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을 바꾼 몇몇 모멘텀들이 있다. 런던과 베를린에서 살았던 시간들, 나의 짝을 만난것, 요가 등등과 같은. 그 리스트에 최근 추가된 것이 있다면 ‘정원 가꾸기’다. 우리의 새로운 보금자리 '영감댁'에서 정원을 가꾸기 시작하며 나의 삶이 바뀌었다.
작년가을 부산 영도라는 섬에 작은 마당과 오래된 감나무 두그루가 있는 2층 빨간벽돌집을 마련했다. 삶에 영감을 주는 영도 감나무 댁이라는 의미를 줄여 영감댁이라 이름붙였다. 영감댁에는 시멘트로 나즈막히 쌓아올린 두평이 조금 넘는 작은 정원이 있었는데, 내팽겨쳐진 수국 한그루와 장미꽃 말고는 각종 닭뼈 조개껍질 등이 수북히 쌓여있는 쓰레기장 같은 곳이었다.
다행히 흙이 좋아보인다는 이웃분의 말에 용기를 내어 서울과 영도를 오가며 이 작은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내 팽겨쳐진 수국과 감나무 나무들의 가지치기를 하고, 흙밭에 쓰레기를 고르고 또 골라내 땅을 갈고,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고, 노심초사 가꾸고 돌본 지난 몇개월의 시간들 끝에 요즘은 이 작은 정원이 주는 기쁨에 흠뻑 빠져있다.
나의 소울메이트 작가 헤르만 헤세는 정원가꾸기는 ‘노동을 가장한 휴식’, ‘상상의 실타래가 한없이 풀리는 명상’이라 했는데, 지난 4계절 정원 가꾸기를 하며 식물들로부터 삶의 많은 것들에 대한 지혜를 배우고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또, “정원을 가꾸면서 창조의 기쁨과 우월감을 느낀다. 땅을 자기 생각과 의지대로 가꾸고, 다가올 여름을 기대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과 색과 향기를 창조해낼 수 있다. 작은 화단, 헐벗은 한 뼘 땅을 갖가지 색채가 넘쳐흐르게 바꾸어놓고, 눈이 위로받는 천국의 정원을 만든다”는 헤세의 말처럼, 정원을 가꾸며 창조의 기쁨도 마음껏 만끽하고있다.
수국, 장미,능소화, 라일락, 공조팝, 튤립, 만리향, 상록으아리, 하설초, 물망초, 라벤다, 은꼬리풀, 털수염풀, 양귀비, 델피늄, 마가렛, 매발톱, 솔잎도라지, 코스모스, 이베리스, 페르시아, 라난큘러스, 수선화, 매화, 달리아, 은방울꽃, 설난, 풍로초, 제라늄, 향기별꽃, 너도부추, 실라, 비덴샤, 버베나, 바람꽃, 말발돌이, 섬노르커, 루피네스, 비비추, 수련, 한련화, 피나타, 치자나무, 쟈스민, 메리골드, 한련화, 클레마티스, 로즈마리, 애플민트, 바질, 루꼴라, 고수, 상추, 토마토, 부추, 가지, 오이, 가지, 고추까지. 내가 만든 작은우주에는 60여종이 넘는 아이들이 함께살고있다.
정원을 가꾸며 얻은 영감과 배움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쓰고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원과 식물에 대해 계속해서 공부를 이어가고있다.
그리고, 내 삶에 내 짝이, 요가가, 여행이, 친구가, 사랑과 자유와 즐거움이 없는 삶을 더이상 생각 할 수 없듯이 앞으로 내 삶에 정원없이, 향기없이, 꽃없이, 초록 잎사귀 없이는 더 이상 살수가 없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