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은 따라오지 않는다

내가 바라보는 쪽에서만 보였을 뿐이다

by Peppone

처음에는

저 지점에 서 있어서만 보이는 빛인 줄 알았다.

윤슬이 유난히 예뻐서,

각도가 맞아야만 생기는 반짝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조금만 움직이면

사라질 것 같아서.


그런데 산책을 계속하자

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리를 건너도

물길이 꺾여도

반짝임은 계속 따라왔다.


정확히 말하면

따라온 게 아니었다.

내가 시선을 두는 곳마다

그 빛이 있었다.


특별한 지점이 있어서가 아니라

바라보는 한에서만

드러나는 상태였다.


건너지 않아도 보이는 것들이 있다.

다가서지 않아도

이미 여기 와 있는 것들이.


빛은

허락을 구하지 않고

경계를 침범하지도 않는다.

다만

시선을 두는 쪽에서만

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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