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서 - 반드시 찾아오고야 말 행복

by Sentimental Vagabond



은현의 돌아와서


발리에 다녀오고 나서 나는 심한 감기에 걸렸다. 공항에서 노숙하고 건조하고 꽤 추운 비행기 안에서 반팔티만 입고 잤더니 한국에 오자마자 기침이 심해졌다. 기침은 점점 심해져 통증이 목구멍, 명치를 지나 결국에 갈비에 골절이 가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여독이라고 하기에는 그 후유증이 너무 심한 거 같았다. 사실은 걱정이 되었다. 아직 젊은 나이인데 기침 좀 심하게 했다고 갈비뼈에 골절이 생기는 건 내 뼈 나이는 거의 노인 수준이 아닌가.


발리 여행 내내 계속 생각했던 것이 건강해지고 싶다는 것이었다. 몸이든 마음이든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몸이 안 좋아졌다. 그래서 더 건강해지자 다짐했다. 매일 강아지와 산책을 나가는 것으로 작은 시작을 했다. 1년 365일 중 집에서 밥 먹는 날이 열 손가락 안에도 들지 않았는데 이제는 일주일에 2-3번 이상은 최대한 집에서 먹으려고 한다. 하루에 책 10분 이상 읽기 습관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다양한 책을 섭렵해서 읽어보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다녀오면, 변화할 거라고 기대하지만 다시 본연의 일상으로 돌아오면 달라진 것이 없을 알고 내심 실망한다. 반대로 나의 경우는 여행에 크게 기대를 갖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여행 때문에 특별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여행 이후, 내면에 조금은 변화가 있음을 느꼈다. 건강해지고 싶다는 생각도 그렇고 가장 중요한 변화는 여행이 좋아졌다.


발리 여행은 지루한 일상에 조금 활력을 더하고자 계획했던 여행이었으나, 사실 돌아온 일상에 활력은 되지 못했다. 오히려 더 도피하고 싶은 생각만 강해졌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여행이 좋아졌다는 얘기이다. 여행에 별 기대가 없던 내가 여행이 좋아졌다. 그래서 지금은 다음 여행지를 계획하고 있다. 호주. 은희와 같이 가는 여행은 아니지만 이번 여행도 내가 애정 하는 사람들과 떠나게 될 예정이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먼 나라 이웃나라 호주 편을 집어 들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자주 생각나는 꽃이 있다. 메리골드. 발리 사람들의 성스러운 아침에 축복을 더해주는 꼿. 우연하게 본 SNS에서 메리골드의 꽃말을 보았다. ‘반드시 찾아올 행복'. 행복은 지나가는 감정이라는 어떤 아티스트의 말이 떠올랐지만, 그래도 지속될 수 있는 행복한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발리 여행을 다시 곱씹어 본다. 삶이 힘들 때면, 메리골드를 생각하고 읊조려보며 ‘반드시 찾아올 행복'을 위해 참아보기로 한다.



은희의 돌아와서


발리에 다녀오자마자 또 다른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남편과 함께 2월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 L.A 팜스프링스까지 미국 서부 로드트립을 하기로 했다. 익숙한 일상으로 돌아온 것에 대한 안도감이 지루함으로 바뀌는 데에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신데렐라처럼 발리에서의 자유 시간은 끝나고 매일 아침 다시 일터로 향하는 똑같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매일 아침 출근을 할 수 있는 동력이 월급 말고 하나 더 필요했기에, 다음 여행의 티켓을 끊었다.


짧은 여행이 끝나고 내 일상에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하루하루 살다 보니 여행이 내 마음 한 구석들을 바꿔놓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인도에 가고 싶어 졌다. 발리에서의 요가 경험이 좋았던 부분도 있지만 어느 한구석엔가 더 진짜를 경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발리에 가는 비행기에서 읽었던 인도 리시케시에서의 요가 수련 책의 영향도 있었을 테다. 정신을 차려보니 리시케시 요가원 웹사이트를 켜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종교가 궁금해졌다. 왜 인간들은 종교를 만들게 되었을까? 왜 지역에 따라 다른 종교들을 믿는 것일까? 부터해서, 발리 사람들의 따뜻한 웃음은 힌두교를 뿌리 깊이 바탕 삼아 살고 있기 때문일까? 힌두교와 불교는 대체 어떻게 다른 걸까? 요가는 힌두교에서 시작하게 되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전 세계에 퍼지게 됐을까? 마음속에 정말 많은 질문들이 떠올랐고, 그 질문들의 답을 찾기 위해 열심히 종교에 관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궁금해졌고, 사람들을 더 만나고 싶어 졌다. 나는 원래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었는데, 올해 초 사기사건을 당하며 사람들을 만나기가 꺼려졌다. 그런데 발리 사람들에게 얻은 긍정적인 에너지 때문인지, 여행을 다녀온 뒤 사람들을 더 만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지난 사기사건으로 상처 받은 마음이 이제야 치료가 된듯했다.


여행 직후 들었던 여러 가지 궁금증이나 긍정적인 마음들도 일상에 지치는 날이 반복되어 희미해질 무렵 은현에게 메시지가 왔다. "은희님, 우리 발리에서 보며 좋아했던 메리골드의 꽃말이 뭔지 알아요? 반드시 찾아오고야 말 행복이래요" 그 메시지를 받고 회사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에 동네 환경 조성사업으로 길가에 수도 없이 심어둔 메리골드(금잔화)가 눈에 띄었다. 발리 여행에서 만났던 주황색 메리골드는 나에게 행복의 부적이 되었고, 하나의 불행이 열 가지 행복을 망치려고 할 때마다 발리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꽃시장으로 달려가 내 행복의 부적을 장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