷보다 낮은 가격이라는 허들로 그나마 명품 브랜드라 할 지라도 쉽게 접근을 할 수 있게 만든다.
물론 티셔츠 한 장 사는 데 65만 원이나 든다면 당신의 지갑은 굳게 닫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구찌라는 명품 브랜드의 옷을 사는 데(게다가 누구나 알 만한 히트 아이템이라면 더욱) 더이상 수백만 원이 아닌 65만 원만 들이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스트리트 패션은 하이 패션 속에서 티셔츠와 후디라는 아주 괜찮은 문을 하나 제공했다. 나아가 스트릿 감성만이 갖고 있는 센스와 유쾌한 발상이 더해져 높은 벽으로만 보이던 명품 브랜드들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조금 색다른 시각, 특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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