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은 행정의 대상이 아니라 행정의 완충재가 된다.

여론은 방향을 묻는 도구이지, 설계를 대신하는 근거가 아니다.

by Peppone






설명이 빠진 숫자는 결국 비용으로 되돌아온다


설명이 빠진 숫자는

속도는 낼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비용으로 되돌아온다.


이때 말하는 비용은

단순한 예산 항목이 아니다.

돈만의 문제가 아니다.

설명을 생략한 행정은

반드시 다른 형태의 비용을 청구받는다.


먼저 재정 비용이다.

충분한 설명 없이 추진된 정책은

설계가 단순해 보일 수는 있어도

현실에서는 늘 수정과 보완을 반복하게 된다.

조직 개편, 시스템 통합, 전산 정비,

추가 용역과 재검토 비용이 뒤따른다.

처음 아낀 설명은

나중에 더 큰 예산으로 되돌아온다.


그다음은 행정 비용이다.

설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구조가 바뀌면

현장은 혼란을 먼저 겪는다.

업무 기준이 흔들리고,

관할이 겹치고,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는 말이 늘어난다.

민원은 길어지고, 담당자는 바뀌고,

행정은 문제를 처리하는 조직이 아니라

문서를 왕복시키는 조직이 된다.

이때 소모되는 시간과 인력은

모두 비용이다.


곧이어 법적 비용이 발생한다.

설명이 충분했다면 필요 없었을 다툼이

절차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쟁으로 번진다.

공청회는 형식이었는지,

조사는 충분했는지,

의견 수렴은 있었는지.

행정은 정책을 실행하기보다

정당성을 방어하는 데 힘을 쓰게 된다.

이 역시 비용이다.


그리고 사회적 비용이 남는다.

설명이 없으면 사람들은

내용이 아니라 의도를 놓고 싸운다.

누가 이득을 보는지,

어디가 손해를 보는지,

누가 밀어붙였는지.

한 번 생긴 불신은

예산 배분, 인프라 배치, 인사 문제까지

모든 결정에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비용은

신뢰의 비용이다.

설명 없이 숫자만 먼저 제시되면

시민은 이렇게 학습한다.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고,

조사는 그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절차였다고.

이 순간부터

다음 정책은 더 많은 설명을 요구받고,

더 많은 반발을 감수해야 하며,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행정의 추진비용은

눈에 띄게 높아진다.


그래서 설명이 빠진 숫자는

결코 효율적이지 않다.

속도를 얻는 대신

재정, 행정, 법적 분쟁, 사회적 갈등,

그리고 신뢰라는 비용을

나중에 한꺼번에 지불하게 만든다.


여론은 방향을 묻는 도구이지,

설계를 대신하는 근거가 아니다.

설명되지 않은 숫자가 앞서는 순간,

그 행정은 이미

미래의 비용을 예약한 상태다.


설명이 빠진 숫자는

속도는 낼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비용으로 되돌아온다.


금동에서.


키워드 손수 기입하자면, “프레임 조작·여론 생산의 문제”


매거진의 이전글행정은 정치가 아닌데, 언제부터 정치가 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