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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뿐인숲 Aug 03. 2015

능력과 스펙 사이

젊은이에 너무 가혹한 우리 사회

교육부가 최근 인성교육진흥법 시행령을 발표했다. 법까지 만들어서 인성을 평가해야 할 상황인가 답답한 마음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전문 기관을 지정해 인성교육 프로그램과 교육과정 인증 업무를 위탁한다고 한다. 인성이 과연 점수로 평가가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아이들은 또다른 사교육 하나 더 늘어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정책입안자들은 아는지 모르겠다. 인성교육진흥법을 보면 인성의 핵심 가치로 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을 열거하고 있다. 정해진 프로그램을 배우고 체험한다고 인성이 향상된다면 우리는 왜 그동안 도입하지 않은 것인지. 


정부는 소프트웨어(SW) 교육을 중학생은 2018년부터, 초등학생은 2019년부터 필수로 받도록 하는 방안도 내놨다. 초등학생은 5·6학년 ‘실과’ 시간에 정보통신기술(ICT) 단원을 모두 12시간 공부하는데, 2019년부터는 소프트웨어 기초교육을 17시간 이상 하겠다는 것이다. 중학교에선 2018년부터 ‘정보’를 선택교과에서 필수교과로 바꿔 주 1시간씩 한해 34시간에 걸쳐 간단한 프로그래밍 개발 등을 가르치고 고교는 2018년부터 심화선택인 ‘정보’를 일반선택 교과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교육과정 개정안을 9월에 고시해 이런 방안을 확정할 계획라고 한다. 갖춰야 할 스펙이 도대체 몇가지인지 학부모들은 또 냉가슴을 앓을 판이다. 이렇게 스펙을 요구하고 학생들은 공란을 채워 가는데 정작 이들이 능력을 발휘할 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다.


어디를 가나 인력 미스매치가 늘 문제라고 말한다. 어느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기업에서 재교육해야할 비용까지 고려해야하니 대학에서 이를 제대로 교육하고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요구다.


당장 실전에 바로 투입할 인력이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업무의 일관성과 미래를 보는 입장에 서있는 사람이라면-그것이 경영자이건, 실무자인건 관계없이- 경험상 어떤 인력이 일을 잘하게 될 것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기본기가 탄탄하게 훈련 되어있고 보편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분명 앞서나가게 된다. 현장에서 요구하는 세세한 기술은 선배의 정확한 가르침과 매뉴얼로도 습득이 가능하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찾아가는 일은 시간이 필수적이다. 사람은 컴퓨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써먹을 기술만 가지고 전반적인 역량을 키우지 못한 사람은 당장 눈에 닥친 일처리는 해내겠지만 미래의 성과관리나 상상력,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잠재력을 가진 원석같은 인재가 설 자리는 지금 없다. 요령만 습득한 직원이 커나가는 회사의 역량과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를 얼마나 감당해 낼 수 있을 것인가.


인턴십을 쌓고 실무 기술을 외운다고 과연 실제업무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회사의 선배들에게 물어본다면 대답은 비슷할 것이다. 자격증 있어도 별로 따지지도 않는 것이 대부분의 회사가 아니던가. 오히려 폭넓은 사고를 가진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던가.


글 쓰는 요령을 자세히 가르친다고 좋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되지는 않는다. 시중에 그렇게 많은 글쓰기 책이 나와 있지만, 그 책을 들고 1년을 공부한다고 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나 논리적인 글이 제대로 써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은 알면서도 속는다.


영어나 사무에 필수적인 것들은 이미 습득해오지 않는가. 현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구미에 맞게 대학이 바로바로 갖춘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것 아닌가. 직원들과의 인화, 추진력, 기획력, 의지력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 경험이 쌓여야 해결 가능한 것들을 스펙들로 해결하고자하는 잘못된 욕망에 우리가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물어보아야 할 것 같다. 


다른 유망직종에 우수한 인재들을 빼앗기고 난 것에 대한 화풀이인 것은 아닌지. 그보다는 근무여건과 대외적 산업의 신뢰도를 높여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재들이 이 업종으로 몰려들게 만드는 일이 더 급한 일이 아닌가 싶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젊은이들의 삶을 먼 발치서 들여다보자니 뜨거운 더위보다 더 답답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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