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감노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ntimental Vagabond Mar 18. 2016

전통이 되게 하는 방법, 누적의 힘.

한국맥주의 새로운 미래을 꿈꾸며

마케터라는 직업을 꿈꾼건 고등학생 때부터 였던 것 같다. TV에 지나가는 장면으로 외국의 어느 멋진 모터쇼에서 신차를 소개하는 마케팅 디렉터를 보고선 막연히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싶다 꿈꿨었다. 성차별은 아니지만 여자들 중에 유난히 차를 좋아하기도 하는 사람이었으니. 대학 졸업 후 누구나 알만한 역사와 전통이 있는 외국 자동차 브랜드의 PR일을 하며 꿈속에 그렸던 모터쇼 현장, 신차 론칭 현장에서 일을 하며 꿈에 한발짝 다가왔다는 느낌보다는 누군가가 만들어논 전통의 룰과 틀안에서 벗어나지 않게 내 모든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일에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다. 마케팅의 꽃이라는 자동차 마케팅이었는데..


그러다 내가 새로운 전통과 룰을 만들 수 있는 브랜드의 마케터가 되어보자 생각했고 1년전 자동차 만큼 좋아하는 술로 일을 옮기게되었다. 몇백년 전통의 위스키나 맥주 브랜드가 아닌 이제 막 세상에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는 한국의 새로운 크래프트맥주 브랜드였다.


내가 꿈꾸고 그리는대로 브랜드의 전통과 룰을 만들어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기대와 달리 1년이 지난 지금도 매일매일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내 모습을  보며 슬럼프아닌 슬럼프를 겪던 중 정말 위로가 되는 글을 '발견'하게 되었다. PRAIN대표 여준영씨의 블로그에서.


블로그 원문

누적되는 일이 있고 흩어지는 일이 있습니다.

똑같은 일을 똑같은 시간 동안 똑같이 바쁘게 해도,

주로 흩어지는 일을 하느라 바쁘다면 그건 참 비극입니다.

"내가 이거 뭐하고 사는건가 "

"이렇게 바쁘게 살면 뭐하나" 라는 말이 나오는건

주로 흩어지는 일에 치일때 일겁니다.

아니 사실은 누적되는 일 따로 있고 흩어지는일 따로 있는게 아니라 일의 결과를 쌓이게 하는 사람이 있고, 그냥 흩어지게 두는 사람이 있는것 같습니다.

일을 누적되게 하려면 설계를 잘하고 끝을 상상하고 목적에 집착하면서 지속 해야합니다.

아주 간단하게 예를 들어  회사 창립기념품을 만드는 잡일(?)을 부여받았을 경우 누적되게 일하려는 성향의 한명은 자신의 업무 덕분에 몇 년 뒤 사람들이 "이번엔 또 어떤 멋진 제품을 받게 될까" 궁금해하고 기대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십주년 되는해에 지난 십년간 만든, 컨셉이 일관되고 발란스가 잘 맞는 열 개의 제품이 담긴 스페셜 패키지를 만드는 걸 목표로하고, 첫해에 만든 제품이 웃돈에 거래되는 꿈도 꾸고 백년 되는 해에 전시를 하는 상상을 하며

매해 의미심장한 일을 하게 될 겁니다.

흩어지는 일을 하는 사람은 검색을 하고 판촉물 회사를 찾고 가격에 맞추고 어느 해에는 예전에 나누줬던 걸 다시 만들기도 하고 또 어느 해에는 "아이 벌써 일년이 지났어?" 하며 괴로와 할지도 모릅니다.

"고작 이따위 일을 하고 있나" 투덜 대다가

십년 뒤 쯤 자신과 똑같은 일을 맡은 사람이 해낸 고작 이따위가 아닌 결과물을 보게 될겁니다.

매월 회식장소를 정하는 더 잡일(?)이 임무인 신입 사원이

100회 회식때 쯤 "강남구 회식 지도"를 앱으로 책으로 낼 생각으로 회식장소를 잡는다면 그것도 그 자신에게는 참 멋진 프로젝트 일겁니다.

어느회사 사장이 새해 첫날 직원들의 책상위에 장미 한송이와 그해의 메시지를 쪽지로 적어 놔뒀고

그걸 귀찮아하지않고 이십년 지속 했더니 다음 사장이 이어 받고 또 다음사장이 이어받았다면

그 사장은 백 년 뒤 그 회사가 가장 자랑하는 전통을 만든 사람이 될지도 모릅니다.

매해 열심히 신년사를 써서 낭독한 사장은 잊혀질테지만 장미의 전통에 대해서는 들어오는 신입사원 마다

"이 전통은 언제 누가 시작한건가요?"라고 물을 겁니다.

그 스토리가 회사로비에 동판으로 새겨질지도 모르지요.

얼마전 남태정PD 로부터 매해 15만명이 넘게 참가하는 세계 최대의 음악축제, 글래스톤베리페스티벌이 1970년 하룻동안 자신의 농장을 개방했던 한 개인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아마 상상하고 지속하고 누적하는 사람이었을 겁니다.

목적 설계 상상이 어렵다면 아무리 작은 일을 시작하더라도 무조건 이런 생각에서 출발 해버릇 하면

긴 여정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늘 머릿속에 가지고 사는 생각이기도 합니다)


"내가 하는 이 일이 전통이 될 것이다 "



나는 여태껏 누적되는 일을 해오고 있었을까, 흩어지는 일을 해오고 있었을까? 스스로의 질문에 쉽사리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새로운 전통을 만들고 싶어 왔을때의 처음 마음을 져버리고 때로는 흩어지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채워왔진 않았을까?


80년간 두 회사에서 양분되어왔던 맥주 시장에 한국 맥주의 미래를 바꾸겠다며 이제야 첫걸음을 뗀 새로운 맥주 브랜드. 그 브랜드의 마케터로서 내가 지금 가장 필요한건 지금은 매해 15만명이 다녀가는 세계최고의 음악페스티벌이 결국엔 40년전 1970년에 하룻동안 자신의 농장을 개방 했었던 글래스톤베리의 어떤 농장주인의 상상과 누적의 힘이 아닐까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 번의 서른 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