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은 정치가 아니다.
적어도 그래야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행정이 정치로 기울기 시작한 시점은
분명하다.
1995년, 지방자치제 전면 시행 이후다.
그해부터
시·군·구청장은 임명직이 아니라
선출직이 되었고,
행정 책임자는
선거를 치르는 사람이 되었다.
이 변화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1998년 이후,
지방선거에서 정당 공천이 사실상 필수가 되면서
행정의 판단 기준은
법과 현장에서
정당과 공천으로 이동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지자체장의 성과가
조용한 관리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사업으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유지와 보수는 주목받지 못했고,
랜드마크와 이벤트가
행정의 얼굴이 되었다.
2010년 이후에는,
협업과 분권이라는 이름 아래
책임이 쪼개졌다.
어디까지가 내 관할인지,
어디서부터는 타 부서인지가
행정 내부보다
시민에게 더 명확해졌다.
2014년 이후,
행정은 작동보다
이미지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SNS와 보도자료가
현장 점검을 대신했다.
그리고 2020년 이후,
행정은 완전히 정치의 언어를 쓰게 되었다.
비판은 점검이 아니라
공격이 되었고,
문제 제기는
진영의 문제로 치환되었다.
그래서 지금,
행정은 정치가 아닌데
정치처럼 행동한다.
책임을 지는 대신
입장을 말하고,
해결을 하는 대신
유불리를 계산한다.
행정은 정치가 아니다.
적어도 시민의 삶에서는.
이 질문은 감정이 아니라
연도의 문제다.
구조의 문제다.
나는 아직 이 질문을
거두지 못했다.
행정은 정치가 아닌데,
우리는 언제부터
정치로 행정을 감내하게 됐을까.
광주광역시 동구 금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