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급제? 연봉제? 호봉제? 무슨 차이가 있는데?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L 그룹에서 최근 '직무급제'를 도입하였다.
그에 따른 설왕설래가 무수하게 오고 간다.
그도 그럴 것이 해당 그룹은 전반적으로 안정과 보수가 기반이 되는 역사와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연봉제'도 대기업군 중 가장 늦은 2018년에 도입할 정도였기에 이번 '직무급제' 도입 결정은 파격이면서 또 승부수이기도 하다.
직무급제를 포함한 보상체계에 대한 설명을 하기에 앞서, 우선 기본적인 사항부터 정리하고자 한다.
✅ 임금(Wage) vs. 급여 (Salary)
- 임금 : 노동의 대가로 지급되는 모든 금품 (기본급/수당/상여금 등)
- 급여 : 통상적으로 연, 월 단위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보수 (일반적으로 사무직 대상)
∴ 모든 급여는 임금이지만, 모든 임금은 급여가 아니다.
✅ 보상 방식은 조직의 철학이 반영된다.
보상 방식은 조직이 일 (성과)과 구성원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관점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급여 제도의 대표적인 세 가지를 보자면 다음과 같다.
호봉제 : 오랜 시간 조직에 머문 사람에게 그 시간만큼의 가치를 인정하고 보상한다.
→ 근속연수 중심 보상체계, 충성도와 장기근속을 주요 가치로 본다.
연봉제 : 성과는 곧 가치이며, 개인이 창출한 결과에 따라 합당한 보상을 한다.
→ 업적 중심 보상 체계로 성과주의 기반 인사철학을 반영한다.
직무급제 : 일의 난이도와 전문성, 책임 수준에 따라 보상받는 것이 공정하다.
→ 직무의 객관적 가치에 따라 임금을 결정, 수평적 인사철학에 기반한다.
서두에 이야기했던 L 그룹의 '직무급제' 도입 역시 위의 보상 철학과 맞물려 있다.
L무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안정과 보수가 바탕이 된 조직문화에서 직무급제로의 전환은 조직 내외에서 파격적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급여 체계는 대표적으로 호봉제와 연봉제, 그리고 직무급제가 있다.
물론 성과급제 (집단, 개인), 역량급제와 같은 개념도 있지만 이런 개념들은 급여 제도와 혼합한 임금체계를 의미한다.
'호봉제'는 급수와 호봉의 상승에 따라 급여가 증가하는 방식이다.
성과의 반영도 낮은 편이고, 유연성 또한 낮다. 호봉제를 택하는 조직의 문화는 위계적이거나 집단주의적일 가능성이 높다.
'호봉제'의 대표적 사례로 공무원 조직을 떠올릴 수 있다. (아닌 곳들도 있다.)
물론 공공기관의 경우, 2010년 이명박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 (간부직)을 시작으로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성과연봉제와 직무급제 등으로의 개편이 부분적으로 도입되었지만, 임금피크제 정도를 제외하곤 폐기되었거나 사실상 지지부진하다. (한국노동연구원, 2023)
'연봉제'는 연 단위로 계약된 연봉을 기준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이며, 일반적으로 성과급, 책임급, 직무급 등과 혼합하여 구성한다. 많은 사기업에서 택하고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호봉제와 달리 연봉제는 개인 혹은 집단의 성과에 기반한 보상이 가능한 구조이다.
아래와 같이 직급별 Pay band를 설정해서 기본급 (연봉)과 성과급을 함께 혼합하여 사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다만, 성과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는 늘 발생한다.
'옆 동료보다 내가 더 잘했는데, 나보다 높은 평가를 받지? 팀장이랑 친해서 그렇구나.'
'저 선배는 승진 대상자라고 높은 평가를 받았고 나는 거기에 희생되었구나.'
'나는 매일 야근하면서 갈아서 일을 하는데 왜 저 띵가띵가하는 옆 팀원은 A를 받지.'
매년 연말 평가 이후에 블라인드가 떠들썩한 이유이기도 하다.
'직무급제'는 Job-based Pay, 즉 사람이 아닌 직무의 가치 (난이도, 책임, 전문성 등)를 기준으로 임금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R&D 핵심 직무의 레벨이 5, 생산관리 직무의 레벨이 2라면 전자의 직무에 더 높은 기본급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 직무급제를 도입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삼양사를 들 수 있다. 화학과 식품 소재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삼양사는 무려 2001년 직무급제를 도입(2002년 전 사원 확대)하여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잘 운영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다만 직무급제의 경우, 직무의 가치와 경중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 논란이 될 수 있다.
또한 노조가 있는 회사의 경우, 직무의 레벨에 대한 반발을 설득시키기 꽤나 어려운 지점이 있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나 일본과 같이 사람 중심으로 인사조직을 운영하는 조직문화에서는 직무급제 정착에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한,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이유가 임금의 연공성을 타파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그 수단으로 꼭 직무급제가 유일한 방안이 될 수는 없다. 연봉제에서 임금 밴드를 조정하고, 개인의 역량과 성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성과급제를 함께 개편하는 것 역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보상체계도 완벽할 수 없다.
그럼에도 조직의 문화와 환경에 적합한 방식으로 정교한 보상체계를 만들어 조직과 구성원 모두를 설득시키는 것이 HR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