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30대 딩크 부부 이야기

by 토비


요 근래 친한 친구와 전화통화를 했다.


"와이프랑도 다시 이야기해 보고 같이 고민도 많이 해봤는데, 그냥 이대로 둘이 살려고."


"음........ 지금 나도 사는 게 여유가 없는데, 이 상황에서 아이를 낳을 자신이 없어."



"그래, 너희 둘이 진지하게 계속 고민했던 부분인데, 그게 맞다는 생각이 들면 그게 정답인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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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네 부부는 같은 대학, 같은 학과 선후배 사이, 심지어 같은 회사, 같은 팀에 재직 중인 커플이다.

그들은 오직 둘만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긴 시간, 겹겹이 쌓인 맥락의 라포와 신뢰가 형성되어 있다.



그들은 연애할 때부터 서로 결혼을 한다면 딩크로 살기로 합의를 했었다.



그런데 결혼 후, 주변 부부들이 하나둘 자녀를 낳는 모습, 키우는 과정에서의 행복을 보면서

그리고 양가 부모님의 은근스러운 손주에 대한 기대감이 그들의 마음을 왕왕 흔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결혼 후에도 몇 번씩 진지하게 자녀를 낳을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친구가 지금의 와이프와 연애하던 아주 예전, 비슷한 상황에서 친구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들은 꽤 오래 사귀고 결혼에 골인했다.)


"왜 딩크로 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야?"


"아이를 낳게 되면, 아이가 풍족하게 살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줘야 하고 책임감 있게 키워야 하는데,

지금 내 현실에서는 사실 엄두가 안 나."



그 당시에는 왜 벌써부터 그런 걱정을 하는 거냐고,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지 라는 말을 했었는데,


어쩌면 내가 뱉은 그 말은 굉장히 오만하고 무례한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아무리 그와 친하다고 한들, 그의 모든 것들을 알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이가 꽤 들고 나서 다시 나눈 이번 통화에서는 그저 그의 생각과 결정을 덤덤하게 존중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내린 결정의 이유가 삶의 여유가 없음에서 기인했다는 사실은

오랜 친구로서 마음이 무거운 것 역시 솔직한 감정이었다.





생각보다 주변에 딩크를 선언한 부부들이 적지 않게 있다.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저마다의 이유와 사정으로 내린 결정일 것이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고, 또 그들만큼의 고민도 해보지 못한 주제다.



그저 부부의 인생에서 서로가 행복하고 좋으면 될 것이고,

주변 사람들은 그저 그 결정을 존중하면 그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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