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체감도 6.78의 도시에서

「걱정은 낮고, 행복은 상승 중」이라는 문장의 해부

by Peppone

동구는 말한다.

삶의 만족도 6.96점.

생활 만족도 6.76점.

행복 체감도 6.78점.

걱정 체감도 3.64점, 5개 구 가운데 가장 낮음.


문장은 매끄럽다.

숫자는 상승 곡선을 그린다.

그래프는 웃고 있다.


그런데 이 문장에는 주어가 없다.


누가 만족했는지,

누가 행복한지,

누가 걱정이 줄었는지

아무도 등장하지 않는다.


행정의 문장은 늘 이런 방식이다.

갈등은 삭제되고,

충돌은 요약되고,

개인은 평균으로 흡수된다.


‘자진 정비 완료.’

‘종결 처리.’

‘관계 기관 이송.’

‘현장 확인.’


이 문장들도 마찬가지다.


현장은 확인되지만 해결되지는 않는다.

종결은 선언되지만 상황은 끝나지 않는다.

이송은 되지만 책임은 이동하지 않는다.


그 사이에서 개인은 반복한다.

사진을 찍고,

민원을 넣고,

이의신청을 하고,

정보공개를 청구한다.


행정의 언어는 항상 능동태처럼 보이지만

실은 수동태에 가깝다.

“처리되었다.”

“조치되었다.”

“종결되었다.”


무엇이, 어떻게,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문장에서 빠진다.


그리고 그 빈칸을

시민이 채운다.


걱정 체감도 3.64.


그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누군가의 걱정이 사라졌다는 뜻일까,

아니면

걱정을 통계가 흡수해버렸다는 뜻일까.


평균은 안전하다.

평균은 공격받지 않는다.

평균은 구체를 지우기 때문에.


하지만 구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출입문은 그대로 있고,

도로는 그대로 막히고,

계고장은 그대로 남는다.


행정은 상승을 말한다.

나는 반복을 산다.


도시는 “행복은 더하고, 걱정은 덜었다”고 말한다.

나는 걱정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문장을 써야 한다.


그래서 나는 기록한다.

통계가 말하지 않는 문장들을.


행복 체감도 6.78의 도시에서,

나는 평균이 아니다.


나는

지워지지 않는 단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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