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주 도심을 걷다 보면 A4 용지 하나가 눈에 띈다.
UFO에 대한 모임 안내.
과장된 문구도 없고, 크게 떠들지도 않는다.
그냥 조용히, 벽에 붙어 있다.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나는 UFO의 존재를 믿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다.
본 사람은 만나본 적 없고, 증명되지 않은 주장은 공적 사실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기준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그 종이가 붙어 있는 풍경이,
그리고 그 시점이 조금 마음에 걸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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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이야기가 들린다.
광주 도심에 무인 자율주행 택시를 풀겠다는 계획이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지금의 광주 도로가 떠올랐다.
지하철 공사로 뒤집힌 차선,
임시 가림막과 콘,
수시로 바뀌는 보행 동선,
사람도 헷갈리는 교차로.
요즘은 인간 운전자들조차
말도 안 되는 충돌 사고를 일으킨다.
그런데 이 도시 한복판에
‘무인’이라는 단어가 붙은 차량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기술의 진보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환경과 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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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또 하나의 뉴스를 본다.
광주지검이 수사 과정에서 압수해 보관하던 비트코인 상당량을 분실했다는 기사였다.
피싱 사기 피해로 추정된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언제 사라졌는지,
얼마나 사라졌는지,
누가 관리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사건의 핵심은 비트코인이 아니다.
국가의 수사기관조차
디지털 자산을 온전히 관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관리 실패에 대해
아직 누구도 분명한 책임을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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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인다.
도심의 UFO 전단,
무인 자율주행 택시 계획,
압수물로 보관되던 자산의 분실.
하지만 도심을 걷다 보니
이것들은 하나의 방향으로 이어져 있었다.
관리 능력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는데,
시스템의 권한만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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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담론은
우리가 아직 모르는 기술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남긴다.
무인 자율주행은
기계가 인간보다 더 안전할 수 있다는 전제를 요구한다.
그러나 현실의 관리 시스템은
이미 작은 것들에서도 자주 흔들린다.
보관, 기록, 책임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조차
사후에야 설명되는 장면을
우리는 반복해서 보아왔다.
그런 상태에서
더 크고, 더 복잡하며,
사고가 나면 되돌리기 어려운 권한들이
시민의 일상 공간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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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에서 나는
도로와 맞닿아 있는 공간을 매일 지나며 산다.
차량이 조금만 판단을 잘못해도
그 결과가 바로 닿는 자리다.
그래서 기술이 무서운 것이 아니다.
관리하지 못하는 시스템이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흐리는 방식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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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풍경들을 보며,
내가 이 도시에 너무 오래 살았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