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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뿐인숲 Mar 15. 2020

사회적 거리, 정신적 거리

코로나 19로 마스크 대란이 발생하자 방역당국이 손 씻기와 더불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다. 최후의 수단으로 마스크가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사재기와 줄서기로 낭비되는 사회적 비용과 개인적 고통을 감안하면 물리적 거리두기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서로가 지니고 있을지 모르는 질병의 원인을 상대방에게 도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자발적인 움직임. 두려움이든 배려든 개인의 피해로만 머물지 않는 상황이라면 제대로 지키며 사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그동안 친밀감을 느껴야 할 이유와는 상관없이 밀접한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 왔다. 각자가 얻는 보람과 기쁨보다는 필요와 강요에 의해 의도되어진 거리유지가 대부분인 삶을 우리는 산다. 소외는 사람간의 거리와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사회적 거리라는 낯선 단어를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접하다 보니 우리에게는 정신적 거리 두기가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의 존엄과 주체성을 인정하는 개인주의가 아니라, 사적 이익 추구로 변질된 자유주의 상황에서 기득권의 위치에 있는 이들은 모든 것에 개입하고 싶어 하며, 훈수를 두고 싶은 생각들이 넘친다. 패거리에 합류하지 않는 이를 개인주의로 몰아세우면서 정작 자신은 아집과 이익에 충실한 삶을 살아간다. 때로는 사랑과 집착을 구분하지 못하고 자신의 경험과 프레임으로 상대방을 재단하기도 한다. 편견과 차별의 언어로 내재된 폭력을 드러내기도 한다. 약자가 가진 자에게, 아이가 부모에게 그 자리에 멈추기를 요청하지만 무시하기 일쑤다. 적절한 정신적 거리두기가 아니면 완전한 차단에 이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살고 있다.      


알게 모르게 나는 얼마나 폭력적으로 살아온 것일까 생각하게 하는 봄이다. 마음과 마음 사이에는 인증된 마스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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