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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뿐인숲 Aug 22. 2020

코로나의 시대, 동네 카페의 내일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지인들이 오늘 부쩍 SNS를 통해 소식을 전했다. 물론 코로나 관련이다. 2단계 거리두기와 관련되어 매장에서 음료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거나, 테이크아웃만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로스터리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원두 납품과 판매, 컨설팅에 주력한다고 한다. 회복하는 듯했던 매장 매출에 한숨 돌린다던 곳이 많았는데 다시 모두들 패닉 상태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던 스타벅스마저 한가롭게 만들었던 지난봄의 충격이 되풀이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2009년 3000개를 넘지 않았던 전국 커피전문점은 2018년 말 6만 6000개, 2019년 7월 기준 7만 1000개로 늘어났다. 2018년 8695곳이 폐업했지만 1.5배가 넘는 1만 3547곳이 창업했다. 이렇게 폐업보다 창업이 많은 상황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2010년부터 올 3월까지 서울에서 인허가를 받은 휴게음식점 5만 6,184건 중 폐업까지의 기간이 3년 미만인 점포가 2만 9,348개(52.2%)에 달한 것을 보면 카페 창업과 운영은 여전히 힘겨운 도전인 것이 틀림없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직전 상황이라고 보면 앞으로 데이터는 더 심각함을 보여줄 것이다.


내가 사는 동네의 상황도 심각하다. 가끔씩 들리던 전철역 앞 카페 자리에 현수막이 이리저리 걸렸다. 폐업 대폭 세일. 이미 카페 집기는 사라졌고 잡동사니 물건을 떨이로 판매하는 상인이 물건을 가득 채워두고 있었다. 목이 좋은 곳치고는 손님이 없구나 싶었는데 1년도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다. 월세를 300만 원이나 내면서 버틸 가게가 요즘 어디 흔할까.     


한 정거장 옆 전철역에 있던 카페는 최근 주인이 바뀌었다. 단골손님들 말에 따르면 월세 부담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사장이 가게를 빼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월세를 줄여줄 건물주가 잘 없다고 보면 새 주인이 어떻게 헤쳐 갈지 걱정된다며 안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 년 전 반대편 전철역에 오픈한 대형 쇼핑몰에 입점했던 카페 한 곳도 문을 닫았다. 6개월 만이다. 평일에는 쇼핑 손님이 얼마 되지 않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빌딩을 세운 학원 건물에 입주했던 깔끔한 인테리어의 카페도 6개월을 견디지 못했다. 어쩌면 일찍 접는 것이 더 큰 피해를 줄이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들 카페들의 공통점은 지명도가 높지 않은 프랜차이즈이거나 일반 카페라도 오로지 음료 판매로만 매출을 올리는 곳이라는 것이다. 코로나는 앞으로 카페를 어떻게 재편하게 될까. 여러 곳의 카페 운영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우울한 기운이 맴돌았다. 대화를 통해 느껴지는 앞으로의 흐름은 대략 세 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우선 교외에 주차장을 완비한 넓은 대형 매장이 아니라면 테이크아웃 위주의 주문이 많아질 것이고, 카페 또한 이런 식의 운영에 대비한 대응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스페셜티커피협회의 최근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코로나 기간 동안 테이크아웃 주문 비율이 5,380%나 증가했고, 배달판매를 시행하는 카페도 340%나 늘어났다고 한다.(https://squareup.com/us/en/payments/coffee) 테이크아웃 음료의 포장과 브랜드 이미지 강화, 그리고 테이크아웃 음료에 대한 다양한 가격정책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정통 커피전문점에서 케이크나 베이커리가 제공되는 카페로의 이동 또한 가속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커피 음료 위주의 매출로는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데, 고객층의 확대를 위해서도 오히려 커피는 곁들이는 메뉴로 전환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사실 베이커리와 카페가 구분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가고 있다. 신규 오픈하는 교외의 대형 카페들은 모두 베이커리를 기본 아이템으로 채택하고 있음을 보면 알 수 있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는 그들대로 음료 매출에 신장에 더 신경 쓰는 모양새다. 이들이 매장 구조 변경을 통해 꾸준히 좌석을 도입하며 카페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것은 소비자 패턴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커피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의 경우 홈 카페를 강화하는 추세이고 보면 기존 커피전문점의 판매 다각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 마카롱, 디저트케이크, 티 베리에이션 음료 등 판매 상품 확대에 나서는 카페들이 늘어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판매 다각화에 접근하는 카페와 그렇지 못한 카페 간의 명암이 극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위기 상황에 잘 대처하고 있는 카페의 경우 음료 매출에 기대지 않고, 원두 납품, 커피 및 베이킹 교육, 온라인 판매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 부분은 카페 운영자의 전문성과 관련이 있는 부분으로 편의점처럼 그저 카페가 음료를 유통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원두 납품까지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자체 원두 판매와 원재료 사용에 이를 정도의 수준은 갖추는 것이 장기적으로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덕목이지 싶다. 커피나 베이킹, 디저트 클래스 운영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인력을 운영하고 이를 잘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커피 클래스에 참여했던 디저트 개발자와 협업으로 디저트 메뉴를 개발해 판매하는 수도권의 한 카페는 매장 음료 판매보다 디저트와 원두 판매로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다양한 시럽의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동네 카페도 있다. 원두 납품도 함께 진행하고 있는 곳이라 앞으로 추가 항목이 많아지면 자체 쇼핑몰로의 확대도 꾀하고 있다.      


일상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한 코로나는 카페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와 융합한 대형 교외 카페, 테이크아웃과 원두 판매 위주의 소규모 카페 정도로 재편되면서 다양한 동네 카페 문화를 기대하는 것은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동네 서점이 명맥만 유지하고 대형서점 위주로 재편된 서점 출판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창업을 고려하는 사람이든, 매출 저하를 우려하는 사람이든 변화하는 흐름을 잘 읽고 행동해야 한다.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카페 운영자들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지우지 못하고 하루하루 가게문을 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지금은 모두 전쟁에서 살아남는 정도가 아니라 지옥으로 가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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