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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ntimental Vagabond Jan 11. 2016

결국엔 라이프스타일과 디자인

일본 츠타야 서점과 마스다 무네야키가 쓴 두 권의 책을 읽고

도쿄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들리는 서점이 있다.

바로 츠타야 서점이다.


작년 도쿄 여행 때에는 일부러 다이칸야마에 있는 츠타야 서점을 찾아가긴 했지만, 츠타야 서점을 알지 못했던 20살 친구와의 첫 해외여행에서도 츠타야 서점에 갔던 경험이 있다.


그 당시 군대에 가있는 남자친구에게 도쿄에서 엽서를 보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스크램블 교차로가 보이는 시부야 한복판의 스타벅스에서 엽서를 썼던 적이 있다. 그 스타벅스한층에는 빼곡히 CD와 DVD들 등이 전시가 되어있었는데 당시엔 몰랐지만 지나고 나니 그곳이 츠타야 서점 시부야점이었다.


2015년 6월 매거진 B에서도 츠타야 서점을 주제로 다루었다. 츠타야를 운영하는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 주식회사 CEO 마스다 무네아키를 신 경영철학이라며 칭송하고 있기도 하고, 요즘 여행 병이 도져 작년 도쿄 여행 사진을 뒤적이다가 우연히 츠타야 서점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발견한 뒤 츠타야 스토리가 궁금해 그가 쓴 두 권의 책 <라이프 스타일을 팔다>와 <지적 자본론>을 읽게 되었다.


<매거진B - TSUTAYA편>


두 권의 책과 츠타야 서점의 핵심은 '라이프 스타일''디자인'이다.


그의 첫 번째 책은 <라이프 스타일을 팔다 - 다이칸야마 프로젝트>이다.


다이칸야마 프로젝트.  "숲 속의 도서관, 서점이 창조하는 거리"라는 이 프로젝트를 시대적, 사회적 배경 속에 어떻게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게 되는지 세밀히 서술하고 있다. 특히 각 챕터의 말미에 저자가 일본의 유명 카피라이터, 게임 크리에이터, 건축가와 나누는 대담을 통해 본인의 철학을 대화 형식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라이프 스타일을 팔다 - 마스다 무네아키>


다이칸야마 프로젝트를 읽으며 가장 놀랍고 배울만한 포인트는 기획자(저자) 입장에서 고객들에게 선보이고자 하는 새로운 것을 기획하는 단계가 놀랍도록 단순 명료하다는 것이다.


1. 고객은 누구인가?

2. 고객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3. 고객에게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


마스다 무네아키는 이 세 가지 과정의 질문과 답을 통해 다이칸야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우선  누구에게.라는 질문에 대한 무네아키의 답은 '프리미어 에이지'이다.


이 프리미어 에이지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영포티'라 불리는 세대와 비슷한 느낌을 가진다.(물론 시대적인 차이는 조금 있지만, 우리가 딱 10년 늦다는 느낌이 든다) 전쟁 이후의 베이비 부머 세대(단카이 세대)로 1970년 전후 우수한 노동력으로 사회에 배출되어, 1980년대 안정된 지위와 수입을 얻는 생산의 주역이었고, 이제 소비의 주역이 되는 세대이다. 그리고 이들은 생활의 패션화, 디자인화라는 새로운 물결을 일본에 유입한 세대라는 것이다.


두 번째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전문적인 큐레이팅.


넘쳐나는 정보로 이제 더 이상 ‘1→n’ 추천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IT시대를 사는 우리는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하는 쪽도, 제공받는 쪽도 정보가 넘쳐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전문적이고, 세심하게 고객을 살펴야 한다. 그래서 츠타야는 고객들(프리미어 에이지)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추어 새로운 큐레이팅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런 '지적자본(큐레이팅  지식이 있는)'역할을 하는 접객 담당자가  존재한다. 예컨대 요리 코너라면 일본을 대표하는 출판사에서 여성 잡지 편집장을 담당했던 편집자가, 여행 코너라면 20권 이상의 가이드북을 출간한 여행 저널리스트가, 자동차 코너라면 마니아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모은 자동차, 바이크 전문 서점 직원이. 이런 방식으로 말이다.


세 번째 무엇을.

TSUTAYA를 설립한 1983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나는 CD와 DVD, 서적 등을 TSUTAYA의 사업 아이템이라고 생각한 적이단 한 번도 없다. TSUTAYA에서 판매하는 것은 ‘라이프스타일’이다.



그렇다.

라이프스타일이다.

책 제목처럼 TSUTAYA는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하는 곳이다.


일본 사회는 1980년 전후부터 '생활의 패션화'가 진행되며 의복은  기능성보다는 입는 사람의 가치관을 표현하고, 레스토랑은 허기를 달래는 곳이 아니라 여유로운 공간에서 식사를 즐기며 의미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변했다. 그래서 저자는 레코드나 비디오 서적과 같은 물건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와 장소를 제공하고 싶었고 그것이 바로 TSUTAYA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가시화시키는 과정에서  오래전 하라주쿠에 있던 '레온'이라는 찻집을 떠올린다. 레온이라는 찻집은 수많은 크리에이터, 매력적인 사람들이 출입했었던 문화의 발신기지와 같았으나 아쉽게도 지금은 사라진  곳이다. 그렇게 해서 마스다는 매력적인 사람들이 모여서 새로운 자기장을 뿜을 수 있는 4,000평의 매력적인 카페를 만들고자 했으며, 그렇게 해서 태어난 곳이 바로 다이칸야마 츠타야이다.


실질적으로 <지적 자본론>에 나오는 츠타야의 새로운 프로젝트인 다케오 시립도서관과 많은 츠타야 서점들 내부에는 스타벅스 카페가 함께 자리 잡고 있어 이곳이 도서관인지, 카페인지, 서점인지 싶을 정도로 자유로운 카페 같은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눈에 띄는 츠타야만의 새로운 큐레이팅 방법.

요즘 전 세계적으로 열풍인 <킨포크>

킨포크라는 잡지 성격과 맞게 '킨포크 테이블' 위에 전시하고, 킨포크족이라면 관심 가질 만한 상품들도 함께  전시해두었다. (1년 전 사진)


매거진 B의 Aesop 편에는 에이솝 상품들도 함께 판매 중이다.


영화, 인문, 여행, 자동차 등 라이프스타일에 맞추어 상품진열을 하고

각 코너마다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고객들의 컨시어지 서비스를 돕는다.


위 두책을 읽기 전에 츠타야 서점을 방문했었을때 왜 '자동차'라는 코너가 따로 있을까 궁금했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그 의문이 풀렸다. 바로 '프리미어 에이지'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췄기 때문이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이러한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의 이노베이션 과정을  다케오 시립도서관에게도  적용시키게 되는데 그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바로 두 번째 책 <지적 자본론>이다. 결과론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을 팔다>와 마찬가지로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이 시대에는 '지적자본'이 필요하고 이는 고객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기획하고 제안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지적자본론>


다케사가현 다케오 시의 젊은 시장인 히와타시 시장은 본인의 고향인 작은 지방 도시 다케오 시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다케오 시립 도서관 레노베이션을 기획하게 되고 마스다 무네아키와 함께 인구 5만명의 도시에서 개관 13개월 만에 방문객 수가 100만을 돌파하는 도서관을 만들게 된다. <지적자본론>은 이 과정을 히와타시 시장과의 대담을 통해 설명한다.


다케오시립도서관  <출처: http://mcha-jp.com/>


다케오 시립도서관:  2013년 4월 1일부터 CCC(컬처 컨비니언스 클럽)가 이곳 도서관의 지정 관리자가 되면서 연중무휴,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시민에게 열린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20만 권의 장서를 거의 대부분 개가식으로 개방하여 방문객들이 도서관에 들어선 순간, 압도적인 규모의 '책의 숲'과 마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분류 방법도 일반적인 도서관에서 채용하고 있는 '일본 십진분류법'이 아닌 요리나 여행 등 생활 속 언어를 사용하여 정성스럽게 장르별로 나눴다. 스타벅스와 신간 서적이나 잡지를 판매하는 '츠타야 서점'까지 입점해 있는 '라이프 스타일 라이브러리'다. 인구 5만명의 도시에서, 개관 13개월 만에 방문객 수가 100만을 돌파했다. <지적자본론 中>


츠타야 서점이 어떻게 공공기관을 넘어 사회를 바꾸는 힘을 가지게 되는지에 대한 내용을 기반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팔다>와 대부분 비슷한 내용을 닮고 있으나, 한 가지 덧붙인 것이 있다면 바로 '디자인'의 중요성이다.


제품에 부여되는 '디자인'의 의미가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데도 그런 사실을 진지하게 자각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보다 좋은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흔히 '부가 가치를 높이기 위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상품의 디자인을 '부가'가치라고 포착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인식이다. 부가 가치는 간단히 말하면 '덤'이다. 거기에는 상품의 본질적 가치가 아니라 그에 첨가된 가치라는 뉘앙스가 내포돼있다. 하지만 이제 상품의 디자인은 결코 덤에 비유 할 수 없는 요소로서 본질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본질적 가치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2016년 1월 월간 디자인과의 인터뷰에서 "유통업의 미래는 유통업체 간의 시장점유율인 마켓 셰어보다 소비자의 일상을 점유하는 라이프 셰어(Life Share)를 높이는데 달려있다"라고 하며 금년부터 신세계 계열사들이 어떤 방향성으로 나아갈지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다. 한국 유통업계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는 츠타야 서점과 마스다 무네아키의 두 권의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어느 영역에 있던 결국 '라이프스타일'과 '디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비즈니스뿐 아니라 개인적인 영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확고한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과 주변을  디자인할 수 있는 사람. 이 복잡하고 변화가 빠른 세상에서 결국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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