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키터리지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친절하지 않은 인물과 끝내 남는 태도에 대하여

by Peppone

이 소설을 소개할 때 가장 먼저 말해야 할 건,

이야기가 친절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올리브 키터리지**의 중심 인물 올리브는 독자를 반기는 인물이 아니다. 말은 직설적이고, 감정은 정리되지 않은 채 튀어나온다. 타인을 배려하기보다 사실을 우선하고, 분위기를 맞추기보다 상황을 그대로 둔다. 그래서 올리브는 종종 무례해 보인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 인물을 변호하지도, 미화하지도 않는다. 판단은 끝까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이 책에는 눈에 띄는 사건이 거의 없다. 대신 일상의 균열이 반복된다. 결혼이 어긋나고, 자식과의 거리가 벌어지고, 노년의 고립이 천천히 스며든다. 극적인 전환이나 감정의 폭발 대신, 시간이 남긴 흔적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이 소설이 다루는 것은 ‘무너짐’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 선택된 사소한 태도들이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문장은 설명을 과도하게 덧붙이지 않는다. 인물의 내면을 친절히 풀어주지도 않는다. 대신 행동과 말이 남긴 결과를 보여준다. 독자는 공감하라는 요구를 받지 않는다. 다만 관찰하게 된다. 이 인물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 선택이 어떤 관계를 남겼는지를 끝까지 따라가게 될 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올리브가 타인에게 불완전한 만큼 자기 자신에게는 더 가혹하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쉽게 용서하지 않고, 사과로 모든 것을 덮으려 하지도 않는다. 잘못을 인정하되, 그 이후의 책임을 감정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이 태도는 호감을 얻기에는 불리하지만, 인물을 가볍게 만들지는 않는다.


이 소설에는 분명한 구원이 없다. 관계가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어떤 감정은 끝내 정리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 이야기는 마무리되지만, 인물은 단정되지 않는다. 이 ‘계속됨’이야말로 이 책이 끝까지 지키는 자세다.


그래서 이 소설은 쉽게 좋아하기 어렵다. 위로를 기대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인물을 구제하지 않으며, 삶을 단순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책은 신뢰할 수 있다.

호감까지는 아니지만, 신뢰에는 이른다.


그리고 만약 현실에서

올리브 키터리지 같은 인물을 만난다면,

아마도 나는 알아볼 것이다.

눈에 띄지 않지만, 말의 방향이 흐트러지지 않는 사람을.


그 사람은 다정하지 않을 것이고,

대화를 편하게 만들어주지도 않을 것이다.

대신 말을 줄이고, 판단을 서두르지 않으며,

필요한 순간에는 정확한 말을 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나는 친구가 되고 말 것이다.

자주 웃지는 않더라도, 오래 남을 관계로.

호감이 아니라 신뢰를 기준으로 이어지는 관계로.


그래서 이 소설은 끝까지 친절하지 않지만,

끝내 믿을 수 있는 쪽에 머문다.

올리브 키터리지가 독자 곁에 남는 방식도,

아마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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