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가지 않은 길을 말하다 (4) 콘텐츠가 승부를 가른다
온라인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모든 영역에서 콘텐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핵심은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속도나 플랫폼으로 우월함을 내세우는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 창의적 시각과 대응을 갖춘 콘텐츠의 유무가 건강한 소비를 증진시키는데 일조하게 한다는 것이다. 특징이 불분명하고 차별화되지 못한 분야일수록 경쟁은 격화된다. 콘텐츠를 탄탄하게 구축한 곳과 마케팅과 브랜드만으로 이끌어가는 곳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소비자가 기대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분석한 기획을 제공하고, 내가 잘 할 수 있고 제공에 어려움이 없다는 메시지를 가지고 어떻게 교감하는 가에 성패가 달려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카페는 콘텐츠와는 별개의 영역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콘텐츠는 대부분 무형의 것이며 물성을 지니지 않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다른 곳에서 적용할 수 없는 것을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은 모두 콘텐츠의 범주에 허락된다. 카페는 앞으로 수많은 콘텐츠의 집합소 기능을 앞으로 담당하게 될 확률이 크다. 서점 츠타야tsutaya의 사례는 이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물론 츠타야는 문화콘텐츠를 파는 개념이 더 강하며 서점의 기능에 더 충실하게 출발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츠타야가 내포하고 있는 힘은 그것이 카페든 서점이든, 아니면 더 다양한 것이든 한가지의 의도로 묶을 수 있는 큐레이션의 힘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갖추고 고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카페는 단순히 커피라는 음료만 제공하며 모임의 공간을 제공하는 기능을 벗어난 지 오래다. 지금도 이 기능에만 기대는 곳이라면 지속적인 생존을 장담하지 못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간의 구성과 기능, 인테리어, 음료의 질, 고객 응대를 위한 다양한 매뉴얼 등도 고객의 생각을 유도하고 스토리텔링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모두 콘텐츠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실제 성공하는 카페는 이를 실천하고 있다. 자신의 철학을 이어가기 위한 연장선상에서 콘텐츠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었다. 없는 것을 다른 곳과 대별시키기 위해 억지로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서 끊임없이 분출되는 것들을 어떻게 카페에 적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형태가 많았다.
흔히 커피 맛을 차별화한다고 말 하는데 말이 안 된다. 당연히 커피는 맛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기본적인 것이다. 요즘은 고객들도 커피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한다. 그런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커피 맛이 신통치 않아서는 안 된다. 나는 커피 맛은 ‘콩발’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콩을 쓰면 좋은 맛이 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차별화는 다른 곳에서 이뤄져야 한다. 바로 고객과의 관계다. 크레이저 커피는 다수가 테이크아웃 매장이지만 모두 작게라도 바bar가 마련되어 있다. 심야식당 같은 매장이 되기를 바라는 의도가 놓여 있다. 재료만 있다면 실력은 직원들이 이미 갖추고 있으니 고객이 원하는 것을 다 만들어주고 싶다는 것이다.카페는 고객과의 능동적인 관계를 늘 유지해야 한다. 단골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그것이 새로운 삶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바리스타들은 왜 커피 이야기만 해야 하나. 고객과의 즐거운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크레이저 커피의 콘텐츠이고, 차별화다.
- C.RAZER COFFEE 전기홍 대표
단골고객의 이용이 많기 때문에 지루해지지 않도록 알게 모르게 분위기를 바꾸려고 한다. 테이블 색상에 변화를 준다던가, 매주 꽃을 바꿔본다던가 하는 것이다. 실제로 거기에 고객들이 반응한다. 주고객층인 여성들이 생화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이다. 꽃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편인데 나름의 노력이기도 하고 경험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가게를 오픈하기 직전 플라워카페에서 일했다. 꽃에 대한 접근은 쉽게 했다. 이름도 웬만한 것은 알고 있다. 경험이라면 경험이고 전략이라면 전략이다. 여성 고객들이 이름이 뭐예요 하고 물으면 꽃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구매하는 방법이나 디스플레이하는 것에 대해서도 도움을 준다. 특히 어머니들이 좋아하신다. 콘텐츠라면 콘텐츠고, 무형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 TEO CAFE BITE 김태오 대표
고객과의 대화를 즐기고 관심사안을 공유하는 것, 카페 오너가 갖추어야할 커다란 덕목이다. 막연히 콘텐츠는 눈으로 드러나야하는 그 무엇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카페에 들르고 싶게 만드는 모든 것이 콘텐츠다.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기 때문에 사람들로 인해 피로해지지 않는 것, 오히려 사람들을 모으는 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은 쉽게 구축할 수 없는 콘텐츠다. 고객에 대한 배려는 가격을 할인하거나 여분의 것을 더 제공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더 머물고 싶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닐까.
공간이 주는 편안함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힐링 공간을 표방하고 있는데 발리다방의 확실한 콘텐츠로 인식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일반적인 번화가 카페의 경우 일요일 저녁에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다. 한 주를 시작하기 때문일텐데 발리다방의 경우에는 일요일 저녁에 고객들이 자주 찾아온다. 월요병을 극복하는 공간이라고 할까. 힐링이 되는 장소라던가 카페가 고즈넉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편안하게 쉬어가는 공간이라는 콘셉트를 처음부터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자리잡았다고 본다. 그 때문인지 멀리서 찾아오는 분들이 꽤 있다. 그리고 메뉴 준비가 조금 늦어도 재촉하는 분들이 없다. 모두 느긋하게 기다려 주고, 그러다 보니 일하는 나 자신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고객들은 기본 두 시간 정도 머무르는데 6시간 넘게 있다 가는 경우도 있다. 고객들에게 눈치 보지 말고 편안하게 있다 가시라고 말씀드린다. 특별히 구경거리가 있는 관광지도 아니고 상업적인 공간도 아니다. 시골냄새도 나고 카페 주변을 거닐다가 따뜻한 벽난로에 웅크리고 앉아 있을 수도 있다. 휴식을 위한 생활공간을 표방한다.
- 발리다방 고민식 대표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뺄셈을 잘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고 자신이 가진 것을(혹은 자신에게 없는 것도) 장황하게 보태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같은 덧셈은 오히려 글의 맛을 없애고 지루하게 만들어버린다. 간결함은 핵심을 전달하는 힘이 있다. 백화점식 구성보다 자신이 집중할 수 있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이 고객에게 더 큰 흡인력을 선사한다.
가게를 중심으로 새로운 커피문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커피 교육을 하면서 바리스타와 진정한 소통이 필요한 사람들이 주고객층이라는 목표를 정하고 그분들을 잡으려 했다. 4개월 정도흐르니 피드백이 돌아왔다. 이 집 커피가 맛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고객들이 빵을 사들고 가게로 오셨다. 그 부분은 허용했다. 냄새가 나지 않는 음식이기 때문에. 그리고 저희집은 커피만 열심히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집은 제대로 커피를 제대로 하려고 노력하는 구나하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 느껴지더라.
카페를 찾아온 고객들에게 전문용어로 설명하니 알아듣기 힘들어 했다. 의사가 감기입니다, 물 많이 드세요라고 간단히 말하면 환자는 이해가 쉽다. 고객들과 소통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이 집에 가면 내 기호를 알아주는구나 생각하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 Avec_B 백민지 대표
라떼아트에 반해 카페를 시작했고 라떼아트로 나름의 인지도를 얻었으니 강력한 콘텐츠는 라떼아트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카페 운영도 당분간은 라떼아트 위주로 꾸려나가게 될 것 같다. 이전에 그래왔듯이 다양한 대회에도 출전하고 만들기도 하고, 심사도 해가며 향후 5년 정도는 지금처럼 활동하게 될 것 같다. 라떼아트 대회를 작게라도 만드는 이유는 교류를 원하기 때문이다. 예술인에게 무대가 필요하듯 많은 라떼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서고 싶어한다. 서로 교류하는 마음을 라떼아트에 담고 싶다.
- Cafe Oneway 최원재 공동대표
무엇무엇으로 유명한 가게들이 많이 있다. 사람들은 쉽게 이야기하지만 하루아침에 그 메뉴가 개발되어 나오지는 않는다. 많은 것들을 시도한 이후에야 얻을 수 있다. 내게는 브루잉이 가장 큰 무기이고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커피업계에서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일반사람들은 카페 주인이 대회에 출전했는지 어떤지 관심이 없다. 그저 그들에겐 대화할 장소와 음료가 필요할 뿐이다. 그래서 그 사람들을 위한 대중적인 메뉴구성을 많이 한다. 많이 해보고 안 되면 빼고. 그것이 중요하다. 고객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그 사람의 반응을 잘 살펴야 한다. 카페를 운영하게 해주는 원천은 바로 고객이다. 그들에게 어떻게든 만족을 안겨줘야 한다. 개인적 견해이지만 카페가 가장 크게 고려해야 하는 것은 서비스보다 만족도라고 생각한다. 서비스는 어떻게 보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불친절해도 그 집 음식이 맛이 있다면 찾아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반대의 경우로 고객에게 굉장히 친절하지만 맛은 별로라면 찾아가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고객은 냉정하다.
- 5Brewing 도형수 대표
질소 커피nitro coffee, 수제 맥주, 생태하천 접근 등 세가지 정도를 꼽고 싶다. 우리 카페에서는 주변 다른 카페는 제공하지 않는 질소 커피를 제공한다. 질소 커피(니트로커피)는 콜드브루 커피에 고압의질소를 주입한 것으로 부드러운 목 넘김이 특징이다. 유명 카페에서는 이미 선보이고 있는 트렌드이기도 하다. 온라인을 통해 질소 커피 추출모습이나 잘게 부서진 거품 등을 소개하며 새로운 커피에 대한 호기심을 느끼도록 유도한다.
수제 맥주도 경쟁 우위에 있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카페에서 저녁시간에 놓칠 수 있는 매출을 추가적으로 올릴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단순히 일반 생맥주를 함께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하게 엄선된 수제 맥주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쉽게 도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친구가 양조사로 일하고 있고 이를 통해 원하는 맥주를 선택해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가장 대중적인 수제 맥주인 에일ale beer 계열 중 향이 강하고 쓴 맛이 나는 페일 에일pale ale, 목 넘김이 좋고 일반 시중에서 판매하는 라거lager beer 계열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거부감이 적고 바나나 향이 나면서 색이 예쁜 바이젠weizen 맥주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상권을 고려해 소주의 느낌을 느낄 수 있는 종류와 향을 맛볼 수 있는 종류를 제공하는 것이다. 일단은 기본적인 느낌으로 시작했는데, 추가적으로 흑맥주나 과일향이 나는 맥주도 도입할 예정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국산 생맥주를 원하는 분을 고려한 생맥주도 포함시켰다. 브라질 커피도 어떤 상황에서 마시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수제 맥주도 좀 더 독특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 카페 여기우리 권용원 대표
이 글은 졸저 <카페, 가지 않은 길을 말하다>(책굽는곰刊)에 게재된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