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생활

새로운 가족, 새로운 시작

by Sentimental Vagabond

한 해의 시작은 1월이지만, 3월은 유난히 '새로움'의 달이었다. 3월하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봄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다시 돌아가갈 때 느끼는 새로운 학년, 새 학기, 새 교과서에 정성스럽게 북커버를 씌우던 설레임이다.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선 돌아오는 계절마다 느끼던 설레임들이 점차 사라졌지만, 올 한해 3월은 달랐다.


아직 좀 쌀쌀했던 3월의 첫날, 짝과 오랫동안 꿈꿔오던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의 첫 발을 내 딛었다. 서울에서 적산가옥이 젤 많이 모여있다는 후암동의 작은 골목길, 서울의 한복판이지만 아직까지 옛날 느낌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길이자 집에서 걸어서 10분 밖에 걸리지 않는 이 곳에 작은 가게 자리에 도장을 찍게 되었다.



가게 계약과 함께 멀리 남양주까지 달려가 아이스크림 기계도 계약을 하고, 앞으로 우리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만들게 될 일명 '테일러'로 처음 샘플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보는 감격적인 순간도 있었다.



그리곤 친구들과 혹은 짝과 소박하지만 정성스럽게 우리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자리도 있었다.



나와 짝의 새로운 시작 뿐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두살 터울인 오빠가 장가를 가게 된 것이다. 우리 오빠와 나는 남매이지만 닮은 구석이 정말 1도 없는 사람들이다. 오빠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참으로 많지만 가족이란게 그러 하듯, 이해와는 별개의 문제로 진심으로 사랑으로 아끼므로 오빠의 새로운 출발도 온 마음을 다해 축하하고 응원한다.



결혼식 전날 엄마가 정성스레 준비한 함을 보내던 날, 사랑이 넘치는 우리 엄마가 몇날 몇일 정성스레 준비한 함들과 결혼을 하루 앞두고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던 오빠를 보니 웬지 모르게 뭉클함이 느껴졌다.



연습없이 부모가 된 순간부터 자식을 키우며 본인 인생에 매번이 처음이었을 순간들을 현명하게 잘 맞이 해왔던 엄마는 마찬가지로 아들의 결혼이라는 처음겪어 보는 인생의 어떤 순간을 맞이하는 내내 눈시울이 붉어져있었다.



그렇게 새로운 시작들로 가득 찼던 3월에는 많은 국민들이 염원하던 탄핵이 이루어졌기도 했고, 꽃샘 추위에 연일 쌀국수를 먹는 날들이 이어졌다.



전기, 정화조 등 가게에서 필요한 공사들이 조금씩 시작되기 시작했고 동시에 통장에 잔고도 함께 줄어갔다.



3월 21일엔 서른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평범한 여느날 처럼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해서, 몇번이나 가고싶었지만 어쩐지 시간이 맞지 않아 가지 못했던 만리동에 베리스트리트 키친에가서 저녁을 먹었다. 아주 어렸을땐 서른살이 되면 '뭔가 이루었다'거나 '뭔가 되었다'거나 할거라 했었는데, 실제로 서른이 되고나니 서른은 아직도 여전히 '뭔가를 이루는 중'이거나 '뭔가가 되는 중'인 듯하다. 혹은 뭔가가 무엇인지도 모르거나, 뭔가가 무엇인지를 찾는 중이기도 한 듯하다.






생일 주말엔 혼자서 도쿄로 떠났다.



천천히 공원을 산책하기도 하고, 맛있는 저녁을 혼자 먹고, 가보고 싶었던 가게에 몇군데 가보고.

조용히, 천천히 흘러보낸 도쿄의 시간과 함께 3월도 끝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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