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는 대학이 많다.
너무 많다.
많다는 사실 자체가 더 이상 자랑이 되지 못할 정도로 많다.
전남대와 조선대 정도면 이 도시의 대학 지형은 이미 설명이 끝난다. 여기에 GIST 같은 특수한 축이 따로 있다. 광주교대처럼 기능이 분명한 학교도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 뒤로 줄줄이 이어지는 수많은 대학들. 이름은 대학인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선명하게 답하기 어려운 학교들. 지역의 미래를 떠받치는 것도 아니고, 지식 생산의 중심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압도적인 직업교육 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아닌 채, 그냥 ‘대학’이라는 명패만 달고 남아 있는 곳들.
이 도시에는 간판이 너무 많다.
그리고 간판이 많을수록 실체는 오히려 흐려진다.
대학은 원래 숫자로 위세를 만드는 기관이 아니다. 한 도시에 대학이 여러 개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도시가 더 지적이 되는 것도 아니고, 더 교양 있어지는 것도 아니고, 더 나은 미래를 갖게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아무 기능도 증명하지 못하는 학교들이 우후죽순 남아 있을수록, ‘대학’이라는 이름 자체가 헐거워진다. 학위는 가벼워지고, 교육은 희미해지고, 학생은 선택지를 가진 것이 아니라 구별하기 어려운 비슷비슷한 입구들 앞에 세워진다.
광주의 대학 지형을 보고 있으면, 고등교육의 확장이 아니라 팽창의 잔해를 보는 기분이 든다. 한때는 학생이 많았고, 지방에도 대학이 많아야 한다는 논리가 먹혔을 것이다. 캠퍼스를 세우고 학과를 만들고 학생을 모집하면 그 자체로 발전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학생은 줄었고, 지역은 늙었고, 대학은 남았다. 남은 것은 질서 있는 재편이 아니라, 정리되지 못한 과잉이다.
이제는 말해야 한다.
없어져야 할 대학은 없어져야 한다.
이 말이 잔인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말 잔인한 것은 경쟁력 없는 대학을 끝없이 붙들고 있는 일이다. 학생들에게는 아직도 무엇이 될 수 있다는 환상을 팔고, 지역에는 교육 인프라라는 이름의 착시를 남기고, 사회에는 이미 신뢰를 잃어가는 학위를 계속 찍어내는 일. 그것이야말로 가장 무책임한 연명이다.
모든 대학이 살아남아야 할 이유는 없다.
대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공적으로 영원히 보호받아야 할 이유도 없다.
존재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학교, 연구도 교육도 지역 기여도 모호한 학교, 학생 충원 말고는 아무 목표가 보이지 않는 학교라면 통합되거나 전환되거나 퇴장해야 한다.
남겨야 할 것은 숫자가 아니라 기준이다.
도시에 대학이 몇 개 있느냐가 아니라, 끝까지 남을 자격이 있는 대학이 무엇이냐가 중요하다.
광주에는 대학이 많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많은 대학이 아니다.
몇 개 안 되더라도 분명한 이유로 남는 대학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광주만의 것이 아니다.
지방 곳곳에 남아 있는 수많은 대학들, 이름만 유지한 채 관성으로 버티는 학교들, 청년 인구가 무너지는 시대에도 아무 설명 없이 존치되는 기관들 모두에게 던져져야 할 질문이다. 왜 아직도 이 대학이 존재해야 하는가.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책임지며, 누구에게 반드시 필요한가.
이 질문 앞에서 침묵하는 대학은 이미 스스로 답을 내놓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