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 - I am radiant!

by Sentimental Vagabond


은현의 Day 6


오늘은 발리에서 온종일 놀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아쉬움 가득 안고 아침을 맞이했지만, 그래도 하루가 온전히 남았으니 또 열심히 놀아보기로 한다. 우리가 묵고 있는 리조트는 수영장 시설이 매우 훌륭하다 못해 두 곳이나 있어 오전은 수영을 하기로 했다.


수영을 하기 전에 배를 채우기 위해 조식을 먹으러 갔다. 고급 호텔 리조트여서 그런지 조식마저도 코스 형식으로 나왔다. 하지만 나는 아침을 잘 먹지 않아서 커피만 마시려고 하는데 은희가 안된다며, 자기가 다 먹을 거니 같이 시켜달라고 했다. 난 정말 은희가 좋다. 진심이다. 본능에 솔직한 그녀는 정말 사랑스럽다. 총 6가지 음식을 시켜 푸짐하게 한상 먹고 우리는 수영장으로 향했다.


첫 번째 수영장 바로 밑으로는 절벽 아래가 보였다. 깎아질 듯한 절벽과 절벽에 한 그루 야자수 나무, 파란 하늘, 좀 말이 안 되는 풍경이었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넓은 수영장에는 은희와 나밖에 없었다. 기존에 있던 숙소들은 수영장이 조금 작았는데 이 리조트 수영장은 넉넉해서 마음껏 물장구 칠 수 있었다. 최근 다이어트에 성공한 은희의 멋들어진 몸매를 예쁘게 찍어주기 위해 열심히 이 스폿, 저 스폿을 돌아다니면서 인생 사진을 찍어주었다. 같은 여자가 봐도 은희의 몸매는 너무 이쁘다. 까맣게 태운 몸에 빨간색 비키니는 정말 극강의 조화이다. 신나게 사진을 찍고 수영을 좀 하다가 살짝 나른해져 썬베드에 누워 삼국지 2를 열심히 읽었다. 이런 수영장에서 삼국지를 읽다니, 뭔가 풍경과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았다. 지금 내 현실은 평화인데 책 속에서는 치열한 전쟁이 펼쳐지고 있었다.



온몸이 빨개질 때쯤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몸을 식히고 우리는 두 번째 수영장으로 향했다. 첫 번째 수영장이 이 리조트의 메인 수영장이라면, 두 번째 수영장은 보조 수영장 같았다. 이곳에도 역시나 우리 둘밖에 없어 한참을 놀았다. 물이 정말 좋다. 수영은 잘 못해도 그냥 물이 좋다. 물속에서라면 언제나 자유롭다.


수영을 하고 나왔더니 배가 무척 고팠다. 은희의 지인이 추천해준 식당으로 가기로 했으나, 우리 배는 너무 일찍 고팠는지 아직 식당이 문을 열지 않았다. 그 옆에 아기자기한 가게가 있어 거기서 주린 배를 채우기로 한다. 민트색으로 칠해진 아기자기한 식당이었다. 메뉴판에 영어로 이것저것 써져있는 걸 보니 외국인들이 꽤나 다녀가는 식당인 것 같았다. 가게 벽에는 모딜리아니 느낌이 나는 초상화 그림들이 많았다. 민트색 벽에 오밀조밀 걸려있는 사진들이 이 식당의 분위기를 한층 더 귀엽게 만들어준다. 오랜 기다림 끝에 음식이 나오고, 어제 먹은 사떼 캄핑(돼지고기 꼬치)이랑 오늘 시킨 사테 캄핑 맛이랑은 너무 달랐지만 그래도 배만 채울 수 있다면 그게 어디인가.



빵빵한 배를 잡고 어제 은희가 보낸 Radiantly Alive라는 요가원에 가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요가를 하기보다는 다양한 요가를 해보기로 했다. 이번에 들을 수업은 roll and release라는 수업으로 작은 공을 이용해 온 몸을 이완시켜주는 수업이었다. 김사랑이 이전에 나 혼자 산다에서 아침에 눈뜨자마자 했던 것과 동일한 수업이었다. 다리부터 머리까지 순서대로 작은 공을 이용하여 근막을 풀어주었다. 정말 억 소리 나게 하고 아픈 순간이 많았다. 이전에는 맨발로 자갈밭을 걸어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몇 년 새 내 몸은 굳어져있었다. 둔한 내 몸이 한탄스러웠다. 그래서 더 열심히 풀었다. 마치 이 한 번의 요가로 내 몸이 이전과 같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래디언틀리 얼라이브 요가원에서는 수업을 등록하면 티켓대신 이런 돌을 나눠준다


발리는 요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요가의 성지로 불린다. 나도 은희를 따라 총 4군데 정도 되는 요가원을 가보았다. 하지만 수업에서는 발리 사람들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외국인이었고, 선생님도 발리인을 별로 없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수업 1회당 약 1만 원 이상 하는 수업을 발리 사람들이 쉽게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문득 누구를 위한 요가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공항 가는 길에 탄 택시에서 기사에서 물어본 적이 있다. 발리 사람들은 요가를 하냐고. 발리 사람들은 요가를 하지는 않지만 매일 아침 드리는 기도가 곧 요가라고 한다. 요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운동'과는 달랐다. 요가는 매우 넓은 의미의 것인데, 우리가 아는 요가는 고작 운동과 명상 정도였다. 진정한 요가 의미를 알지 못한 채, 타지인들이 요가를 쉽게 정의해버리고 외국 자본을 들여 ‘요가의 성지'라고 마케팅을 하여 남의 땅을 침략하는 것만 같았다.


요가를 하고 나와 한국에 돌아가서 지인들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첫날에 들렸던 Batik 가게에 가기로 했다. 요가원에서 가게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발리 길거리에는 강아지들이 참 많다. 딱 우리 집 강아지 '시키'만 한 애들인데 대체로 색깔과 무늬만 다를 뿐 견종은 다 동일한 것 같았다. 원래는 동물을 별로 안 좋아했는데, 집에 강아지가 생기고 나서는 다른 강아지들이 눈에 잘 들어온다. 심지어 회사 팀원이 강아지랑 뽀뽀하는 걸 보고서는 어떻게 뽀뽀하냐고 까무러친 적이 있는데 이제는 내가 맨날 강아지랑 뽀뽀하지 못해 안달이다. 주인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강아지들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한 마리 강아지가 더위에 지쳤는지 길거리에 늘어져 있었다. 다른 강아지에 비해 몸이 좀 더러워 자세히 들여다보았더니 온 몸에 진드기가 물려있었다. 주인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 채 당장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 그냥 지나쳤는데 그 강아지가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왠지 주인이 없어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강아지 같았다. 시키가 떠올랐다. 집에서 편하게 자고 있을 시키, 하지만 시키도 사실은 밖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녀야 하는데 매일 집에만 있고 산책한다고 해도 고작 1-2시간, 그마저도 목줄에 묶인 채 걸어야 한다. 문득 이 세상에 모든 강아지들이 불쌍해졌다.


Batik 가게랑 슈퍼마켓에 들려 몇 가지 선물을 사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오늘 일정에 가장 중요한 일이 남아있었다. 미슐랭 스타 셰프가 있는 고급 다이닝, Mosaic에 가는 일이다. 레스토랑에 가기 전에 아무래도 고급 다이닝이다 보니 그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준비해오지 않아 어떡하지 하던 참에 은희가 자기 원피스와 귀걸이 등을 빌려주었다. 민낯 얼굴이 조금은 민망하여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눈썹도 좀 칠하고 입술도 빨갛게 발랐다. 이런 여자 놀이가 너무 오랜만이라 어색했지만 그래도 좀 꾸미니 괜히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고 기분이 좋아졌다.



섹시하게 블랙 드레스를 입은 은희와 택시를 타고 시간에 맞춰 Mosaic에 내렸다. 택시 문이 열리고 내렸는데 몸에 ‘서민, 서민’이 배어있어 스스로 택시를 닫으려다가 레스토랑 직원이 대신 닫아주려고 해서 잠시 민망했다. 고급 서비스를 감당하지 못하는 내 몸인가 보다. 직원이 우리 예약을 확인해주고 라운지로 안내했다. 라운지에서 간단하게 칵테일을 한잔하고 나서 자리로 안내해주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술을 안 마시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이런 자리에서 술을 한잔도 안 마시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칵테일 한잔을 골랐다. 엄청 정성스럽게 나온 음료 한잔을 보고 이런 맛에 비싼 레스토랑에 오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반잔 정도 마시고 나서 우리를 테이블로 안내해주었다.


라운지를 따라 홀을 가다가 갑자기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야외인 것 같은데 큰 나무들 잎에 주렁주렁 내려와 매우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숲 속에서 식사를 하는 것 같았다. 자리에 앉고 주문한 8코스 음식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모자이크(Mosaic)는 인도네시아 - 프랑스 퓨전 레스토랑으로 기본적으로 발리에서 나고 자라는 재료들을 기본으로 한다. 첫 음식이 나오기 전에 사용되는 발리의 재료들이 멋있게 플레이팅 되어 나온다. 음식이 나오면 웨이터가 이 음식에 쓰인 재료를 하나씩 보여준다. 큰 그릇에 멋들어지게 나온 음식을 한입 한입 음미하며 천천히 먹었다. 하지만 나름 천천히 먹으려고 해도 한상 차림으로 먹는 토종 한국인인 나는 다음 음식이 나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애피타이저만 3가지에 본식, 디저트까지 하면 총 11가지 음식이 나온다. 우리가 첫 음식을 먹기 시작한 게 약 9시였다. 우리는 조금 지쳤다. 먹는 게 힘이 들었고 잠이 쏟아져왔다. 거기에 칵테일에 와인까지 마셔서 그런지 눈꺼풀이 계속 감겼다. 결국 참지 못한 은희는 섹시한 블랙 드레스에 예쁜 메이크업을 한 얼굴로 잠시 눈을 감았다.


코스 요리 먹는 게 너무 힘이 들었다. 음식 양은 조금인데 배도 너무 불렀다. 본식 마지막 요리가 드디어 나왔다. 비둘기 요리였다. 한 입 먹자마자 이건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배도 너무 부르고 비둘기 특유의 누린내가 났다. 그게 만약 재료 본연의 냄새라고 하면 나는 할 말이 없지만 잡내는 무조건 없애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한국 음식에 익숙한 나는 더 이상 먹을 수 없었다. 아무리 유명 미슐랭 셰프 음식이라 하더라고 비둘기는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그 외 다른 음식은 훌륭했다. 하지만 어쩐지 은희와 나는 돌아와서 칼칼한 김치찌개가 생각난다고 했다.


먹다가 잠이 들고, 비둘기 음식은 목구멍으로 넘기기 힘들었지만 모자이크 에서의 경험은 특별하다. 오랜만에 한껏 꾸미고, 비싼 음식을 먹으며 우리가 지난 며칠간 했던 여행과는 확연히 다른 경험이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살이 많이 찌고 알게 모르게 외모 자존감이 부쩍 낮아져 있었다. 좋은 곳을 가고 싶어도 괜히 위축되어 안 가기도 했는데, 발리에서는 왜인지 온 몸이 훤히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어도 창피하지 않았다. 결국 스스로 자신을 대하는 자세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나라는 사람은 똑같은데,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중요했다. 발리에 왔다고 나라는 사람이 변할 리가 없었다. 그저 내가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을 뿐이다. 그래서 건강해지고 싶었다. 몸도 몸이지만 마음도 단단해져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발리의 선한 웃음을 가진 사람들처럼, 나도 그렇게 건강해지고 싶었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이런 고급 경험을 해보는 것도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스요리는 최대한 짧은 걸로 하기로. 욕심내서 긴 코스 요리는 먹지 말자고 했다. 집에 돌아와서 마지막 밤을 아쉬워할 새도 없이 우리는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은희의 Day 6


발리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눈뜨자마자 보이는 파란 하늘과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쉬고 싶으면 쉬는 여행자 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로움과 발리 사람들의 따뜻한 미소가 벌써부터 그리워지는 아침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남은 하루도 온전히 이곳에서 현재를 즐기기로 했다.


마지막 하루는 좀 여유를 부리고 싶었다. 느지막이 조식을 먹으러 갔다. 먼산이 바라보이는 리조트 내 라운지에서 아침부터 3가지 코스를 하나도 빠트림 없이 먹었다. 자고 일어나면 배가 고픈 나와 달리, 은현은 아침에 많이 먹지 않아 은현의 아침밥도 내가 다 먹었다. 발리에서 지내는 동안 은현에게 가장 많이 한말은 "배가 고프다", "똥을 싸야 한다" 였던 것 같다. 이런 나를 이해해주고 함께 해 주며, 아침밥도 나눠주는 은현은 너무 좋은 친구이자 여행 메이트이다.


조식을 다 먹고 리조트의 수영장을 즐기기로 했다. 은현과 여행을 준비하며 숙소의 기준은 딱 2가지가 핵심이었던 것 같다. 수영장이 있을 것, 욕조가 있을 것. 발리 여행의 마지막 숙소는 수영장이 무려 두 개나 있었다. 하나는 깎아지른 절벽 위에, 하나는 우리 숙소 바로 앞에.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수영과 햇빛을 마음껏 즐겼다. 남편과 여행을 가면 사진을 남기는 것도 싫어하거니와, 내 사진을 찍어도 정말 마음에 들지 않게 찍어주는데 여자 친구와 여행을 오니 인생사진도 여러 장 남길 수 있었다.


아침밥의 3가지 코스요리로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태양 아래 수영을 즐기니 금세 배가 고파졌다. 우리는 우붓 다운타운으로 가 밥도 먹고 어제 갔었던 요가원에도 함께 가기로 했다. 발리에 오기 전에 지인들이 몇몇 맛있는 곳들을 추천해준 곳들이 있어서 그중 한 군데를 가보기로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문이 닫혀있었다. 대신 민트색 벽과 마음에 드는 그림들이 걸려있는 옆 가게로 갔다.


우리는 늘 그렇듯 사람 수 보다 많은 음식을 시켰고, 시장이 반찬이라고 수영으로 허기진 배 때문에 아주 맛있게 먹었다. 레스토랑에서 길만 건너면 바로 어제 갔었던 래디언틀리 얼라이브 요가원이 있었다. 요가원에 가는 길에 있는 귀여운 작은 독립서점이 있어 서점에도 들렀다.


은현은 서점에서 친구들에게 줄 선물들을 사고, 나는 펭귄클래식의 바가바드 기타 영문판 버전을 한 권 샀다. 서점 안에는 Storyteller와 Traveller라고 적힌 에코백이 천장에 매달려 있었는데, 두 가지 모두 내가 늘 꿈꾸는 것이었기에 그 서점이 유난히 더 마음에 들었다. 나만의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만들어갈 수 있도록 여행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은현에게 내년에도 여행을 가자고 했다.


어제 혼자 갔었던 래디언틀리 얼라이브 요가원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서, 은현에게도 함께 가자고 했었다. 이 요가원이 마음에 들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름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alive’ 즉, 살아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얼마나 자주 있었을까? 그런데 그냥 살아있는 것도 아닌 행복함과 건강함 등을 바탕으로 따스하게 빛나며 살아 있는 순간들 즉, "Radiantly Alive" 한 삶을 나는 과연 살고 있을까? 아니면 살아갈 수 있을까? 요가원에서 “I am radiant”라고 무심코 와이파이 비번이 적힌 쪽지들을 받아 들고 마음에는 그런 질문들이 올라왔다.


사실 내가 요가를 처음 시작했던 것도 우연히 일로 만나게 되었던 요가 선생님의 미소에 반해서였다. 그 선생님의 따뜻하고 건강한 미소를 보고 나도 그런 건강하고 따뜻한 미소를 갖고 싶다 생각해서 요가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때 봤었던 그 선생님의 밝은 미소가 바로 Radiantly Alive였다. 은현과 여행을 하는 내내 “건강하자,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해지자”라는 말을 수도 없이 되뇌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나의 요가 Journey를 통해 다음에 다시 발리에 오게 되었을 때 자신 있게 “I am radiant”라고 스스로 믿을 수 있길 바랬다.



이번 여행에서는 한국에서 많이 접할 수 없는 새로운 수업들을 들어보고 싶었는데, 오늘은 마사지볼을 가지고 몸을 풀어주는 롤 앤 릴리즈(Roll & Release)라는 수업을 듣기로 했다. 마사지 볼 2개를 가지고 발바닥부터 시작을 해 무릎을 꿇고 다리부터 배, 허리, 어깨까지 온몸 구석구석에 근육을 풀어주고 셀프 마사지를 해주었다. 요가가 끝나갈 무렵에는 연체동물처럼 몸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요가가 끝나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살 선물들을 이것저것 샀다. 은현은 며칠 전 갔었던 바틱 가게에서 자길 닮은 귀여운 복주머니들을 여럿 샀고, 나는 슈퍼에 가서 남편과 나눠먹을 여러 가지 소스와 향신료 등을 한 아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내에 있는 스파에서 간단히 마사지를 받고,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내기 위해 준비했다. 얼마 전 발리를 다녀온 회사 동료가 추천해준 미슐랭 스타 셰프가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이었다. 발리에서의 마지막 밤은 좀 더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기에 미리 예약을 해 두었다. 나는 한 번도 프렌치 레스토랑의 코스요리를 먹어 본 적이 없는데 은현이 불문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유학도 했기 때문에 믿고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나는 하고 싶고 궁금한 게 많지만 겁이 많은데, 은현이 있어 늘 든든한 여행이었다. 스쿠터도 내가 운전은 못하겠지만 타보고는 싶어 은현에게 운전을 해보라고 하고, 서핑도 해보고는 싶지만 무서워 망설였는데 은현을 따라 바다로 나갈 수 있었다. 늘 두렵고 주저하는 내 손을 잡고 why not? 이라며 이끌어 주는 친구가 있어 너무나도 감사했다. 그리고 야시장부터 고급 다이닝까지, 게스트 하우스부터 고급 리조트까지 극과 극의 경험들도 아무런 편견 없이 let’s go! 할 수 있어 특히나 더 즐거웠다.


프렌치 레스토랑에 가려고 가져온 검은색 원피스를 꺼내 입고 오랜만에 화장도 했다. 은현에게도 원피스 하나를 빌려주고 화장을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문을 나섰다. 예쁘게 차려입고 들뜬 마음으로 입장한 레스토랑에서 웰컴 드링크를 먼저 마신 후 8가지 코스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너무 들떠서 사진도 몇십 장을 찍고 은현과 흥분해서 너무 좋다며 호들갑을 떨었는데 2시간 반이 넘게 천천히 기다리며 요리를 먹는 게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요가반에서 그렇게 기다리고 기대했던 티베트 사운드 볼 수업에서 잠이 들었던 것처럼, 밥을 먹다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겨우 디저트까지 다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