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가 다 되어 간다. 운동을 못한 지
운동을 못 하니까 팔다리가 부쩍 가늘어진 느낌이다. 반팔 티셔츠의 팔통이 뭔가 헐렁거리는 것 같다.
7번 갈비뼈도 이런 내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면 조금만 더 빨리 나아주기를 정중하게 부탁해 본다.
반면, 7번 갈비뼈 덕분에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부쩍 늘어났다.
그간의 HR 커리어를 돌아봤을 때,
정말 감사하게도 또 운이 좋게도 HRM 영역과 HRD, 조직문화 영역을 두루두루 경험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상 인사기획·관리 영역의 업무를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
그리고 육성과 조직문화 영역의 업무를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은 결이 다르다고 느꼈었는데,
구성원들의 어떠한 행동들로부터 보람과 뿌듯함을 느끼는 즐거움은 분명 후자의 업무들이 더 크다.
그 감정을 오랜만에 느낀 오늘이었다.
내 일들 중 하나는 그룹 차원에서 주니어보드 운영 프레임워크를 짜고,
각 계열사 사원·대리급 주니어보드 멤버들이 톡톡 튀고 참신한 아이디어들을 구체화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주니어보드를 운영하는 계열사들의 산업군은 식품, IT, 건설, 축육 등 다양하다.
그래서 계열사 저마다의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 또한 상이하다.
이 중 건설 계열사의 주니어보드 멤버들은 업의 특성상 전원 남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본격적인 활동 전, 그룹 차원에서의 주니어보드 인큐베이팅을 두 달가량 진행했다.
이 과묵한 건설업의 사내들을 보면서,
이들이 회사에서 톡톡 튀는 비타민이 되어 주니어보드 활동을 잘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걱정이 들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지 두 달이 흘렀다.
과묵하다고 느낀 이 사내들은 그 어떤 이들보다 뜨거운 열정
그리고 막강한 단합력과 빠른 실행력을 바탕으로 괄목할만한 활동들을 해내고 있다.
구성원들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날을 만들자며,
주니어보드 시작 한 달 만에 월 1회 금요일 전사 조기 퇴근 제도를 만들었다.
물론 구성원들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하신 사장님과의 콜라보로 나온 결과물이다.
그리고 오늘,
이들은 회사의 모든 사원·대리 구성원들을 한데 모아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전국 각지 건축, 토목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빠짐없이 한 자리에 모였다.
행사 시작 전, 긴장된다고 말하던 이 열정 가득한 사내들은
행사가 시작되자 그 누구보다 재미있고 진심 가득한 태도로 행사를 이끌어갔다.
구성원들과 함께 할 게임도 직접 구상하고, 리얼타임 익명 소통채널과 같은 프로그램도 일일이 기획했고,
목걸이 명찰과 핸드아웃도 꼼꼼하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사원·대리 구성원들도 어느새 이들의 열정에 동화되어
행사 말미에는 시끌벅적하고 활력 넘치는 웃음 가득한 분위기가 되었다.
오늘 이 행사를 참관하면서 보는 내내 미소가 흘러나왔다.
잠시나마 걱정했던 내 모습에 반성하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행사장을 나올 수 있었다.
오래전부터 아주 천천히 점진적으로 형성된 조직문화(Organizational Culture)는 그 회사의 철학과 정체성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어떤 단기적인 활동들을 했다고 해서 조직문화가 바뀌지는 않는다.
단기적인 어떤 활동들로 조직이 바뀐 것 같다고 누군가 말한다면 그건 분위기(Climate) 일 것이다.
분위기는 비교적 현재 시점에서 구성원들이 내가 속한 조직에 대해서 어떻게 인식하고 느끼는지를 의미한다.
조직 분위기는 조직문화보다 더 표면적이고 가시적이며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민감성이 있다.
오늘의 좋은 분위기가 당장 내일이면 휘발될 수도 있고, 오늘의 안 좋은 분위기가 내일은 좋아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긍정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변화 활동들을
시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활동들은 구성원들의 눈에 보이는 그러니까 체감할 수 있어야 하며 또 지속되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체감할 수 있다면, 변화에 대한 믿음이 조금씩 형성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변화가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된다면 그 믿음은 단단해질 수 있다.
예~~전, 조직행동론 강의시간에 봤던 인상 깊은 문구가 있다.
조직 분위기는 조직문화의 단기적 표현이고, 이것이 지속되면 문화로 정착될 수 있다.
적어도 위에 언급한 듬직하고도 사랑스러운 사내들은 그 활동들을 너무나도 잘 해내고 있다.
오늘의 분위기들이 켜켜이 쌓이고 레거시가 되어 유의미한 변화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