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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뿐인숲 Feb 11. 2018

두려움은 나의 힘

카페, 가지 않은 길을 말하다 (3) 준비 과정, 수많은 걱정거리들

나는 두려움을 통해서 이 세계를 알고 싶고, 또 새롭게 느끼고 싶다. 이 높은 곳에서는 아무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나를 지탱해준다. 이 고요함 속에서 분명히 나는 새로운 자신을 얻게 되었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체험한 흰 고독이었다. 이 고독은 두려움이 아니고 힘이었다.    


1978년 에베레스트 무산소 단독 등정에 처음 성공한 이탈리아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Reinhold Messner는 저서 『검은 고독, 흰 고독』에서 이렇게 술회한다. 1986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히말라야산맥 8천미터 이상 봉우리 14좌를 모두 등정한 그는 6명 이하 소규모 등반대가 셰르파나 산소통 없이 수십 시간 안에 정상을 공략하는 알파인 방식을 8천미터급에 적용하기도 했다.    


지역에서 독립카페를 시도하는 것은 산을 오르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가 설레는 마음으로 정상에서 맛 볼 짜릿함을 동경하지만, 산이 높으면 높을수록 누구도 완주를 장담하지 못한다. 체력이 되지 않아 포기하거나 정상을 앞두고 좌절하기도 한다. 그래서 언뜻 보면 함께 출발하는 모두가 경쟁자인 것 같지만 정작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우리 자신이다.    



커피와 인연을 맺거나 영감을 얻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실제 자신의 카페를 시작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오랜 시간 업계에 속해 있었다고 해도 자금 마련, 가게가 가져갈 콘셉트, 장소 선정, 운영 등이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된다. 수없이 이야기되는 자영업의 어려움, 날마다 이어지는 폐업 소식까지 전해지면 자신감은 급속하게 줄어든다. 준비가 철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아무리 철저한 계획도 그 실행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시작을 위해 어떤 준비들이 필요했을까.   

 



커피를 처음 접했을 때 에스프레소 추출보다는 핸드드립추출을 먼저 시작했는데 물 붓는 방식이라든가 여러 부분이 내게 잘 맞았다. 그래서인지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브루잉brewing을 전문적으로 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중남미 콜롬비아 커피를 주세요라고 주문하면 바리스타가 그 요청에 맞춰 커피를 내려주는 방식이다. 입맛은 사람마다 다르다. 혀가 느끼는 맛에 대한 감각이 모두 다르기 때문인데 이것에 초점을 두고 브루잉 도구를 직접 고를 수 있는 선택권까지 주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다. 생소한 방식이었고 고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모르는 모험이라 고민이 많았다. 결론은 해보자는 쪽이었다.

_5Brewing 도형수 대표    


프랜차이즈 근무할 때부터 메뉴 레시피를 기록해 왔기 때문에 메뉴 부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다. 공사는 2개월 정도 걸렸다. 뒤늦게 시장조사에 나섰고 당초 예상보다 빨리 일이 진행됐다.

처음에는 너무 빠른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지금은 한 번에 완벽하게 준비해서 시작하는 것도 좋겠지만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것이 카페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발리다방 고민식 대표    


확보한 자금과 마음에 드는 장소를 모두 충족하는 곳을 찾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막상 장소가 정해지자 다른 문제들이 터져 나왔다. 인테리어에서부터 업자와 이런저런 옥신각신도 많았다. 의자, 조명, 싱크대, 머신 모든 것이 돈이었다. 매 순간 순간이 고비였고 어려웠었다. 처음 겪는 일이었고 생소한 것이 많았다.

서비스업에서 일하며 나름 경험이 풍부하다고 생각했지만 월급을 받는 것과 직접 주인이 되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겪고 나니 재미있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때는 모든 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카페 운영에서 점차 유연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메뉴의 경우 초창기 시작했을 때는 거의 프랜차이즈 수준이었다. 다양하게 구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 사이드 메뉴도 피자, 핫도그, 베이글 등을 구비했고 음료도 정말 많았다. 차츰 줄어들었지만 준비할 때는 그랬다.

Cafe Oneway 최원재 공동대표    


막상 오픈을 해서는 너무 무서워 몇 주 동안 장사하지 않는다고 손님을 쫓아내기도 했었다. 공교롭게도 카페가 들어선 것 같은데 영업은 하지 않자 손님들이 더 궁금해 했다. 몇 년간 매장 일을 해왔지만 내가게에서 나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니 너무 떨렸다. 그래서 2주정도 영업을 하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는 주변 고객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모양새가 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된 것이었다.

TEO CAFE BITE 김태오 대표    



모든 준비를 마치거나 이해한 상황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대다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막연한 생각에서 출발한 일의 결과는 꼭 그 원인을 해석하게끔 해준다.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해결해야할지를 알려준다. 본격적인 싸움은 그 이후에 시작된다. 준비는 시작하기 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한 번의 준비로 끝나는 싸움은 잘 없다. 무엇이 부족한지 뒤늦게 파악했다면 과감하게 일정을 조정하며 부족한 것을 채워나가는 것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준비다. 그 과정에서 그것이 자신의 실력이든, 성향이든 나 자신의 과오를 냉정하게 인정하고 객관화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전국의 숨은 고수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천안의 호도과자라고 하면 그분들도 아신다. 호두과자를 사가지고 찾아가 조언도 듣고 철학도 듣고 했기 때문이다. 수동을 이용하는데도 그렇게 좋은 맛을 내는 그분들의 철학을 듣고 싶었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다. 전후사정을 말씀 드리고나서 조금씩 물어보면 대답을 잘 해주셨다. 지방에 내려가서 얘기를 듣고 하나라도 놓칠까봐 집중하려 애썼다. 작은 규모의 핸드드립대회를 나가 그동안 배운 지식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대상을 받게 되면서 점점 커피의 재미에 빠지게 됐다.

마리스커피 현상무 대표    


로스터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점을 두었던 것은 아무래도 자금 부분이었다. 그동안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라고 할 수도 있다. 처음부터 독립적인 가게를 마련해 진행하는 것은 다시 투자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질 수도 있고 집안이 넉넉한 형편도 아니라 불안감이 컸다.

아주 소액의 투자로 손익분기점을 계산하고 이익이 모든 과정에서 명확해졌을 때 일을 시작했다. 무분별하게 창업하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도 있다. 늘 하는 조언이 몇 퍼센트에서 시작하느냐, 원하는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채워 시작하느냐고 묻는 것이다. 30퍼센트냐 60퍼센트냐, 아니면 90퍼센트냐를 물어보고 거기에 맞게 준비하라고 코치한다. 물론 나는 거의 제로상태에서 시작했다. 하하.

리버티커피로스터스 이신 대표    


성격상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정리하는 편이다.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해 매장을 접고 산지를 두 달간 다녀왔다. 공부겸 마케팅겸이었다. 투어를 하면서 자료를 확보했는데 이 때 찍은 영상 등을 마케팅에 활용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인터넷에서 모집한 두 사람과 함께 세명이 비행기에 올라 파나마 에스메랄다 농장 등 산지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체리가 고도에 따라 얼마나 달라지는지 몸소 체감했다. 국내에서 한정된 경로를 통해 수집하는 자료들과 어떻게 다른지 알게 됐다. 그리고 돌아와서 크레이저라는 회사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C.RAZER COFFEE 전기홍 대표    


이 글은 졸저 <카페, 가지 않은 길을 말하다>(책굽는곰刊)에 게재된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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