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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뿐인숲 Mar 23. 2018

‘열심히’가 아니라 ‘원칙 지키기’다

카페, 가지 않은 길을 말하다(5) 커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들

고객의 구미를 당기는 메뉴와 콘텐츠로 사람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한 뒤에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커피가 보여주는 변화무쌍함은 야누스의 얼굴이다.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었다가 반대로 실망을 안겨주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운영자 입장에서 볼 때 도전의식을 고취시키기도 하지만 조절에 실패할 빌미가 도처에 널려있다는 사실이기도 하다. 병입된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손을 탈 수밖에 없는 형태이기 때문에 끊임없는 노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고객이탈을 막을 수 없게 된다. 그것은 단순히 음료의 추출이나 준비과정이 아니라 상품의 상태, 거래선의 문제일 수도 있다. 또 제조하는 자신의 능력 문제로 귀결될 수도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학습하고자 하는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품질 유지를 위해 커핑cupping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커핑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고객들이 커피교육에 대해 많이 묻는데 여타의 바리스타 교육은 하지 않고 커핑만 진행한다. 커핑을 할 줄 알아야 맛을 알 수 있고 콩에 대한 감각, 로스팅, 추출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커피를 처음 배울 때 학원에서 가르치는 것이 핸드드립인데 커피맛을 잘 모르면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맛을 알고 그 맛을 적절하게 표현해내는 추출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래야 추출이 어떠해야 할지를 알고 배전도에 따라 브루잉은 어떤 도구를 할지 선택할 수 있다.


어느 정도의 훈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해야 한다. 대부분 커핑의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꾸준함에서 차이가 난다. 우리 가게의 직원들도 모두 커핑을 진행한다. 로스팅한 원두에 대한 직원들의 피드백이 바로바로 들어온다. 직원들도 로스팅을 심도있게 할 줄은 모르지만 맛에 대해 교육을 받고 계속 커핑을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잡아낼 수는 있다. 맛을 구별할 줄 알아야 커피에 대한 관능적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마리스커피 현상무 대표    


스터 기기의 품질은 향상되고 있는데 대부분 매장들이 청소를 잘 안하는 경우가 많다. 로스팅에서 적절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80%를 차지하고, 기술적인 면은 사실 20% 정도라고 생각한다. 로스팅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내 경우에는 일주일에 두 번은 청소한다. 실제로 로스팅을 직접 하는 곳의 배관시설을 점검하게 되면 상태가 안 좋은 경우가 많다. 이것저것 하다보면 귀찮을 수밖에 없지만 귀찮아하는 순간 품질은 안 좋아진다.

 어떤 날에는 잘되고 향기가 좋지만 어떤 날은 이상하다고 말들을 많이 한다. 날씨 탓인가 하고 그냥 넘기는 경우가 있는데 청소가 제대로 안 되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청소상태만 개선해도 불쾌감을 느끼는 커피는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리버티커피로스터스 이신 대표    



커피를 진지하게 다루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두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한다. 맛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생두의 품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가격적인 메리트를 포함시키지 않을 수는 없지만 최대한 상태가 좋은 생두를 구매하도록 신경을 쓴다. 로스팅 후에도 온습도를 맞추고 일주일이 지난 것은 원두 자체로는 판매하지 않고 있다. 바이블을 지키지 않으면 커피 맛은 결코 담보되지 못한다. 이것을 지키는 것이 바로 노력이다.

Avec_B 백민지 대표    


카페의 본질은 커피에 있다고 생각한다. 트렌디한 음료나 메뉴는 확 불타올랐다가 순식간에 꺼지는 경로를 밟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것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실제로 인기를 누렸다가 지금은 시들해지거나 흔적조차 희미해진 프랜차이즈들의 경우 커피 빼고는 다 맛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 결국 오래가지 못했다. 커피 맛이 별로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나 다른 메뉴를 주요 포인트로 잡아 엄청나게 많은 가맹점이 생기지만 경쟁에서 이겨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거기서 핵심은 커피 빼고 다 맛있다는 것에 있다고 봐야 한다. 유행처럼 여러 가지 음료들에 변화가 있었지만 커피는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이제 사람들에게 커피는 늘 한결같이 접하는 음료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면 커피가 기본적으로 맛있어야 한다. 그것이 그 브랜드를 이어가게 만들어 주는 본질이다.

C.RAZER COFFEE 전기홍 대표        



생두의 중요성에는 카페 운영자 모두가 공감한다. 커피맛을 좌우하는 절반 이상의 요소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저마다 다른 카페의 여건상 모두가 직접 생두를 구매해 로스팅을 진행할 수는 없다. 신선함 유지나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커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 그리고 고객들의 시선을 유도할 수 있는 매력도 있지만 그것이 커피의 퀄리티 유지를 위한 전부는 아니다.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 주고객의 특성과 카페의 여건을고려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오히려 적절한 아웃소싱이 품질 유지에 더 나을 수도 있다.     

   



원두의 경우에는 직접 로스팅을 진행하기보다는 최고의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로스터에게서 전량 공급받는다.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카페 구조상 시간과 능력을 분산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맛과 품질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믿고 맡긴다. 원두는 대량으로 많이 주문하지 않는다. 2주 안에 모두 소비하도록 소량으로 주문한다. 카페가 한옥 구조라 원두 보관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빵 같은 경우에도 그날 만들어 팔고 저녁에는 먹거나 폐기한다.

발리다방 고민식 대표    


직접 로스팅을 진행하기보다는 합당한 가격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원두를 찾는다. 때문에 많은 원두가 버려지더라도 테스트에 집중하는 편이다. 원두의 종류는 에스프레소 같은 경우에는 한번 세팅된 것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편이다. 핸드드립은 매달 임의적으로 싱글 오리진 대상을 결정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추구하는 맛에서는 밸런스를 가장 중요시한다. 신맛과 바디감, 향 등이 적절하게 어울릴 수 있는 원두 배합을 추구한다. 그래야 조절을 통해 고객에게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다.


핸드드립의 경우 로스터리도 다르고 원산지도 매달 달라진다. 미리 그달의 원두를 고객들에게 공개하고 해당 원두의 로스팅 정보 등을 제공한다. 소규모 독립카페의 경우 재고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재고에 대한 우려를 조금 없애고 대신 원두를 좋은 상태로 내보내고 싶은 것이 이 방식을 채택한 이유다. 다양한 원두를 제공하지만 재고 부담 때문에 신선하지 않은 것을 내놓는 것보다는 이런 방법이 낫다고 생각한다.

카페 여기우리 권용원 대표    



당연히 커피의 품질이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커피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찾아오는 고객들이 일상생활에서 호로록 호로록 마실수 있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특성이 있겠지만 커피는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음료라는 생각이다. 라떼는 주 고객층 입맛에 맞게 레시피를 맞춰 놓았다. 원두는 지정된 곳에서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들여와 사용하고 있다. 맛의 변화에 민감한 고객들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비슷한 맛을 유지하려고 한다.

TEO CAFE BITE 김태오 대표



이 글은 졸저 <카페, 가지 않은 길을 말하다>(책굽는곰刊)에 게재된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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